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정원 일의 즐거움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 이레 / 2001년 10월
절판


그리고 끝으로 가장 좋은 상대를 말하자면, 내 작은 집의 벽을 가득 채우고 있는 많은 책들이다. 그들은 내가 깨어나고 잠이 들 때, 식사할 때나 일을 할 때, 좋은 날이나 궂은 날에나 내 곁에 있다. 그들은 나한테는 마치 친숙한 얼굴들과도 같이 고향집에 있는 듯한 기분 좋은 환상을 불러일으킨다.-67-68쪽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건 바로 체념했다는 뜻이다.-2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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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만 아름다워도 꽃대접을 받는다
이윤기 지음 / 동아일보사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이윤기 작가가 곧잘 쓰는 표현 중에 "얼굴에 모닥불 묻은 심정으로"라는 말을 굉장히 좋아한다. 이 책의 내용 중 상당수는 아마도 그렇게 얼굴에 모닥불 묻은 양 화끈거리는 마음으로 쓰여졌을 터. 그만큼 솔직하다는 얘기고, 그만큼 들을 얘기가 많다는 얘기다.

이 책 역시 홍대 벼룩시장에서 운좋게 구한 책. 이윤기 작가의 책은 절판된 게 많은데 나는 벼룩시장에서 운좋게 많이 구해들였다.

역시나 헌책도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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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만 아름다워도 꽃대접을 받는다
이윤기 지음 / 동아일보사 / 2000년 7월
구판절판


왕래소통이 자유로워지면 물이 단 우물에 사람이 꾀어 먼저 마르기 마련인 것이다.-13쪽

'부르주아(bourgeoisie)'는 '부르', 즉 성 안에 사는 정신 노동자라는 뜻이다. 부르주아에 반대되는 계급은 프롤레타리아, 라틴 어로 '자식 밖에는 나라에 바칠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42쪽

미국 사는 영어 교재 저술가 조화유씨는 영어를 발음할 때 R는 '으르', L은 '을르'로 발음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한 적이 있는데 참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사실은 일찍이 중학교 시절에 우리 친구들이 먼저 만든 법칙이기는 하지만...
엘비스 프레슬리가 불러서 아주 명곡으로 만든 노래 가사 첫머리를 이 법칙에 따라 우리 글로 표기하면 이렇게 된다.
"을러브 미 텐더, 을러브 미 스위트(Love me tender, love me sweet)."-110쪽

한 어리석은 사람이, 시냇물 소리가 하도 좋게 들려서 더 좋게 하려고 바위를 몇 개 들어 치워주었더란다. 그랬더니 시냇물에서는 더이상 소리가 나지 않더란다.
'수심'은 바위와 같은 것이다. (아리랑 2절의 '수심' 이야기)-150쪽

눈물을 뜻하는 한자에는 루(淚)와 루(?), 두 가지가 있는데 전자는 흐르거나 떨어지는 눈물, 후자는 괴어 있는 눈물이다. 노래방에는 전자가 있을 뿐, 후자는 없다. 괴는 족족 흘려보내는 시대, 물소리 지어낼 바위 하나 없는 이 시대가 나는 싫다.-156쪽

얼굴에 모닥불 묻은 심정으로 고백한다.-1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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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제 죽인 괴물 - 이윤기 산문집
이윤기 지음 / 시공사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책 중 기억에 남는 일화 하나. (3부 먹자고 하는 짓인데- 에 나오는 얘기다.)

한정식을 좋아하는 이윤기는, 어느 날 한정식을 즐기기가 껄끄러워진다. 저녁 만찬 일정을 걸게 잡아도 되는 날이면 어떻게든 동료들을 꾀어 기어이 한정식을 맛보고, 매일매일 칠첩 반상기에 차려진 사계절 진미를 먹고 싶어했으며, 전주 여행은 전율을 안길 만큼 좋아했었는데 말이다.

아하. 이유를 듣고 보니 고개가 끄덕지고 '역시 배울 만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눈썹에 이르도록 공손하게 밥상을 들어다 바치는 이른바 거안제미를 누구에게도 시키고 싶지 않고, 쓰레기가 될 남긴 반찬이 눈에 밟히기 때문이란다. 게다가 제대로 차려진 한정식 상에서 주인이 하인들에게 밥상을 물려주는 '대궁밥상' 문화의 슬픈 잔영까지 읽히고 나니, 아이고, 한정식은 이제 죄스러워서라도 못 먹겠구나 생각이 든단다.

그래서 이윤기가 택한 방법은 '날마다 도는 점심상', 회전 초밥이다. 간장 한 숟가락 남짓 따른 다음, 된장국 두 사발 앞에 놓고 앉아 회전대를 도는 초밥 여남은 개 집어먹으면서 된장국 마시면 점심식사가 끝난다. 초밥 접시엔 아무것도 남지 않으며 된장국 사발은 핥아 놓은 죽사발이고 간장조차 적당히 따라서 남아 있을 게 없다. 죄의식 없이 돌아설 때의 개운함이 좋다고 한다.

이게 바로 인간 이윤기이며 작가 이윤기다. 소소한 일상에서도 이것저것 생각이 많은 이윤기의 책은 그래서 읽고 나면 밑줄 그을 곳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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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제 죽인 괴물 - 이윤기 산문집
이윤기 지음 / 시공사 / 2002년 9월
절판


<자의식의 생일은 비오는 날>이라는 말이 있다. 고대의 원시인들은 날씨 좋을 때는 먹거리 사냥하느라고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비가 오면 사냥터로 나갈 수가 없다. 동굴 같은 데 똬리를 틀고 앉아 있으려니 별 생각이 다 들었을 것이다. 나는 무엇인가?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나는 장차 어찌 될 것인가? 사냥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그런 잡생각들이 그들의 자의식을 키웠을 것이다. 바로 그 자의식이 형이상학의 아버지 노릇을 하게 되었을 것이다.-21쪽

'내가 이것을 쓰고 그대가 이것을 읽는 순간도 마찬가지다. 시간에 저항하지 않는다면 시계가 뱉어내는 소리는 <째깍, 째깍, 째깍>이 아니라 <상실, 상실, 상실>이다.' (미국의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26쪽

갓 삶아낸 국수를 차거운 물에 씻어 건지다가 주위 눈치 한번 살피고, 한 움쿰 덤벅 집어, 쭈욱, 보조개가 아리해지도록, 국수 사리 꼬랑지가 콧등을 철썩 때리도록 빨아들이는 맛을, 물갓이 담백한 그 맛에 묻어 있는 나의 슬픈 과거를 아내는 모를 것이다.-60쪽

나는, 글 쓰는 일 역시 장 거리 약장수가 약을 파는 것과 흡사하다고 생각한다. 장 거리 약장수가 약을 팔려면 먼저 사람을 모아야 하듯이, 글로써 자기 뜻을 전하려면 먼저 독자를 글 속으로 끌어들임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읽게 해야 한다. 읽히는 데 실패한 주장은 발화되지 못한 주장이나 마찬가지다.-125쪽

'Non cuivis homoni contingit adire Corinthum(누구나 다 코린토스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잖겠어).'
<살다 보면 그런 수도 있는 거지 뭐>, 이런 뜻으로 하는 말이다.-131쪽

<문화일보>에 서양 신화 이야기를 1년 동안 주간 연재했다. 자랑스럽게 여기거니와 나는 2000년 1년 동안 동안 담당 기자를 곤란하게 만든 일이 거의 없다.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고, 딱 한 번 있었다. 원고가 잘 풀리지 않아서 산보 나갔다가 이문구의 소설 '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왔다'를 사들고 들어와 몇 줄을 읽는 치명적인 실수를 한 것이다. 담당 기자가 원고 들어오지 않는다고 독촉 전화를 걸어 투덜댔다. 나는 '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왔다'를 펼치는 실수를 했노라고 고백했다. 담당 기자의 반응은 이랬다. '어쩌다 그런 실수를 했어요? 거기서 빠져나와 원고 쓰기는 틀렸네요?' 결국 밤새워 원고 써서 보내야 했다.-135쪽

미셀 투르니에 선생의 책 '짧은 글 긴 침묵'과 '예찬'...-171쪽

그의 좌우명은 <콩 세 알>이다. 그는 자신의 <콩 세 알> 철학을 이렇게 설명한다. 농부들은 지게 작대기로 논둑에다 구멍을 뚫고 그 안에 콩 세 알을 넣은 다음 왕겨로 덮는다. 그들이 한 구멍에다 콩 세알을 넣는 뜻은, 한 알은 땅의 주인인 벌레가 먹고, 한 알은 공중의 주인인 새들이 먹고, 남은 한 알만 하늘과 땅을 빌어 한 세상 살다 가는 농부 자신의 몫으로 챙기겠다는 뜻이다.-195-1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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