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들었다가 물러가는 마루 끝에 앉아서 마치 햇볕과 마루가 간통을 하는 것을 보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히며-25쪽
비도 자기 집 안방에 이부자리나 깔고 누워서 구경해야만 시원할 수도 있고 구슬플 수도 있고 아름다울 수도 있고 푸근할 수도 있는 법이지, 타향의 추녀 밑에 서서 본다면, 세상도 그만 이걸로 끝장이 났으면 하는 하염없는 생각밖에 나지 않을 것 같았다.-106쪽
괜히 부자가 된 듯한 느낌을 얻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바닷가로 가기를 권한다. 사람이 하는 일들이 그다지도 절대적으로 보이고, 남이란 것이 그다지도 뚫고 넘어갈 수 없는 성벽처럼 생각될 때는 바닷가로 가기를 권한다.-146쪽
가까운 상점에서 과일의 향기가 매울 만큼 진하게 풍겨오고 있었다.-2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