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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훔친 여름 ㅣ 김승옥 소설전집 3
김승옥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0월
평점 :
몇달째, 전체 내용보다는 문장에 집착하고 있다. 문장이 아름다우면 새삼 작가가 달라보이고, 전체도 아름다워 보이는데, 얼음밥을 먹고서야 감성시어들을 내뱉을 수 있게 된 이외수처럼, 김승옥도 분명 그러했으리라. 비슷한 형태의 얼음밥을 먹지 않고서야 이런 문장은 나올 수가 없다. 햇볕과 마루가 간통을 한다느니, 과일 냄새가 매울 만큼 진하게 난다느니 하는 펄떡이는 문장들은, 대낮이 외상값처럼 밀려든다던 기형도의 문장 이후로 가히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