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유곤 옮김 / 문학사상 / 2000년 8월
구판절판


"하지만 이곳에 이러고 있어도 그다지 멀리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데. 참 이상해요."
"비행기 탓일 거예요.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하고 시마오 양이 말했다. "몸은 이동해도, 그에 맞춰 의식이 따라오지 못하는 거지."
- 쿠시로에 내린 UFO --34쪽

"우리 어머니는 연어 껍질을 제일 좋아하는데, 껍질만 있는 연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늘 말했어. 그러니까 알맹이 같은 건 없 없는 편이 나은 경우도 있을지 몰라. 안 그래?"
껍질만 있는 연어를 고무라는 상상해 보았다. 그러나 만일 껍질만 있는 연어가 있다고 한다면, 그 연어의 알맹이는 '껍질 자체'가 된다는 얘기 아닌가?
- 쿠시로에 내린 UFO --46쪽

잭 런던의 <모닥불>
- 다리미가 있는 풍경 --58쪽

"마사키치라는 이름의 곰은 아무리 먹어도 먹어 치울 수 없을 만큼 많은 벌꿀을 따서, 그걸 양동이에 담아 가지고 산에서 내려와 시장으로 팔러 갔다는 거야. 마사키치는 벌꿀 따는 덴 도사였거든."
- 벌꿀 파이: 소설가 쥰페이의 사랑 --171쪽

열려진 창문에서 들어오는 바람결을 타고 라디오 소리가 들려왔다. 유행가가 은은히 귓전에 맴돌았다. 이 노래는 죽을 때까지 잊혀지지 않을 거라고 쥰페이는 생각했다. 사지만 실제로는, 훗날 아무리 기억의 창고를 더듬어 보아도 그 곡의 제목이나 멜로디 따위는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 벌꿀 파이: 소설가 쥰페이의 사랑 --185쪽

"... 아마도 네겐 너 나름대로의 까다로운 살아가는 방법이 있을 거야. 그건 나도 알아. 그렇지만 내가 보기엔 바지를 입은 채 팬티를 벗으려 하는 것으로밖엔 보이지 않지만 말야. 팬티를 벗어야 하는데 바지라는 체면만 생각하면 되겠어?"
- 벌꿀 파이: 소설가 쥰페이의 사랑 --197쪽

생각해 보면 쥰페이의 사요코의 관계는 시종일관 다른 누군가의 손에 의해 결정되었다. 그는 늘 수동적인 입장에만 서 있었다. 사요코와 그를 서로 만나게 해준 건 다카쓰키였다. 다카쓰키가 그의 동급생 중에서 두 사람을 선택해서 3인조를 구성했다. 그후 다카쓰키는 사요코를 유혹하여 결혼했고, 아기를 만든 후, 이혼했다. 그리고 지금은 쥰페이에게 사요코와 결혼하라고 권하고 있다.
물론 쥰페이는 사요코를 사랑하고 있다. 그건 의문의 여지가 없다. 지금이 그녀와 결합할 절호의 찬스가 아닌가. 아마도 사요코는 그의 청혼을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도 물론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너무 지나치게 절묘하다, 고 쥰페이는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자신이 결정할 사항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는 머릿속으로 계속 헤아렸다. 그러나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지진이 들이닥쳤다.
- 벌꿀 파이: 소설가 쥰페이의 사랑 --2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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