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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 구운몽 ㅣ 최인훈 전집 1
최인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11월
평점 :
내가 가진 것은, 1995년에 발행된 3판 5쇄본.
무려 5가지 버전의 서문이 들어있다.
1961년판 서문,
친구 이명준의 진혼을 위하여 쓴 1973년판 서문,
일역판 서문,
1976년 전집판 서문,
그리고 마지막으로 1989년판 서문.
서문만 봐도 역사가 한눈에 주르륵 꿰어진다.
개정이 될 때마다 한자어는 비한자어로 바꾸어지고
세로쓰기는 가로쓰기로 바뀌었다.
광장은 어떤 면에서 보면 <출발 비디오 여행> 같은 책이다.
왜, 그런 느낌 있잖은가.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너무나도 자세하게 줄거리 듣고 분석까지 듣다 보면,
정작 극장에서는 보기가 싫어지는 것.
이건 뭐 본 것도 아니고 안 본 것도 아닌데 왠지 돈 주고 보려니 그건 쫌 아까운 느낌?
광장은 수능시험 준비하던 고3때 요약본으로 읽었던 것 같다.
아니, 결말 부분만 문제집 여기저기에 많이 실렸던가?
이건 중요한 작품이니 주인공의 의도가 무언지 꼭 알아야 한다며
선생님들이 줄거리를 소상히도 알려줬던 기억...
그래. 광장이 굉장히 큰 문학사적 가치를 가진다 해도
왠지 돈 주고 사서 읽기는 아까운 느낌이었다.
그러던 것이 얼마 전 김용규의 <철학 카페에서 문학 읽기>를 독파하고 나선,
그.래.도. 꼭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아아앙. 잘한 일이었어.
주인공 명준이 남으로 갈래 북으로 갈래 딴 나라로 갈래 갈팡질팡하다가
그냥 바다로 퐁당 빠져버린단 줄거리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 앞뒤로 얽힌 서사가 기가 막히다.
역시나 다시 한 번 "고전은 읽을 가치가 있다"는 진리를 깨닫게 된 시간.
5가지 버전의 서문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것도 꽤나 가슴 벅차다.
뭐야. 책 한 권에 뭐 이렇게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냔 말이다.
헌책방에 들르길 잘했군, 잘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