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이 기가 막혀! - 평양동무 림일의 웃음도서 2탄
림 일 지음 / 맑은소리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일 때문에 몇 번 만난 적이 있는 림일 씨는 참 유쾌한 사람이다. 면면을 들여다보면 아픈 속내가 분명 있을 텐데, 웬만하면 밝은 '체' 하신다. 그래서인가 보다. 그의 책은 유머러스하면서도 어딘지 애잔하다. 어쩔 수 없는 남과 북의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려나. 하지만 어려운 정치나 사회 문제가 아닌 평양의 소소한 일상을 담았다는 데는 분명 플러스 요소가 있다.

북한의 생할상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이라면 기꺼이 추천한다. 더 쉽게 알고 싶으면 오영진 작가의 만화책 <평양 프로젝트>도 기꺼이 추천. 나는 반공교육을 철저히 받은 세대지만, 그렇지 않은 좀 더 어린 분들에게는 이런 책들 덕분에 북한이 멀지 않게 느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훔친 여름 김승옥 소설전집 3
김승옥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달째, 전체 내용보다는 문장에 집착하고 있다. 문장이 아름다우면 새삼 작가가 달라보이고, 전체도 아름다워 보이는데, 얼음밥을 먹고서야 감성시어들을 내뱉을 수 있게 된 이외수처럼, 김승옥도 분명 그러했으리라. 비슷한 형태의 얼음밥을 먹지 않고서야 이런 문장은 나올 수가 없다. 햇볕과 마루가 간통을 한다느니, 과일 냄새가 매울 만큼 진하게 난다느니 하는 펄떡이는 문장들은, 대낮이 외상값처럼 밀려든다던 기형도의 문장 이후로 가히 최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훔친 여름 김승옥 소설전집 3
김승옥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0월
장바구니담기


햇볕이 들었다가 물러가는 마루 끝에 앉아서 마치 햇볕과 마루가 간통을 하는 것을 보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히며-25쪽

비도 자기 집 안방에 이부자리나 깔고 누워서 구경해야만 시원할 수도 있고 구슬플 수도 있고 아름다울 수도 있고 푸근할 수도 있는 법이지, 타향의 추녀 밑에 서서 본다면, 세상도 그만 이걸로 끝장이 났으면 하는 하염없는 생각밖에 나지 않을 것 같았다.-106쪽

괜히 부자가 된 듯한 느낌을 얻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바닷가로 가기를 권한다. 사람이 하는 일들이 그다지도 절대적으로 보이고, 남이란 것이 그다지도 뚫고 넘어갈 수 없는 성벽처럼 생각될 때는 바닷가로 가기를 권한다.-146쪽

가까운 상점에서 과일의 향기가 매울 만큼 진하게 풍겨오고 있었다.-22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사는 여기 머문다 - 2007년 제31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전경린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0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찌르르르. 마음이 울린다.

"우린 만나자마자 헤어지기 시작했어."

묻어두고 싶을만치 슬픈 연애를, 그러나 있음직한 연애를 어쩌면 이다지도 잘 표현했을까. 실은, 나도 그런 연애를 해봐서인지, 찌르르르, 정말로 마음이 울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사는 여기 머문다 - 2007년 제31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전경린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07년 1월
장바구니담기


"우린 만나자마자 헤어지기 시작했어."

<천사는 여기 머문다, 전경린>-61쪽

그러나 말은 오줌 누는 것과 같아 시작은 그럭저럭 참을 수 있으나 한 번 나오기 시작하면 도중에 끊기는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다.

<아버지와 아들, 한창훈>-100쪽

들이대는 꼴을 보고 있자면 선산 팔아먹은 오촌 같을 때가 있지만 그래서 이르기를 불알과 자식은 짐스러운지 모른다고 했던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 한창훈>-112쪽

상욱이 이제껏 지켜봐온 노인이나 폐인들은 집요하게 현재적이었다. 죽음에 가까울수록 그들은 현재에만, 오직 찰나에만 집착했다. 그렇게 기억의 보따리가 지나치리만큼 가벼워져 거의 비인간에 가까워진 종족을 일컫는 이름을 상욱은 얼마 전 책에서 발견했다. 그 이름은 보보크 또는 보보보크였다.
어느 러시아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서 죽은 자들이 죽은 후에도 얼마간 삶을 지속한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펴고 있었다. 그 작가에 따르면 육체적 생명이 끊어진 후에도 정신적 생명은 마치 자신의 관성을 쉽게 그만두기 아쉽다는 듯 여분의 삶을 산다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무덤 속에 거의 완전히 부패된 시체가 있다고 하자. 육체는 썩었어도 죽은 자의 의식은 몇 주일이나 몇 달에 한 번씩 깨어나 갑작스레 무슨 말인가를 내뱉는다는 것이다. 귀를 기울여보면 콩알이란 의미인지 뭐라는 의미인지 보보크, 보보보크라고 하는데, 물론 아무런 의미도 없는 말이었다.

<약콩이 끓는 동안, 권여선>-167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