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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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긴 좋은데, 잘 못할까 봐 걱정돼요."
"걱정은요. 스키를 처음 배운 날이라면서 '난 한 번도 안 넘어졌어' 하는 사람은 '난 아무것도 안 배웠어' 하는 거죠. 누구든지 넘어지면서 배워요. 나도 그렇고....."-26쪽

바닷가에 사는 한 어부가 아침마다 해변으로 밀려온 불가사리를 바다로 던져 살려주었다.
"그 수많은 불가사리 중 겨우 몇 마리를 살린다고 뭐가 달라지겠소?"
동네 사람의 물음에 어부는 대답했다.
"그 불가사리로서는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건진 거죠."-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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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유곤 옮김 / 문학사상 / 2000년 8월
구판절판


"하지만 이곳에 이러고 있어도 그다지 멀리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데. 참 이상해요."
"비행기 탓일 거예요.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하고 시마오 양이 말했다. "몸은 이동해도, 그에 맞춰 의식이 따라오지 못하는 거지."
- 쿠시로에 내린 UFO --34쪽

"우리 어머니는 연어 껍질을 제일 좋아하는데, 껍질만 있는 연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늘 말했어. 그러니까 알맹이 같은 건 없 없는 편이 나은 경우도 있을지 몰라. 안 그래?"
껍질만 있는 연어를 고무라는 상상해 보았다. 그러나 만일 껍질만 있는 연어가 있다고 한다면, 그 연어의 알맹이는 '껍질 자체'가 된다는 얘기 아닌가?
- 쿠시로에 내린 UFO --46쪽

잭 런던의 <모닥불>
- 다리미가 있는 풍경 --58쪽

"마사키치라는 이름의 곰은 아무리 먹어도 먹어 치울 수 없을 만큼 많은 벌꿀을 따서, 그걸 양동이에 담아 가지고 산에서 내려와 시장으로 팔러 갔다는 거야. 마사키치는 벌꿀 따는 덴 도사였거든."
- 벌꿀 파이: 소설가 쥰페이의 사랑 --171쪽

열려진 창문에서 들어오는 바람결을 타고 라디오 소리가 들려왔다. 유행가가 은은히 귓전에 맴돌았다. 이 노래는 죽을 때까지 잊혀지지 않을 거라고 쥰페이는 생각했다. 사지만 실제로는, 훗날 아무리 기억의 창고를 더듬어 보아도 그 곡의 제목이나 멜로디 따위는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 벌꿀 파이: 소설가 쥰페이의 사랑 --185쪽

"... 아마도 네겐 너 나름대로의 까다로운 살아가는 방법이 있을 거야. 그건 나도 알아. 그렇지만 내가 보기엔 바지를 입은 채 팬티를 벗으려 하는 것으로밖엔 보이지 않지만 말야. 팬티를 벗어야 하는데 바지라는 체면만 생각하면 되겠어?"
- 벌꿀 파이: 소설가 쥰페이의 사랑 --197쪽

생각해 보면 쥰페이의 사요코의 관계는 시종일관 다른 누군가의 손에 의해 결정되었다. 그는 늘 수동적인 입장에만 서 있었다. 사요코와 그를 서로 만나게 해준 건 다카쓰키였다. 다카쓰키가 그의 동급생 중에서 두 사람을 선택해서 3인조를 구성했다. 그후 다카쓰키는 사요코를 유혹하여 결혼했고, 아기를 만든 후, 이혼했다. 그리고 지금은 쥰페이에게 사요코와 결혼하라고 권하고 있다.
물론 쥰페이는 사요코를 사랑하고 있다. 그건 의문의 여지가 없다. 지금이 그녀와 결합할 절호의 찬스가 아닌가. 아마도 사요코는 그의 청혼을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도 물론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너무 지나치게 절묘하다, 고 쥰페이는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자신이 결정할 사항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는 머릿속으로 계속 헤아렸다. 그러나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지진이 들이닥쳤다.
- 벌꿀 파이: 소설가 쥰페이의 사랑 --2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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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1
나쓰메 소세키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1월
구판절판


집으로 돌아오자 집 주인이 "차 한 잔 하시죠" 하면서 내 방으로 건너왔다. 차 한 잔 하자고 하길래 나는 차 대접을 하려나 생각했더니 컵만 들고 들어와서는 내 방에 있던 차를 자기 찻잔에 덜어서 혼자 마시는 게 아닌가.
'저 사람 하는 품을 보니 이거 내가 없을 때도 저 혼자서 차 한 잔 하시죠 하면서 방문 열고 들어와 남의 차를 덜어 마시겠군' 하고 생각하는데 집 주인이 차를 홀짝거리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42쪽

'일본 제일의 기분으로 안녕히' 란 구절을 어디선가 읽은 듯한데 지금 나의 기분이 꼭 그런 느낌이었다.
- 깊은 밤 고토 소리 들리는구나 --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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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수필집 1 - 코끼리공장의 해피엔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백암 / 1993년 10월
평점 :
절판


대체로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하루키 개인에 대한 충성도도 높은 편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 처가 좋으면 처갓집 말뚝에도 절을 한댔던가. 나는 하루키가 좋아서, 야쿠르트 팀도 좋고 안자이 미즈마루 씨도 맘에 든다. 하루키 말대로 두부는 정사 후에 먹는 게 제일 맛있을 것 같고, 모르는 도시에 가서 영화 한 편 봐야 할 것 같고, 아침부터 기차에서 비프 커틀릿이랑 맥주를 마셔줘야 할 것 같다. 소심하고 쫀쫀한 일상 속의 하루키를 만날 수 있으니 간혹 이런 수필집 읽는 맛도 괜찮다.

별 하나를 뺀 건, 맞춤법이나 띄워쓰기 오류가 심각하게 많기 때문.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틀린 맞춤법 교정보는 것도 이 책 읽는 쏠쏠한 재미 중 하나다. 하루키의 다른 책들과 겹치는 내용이 많아서 그닥 새로울 것이 없다는 것도 단점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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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수필집 1 - 코끼리공장의 해피엔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백암 / 1993년 10월
절판


때로 인생이란 커피 한 잔이 안겨다 주는 따스함의 문제, 라고 리차트 브로티간의 작품 어딘가에 씌어 있다. 커피를 다룬 글 중에서, 나는 이 문장이 제일 흡족스럽다.
- 커피를 마시는 어떤 방법에 대하여 --19쪽

나는 류 아처를 주인공으로 하는 로스 맥도날드의 일련의 작품들을 몽땅, 꼬리 끄뎅기까지 좋아한다. 로스 맥도날드의 소설이 지니는 미덕은 그 부끄러움을 타는 듯한 소심함과 성실함 속에 있다. 물론 결점도 그 안에 있다. 그러나 그런 모든 것을 다 뭉뚱그려서, 나는 로스 맥도날드의 소설을 좋아하는 것이다.
- 마이 네임 이즈 아처 --24쪽

"이 부근에 있는 개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얘기예요. 이 드넓은 숲 어딘가에 수정으로 된 작고 동그란 연못이 있어서 말이죠, 그 수면이 마치 거울처럼 매끈매끈하거든요. 그리고 거기에는 늘 저녁 노을이 비추어져 있다는 얘기예요. 아침에도 낮에도 밤에도 늘 저녁 노을이죠."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
"글쎄요." 라고 말하고 개는 어깨를 으쓱했다.
"수정이란 아마도 기묘하게 시간을 빨아들이는 모양이죠. 정체 모를 심해어처럼 말이에요."
"그리고 그건 아주 위험하겠지?"
"예, 그 광경을 본 사람은 모두 거기에 빠져들고 싶어진대요. 아무튼 정말 너무 너무 아름다운 저녁 노을이라서. 그리고 한 번 거기에 빠져든 사람은 영원히 그 저녁 노을의 세계 속을 헤매 돌아다니게 되죠."
"별로 나쁘지는 않잖아."
- 거울 속의 저녁 노을 --28쪽

SNEAK은 '살금살금 걷다'란 뜻이다. 과연 스니커를 신으면 살금살금 걸을 수 있다. 스니커를 최초로 발명한 사람은 틀림없이 친구들이나 가족들로부터 신나게 불평을 들었을 것이다. '누, 누구야! 너야. 뒤에서 살금살금 다가오니까 깜짝 놀랬잖아'라든가, '당신, 이제 그 새 신발 그만 신었으면 좋겠는데요. 나, 섬뜩해서 접시를 벌써 세 개나 깨고 말았다구요; 라든가 하고.
- 마이 스니커 스토리 --40쪽

낮 시간에 아오야마 거리를 거닐고 있으면, 그렇고 그런 인간들과 곧잘 마주치곤 했다. 일러스트레이터인 안자이 미즈마루 씨와는 유난히도 자주 맞닥뜨렸다.
"안자이 씨, 뭐 하고 계세요?"
"아, 아, 뭐, 딱히, 잠깐 좀 말이지."
하는 식이다. 안자이라고 하는 사람은 정말로 한가한 것인지, 아니면 사실은 바쁘기 짝이 없는데도 그것이 얼굴에 드러나지 않는 것인지, 그 경계를 전혀 알 수 없는 사람이다.
- 메밀국수집의 맥주 - -75쪽

삼십 년에 한 번밖에 우승을 하지 않는 팀을 응원하고 있노라면, 딱 한 번의 우승으로라도 오징어를 질겅거리듯 십 년 정도는 즐길 수 있다.
- 삼십 년에 한 번 - -77쪽

설령 메뉴에 비프 커틀릿이 들어 있지 않다 해도, 열차의 식당칸은 꽤 멋지다. 뭐랄까, 옛날 식당 같은 고아한 분위기가 좋다. 먹기 시작하기 전과 다 먹은 후에 서로 다른 장소에 있다는 것도 느낌이 신선하다. 그리고 덜커덩덜커덩하는 그 흔들림도 기분이 좋다.
- 식당칸과 맥주 --146쪽

모르는 거리의 모르는 영화관에 들어가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영화가 묘하게 전신으로 파고 들어온다. 이것은 아마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 본질적으로는 서글픔을 동반하기 때문이라서가 아닐까 하는 기분이 든다.
- 여행지에서 영화를 보는 일에 대하여 --148쪽

신주쿠에 있는 술집 중에 아주 맛있는 두부를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는데, 누군가 나를 그곳에 데려갔을 때, 나는 너무 너무 맛있는 나머지 네 모를 연달아 먹어 치웠다. 간장이나 양념, 그런 것을 전혀 뿌리지 않고, 그냥 새하얗고 매끌한 것을 날름 먹어 치우는 것이다. 정말 맛있는 두부라면 불필요한 양념을 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영어로 하면 simple as it must be가 될까. 그 두부는 나카노에 있는 손두부집에서 요리집용으로 만드는 두부라고 하는데, 요즘에는 맛있는 두부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자동차 수출도 좋지만, 맛있는 두부의 생산을 격감시키는 국가 구조는 본질적으로 왜곡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두부에 관하여 (1) --161쪽

'두부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무얼까?' 하고 한가한 때에 생각해 본 일이 있다. 대답은 한 가지밖에 없다. 정사를 나눈 후에 먹는 것이다.
- 두부에 관하여 (4) - -166쪽

우리 집에 책이 너무 많아져서 며칠 전 책장을 새로 사들였다. 직업상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책이란 점점 늘어나기 마련인 그런 것이다. 짜증이 나서 1/3 정도는 팔아 치우자고 아침부터 선별 작업에 착수했는데, 막상 처분을 하려고 하니 '이건 이미 절판된 책이고' '또 언제 읽을지도 모르니까' '팔아 봤자 싸구려인데'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전혀 숫자가 줄지 않는다.
- 책 이야기 (1) <일간 아르바이트 뉴스>의 탁월성에 대하여 --192쪽

특히 그리스에 있을 때가 그랬는데, 아침에 일어난다 → 밥을 먹는다 → 수영을 한다 → 밥을 먹는다 → 낮잠을 잔다 → 산책을 한다 → 술을 마신다 → 밥을 먹ˆf나 → 잔다, 이런 패턴을 매일 매일 반복하느라, 신문이 파고 들어올 여유가 도무지 없었다. 그리스란 나라는 정말 굉장한 나라라고 생각한다.
- 신문을 읽지 않음에 대하여 --208쪽

때때로 혼자서 토론을 하며 즐기곤 한다. 예를 들면 '인간에게는 꼬리가 있는 편이 좋은가 나쁜가' 하는 테마를 가지고 꼬리 지지파 A와 꼬리 배척파 B를 차례차례 연기하면서. 그런 걸 해 보면 인간의 의견 혹은 사상 같은 것이 그 얼마나 불분명하고 임기응변적인가 하는 걸 알 수 있다.
- 설날은 즐거워 (2) --246쪽

하루키 : 그래요. 빚이란 아주 바람직한 것이죠.
미즈마루 : 열심히 일하게 되니까.
하루키 : 연대감 비슷한 게 생기니 말입니다.
- 남자한테 '이른 결혼'은 손해인가 이득인가 / 안자이 미즈마루에게 듣는다 - -259쪽

아무래도 카레라이스는 어린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중독되는 음식인지,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여자한테 샤부샤부로 곤죽이 되도록 공세를 하는 야쿠자처럼, 고기를 먹지 않는 나는 어머니 덕분에 카레라이스 중독에 걸리고 말았다.
- 카레라이스 이야기 / 글 :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무라카미 하루키 --2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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