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것에 이별을 2
한수산 / 삼진기획 / 1997년 2월
품절


인도의 어느 철학자는 말했었다. 섹스, 남녀의 성교에는 여덟 가지가 있다고.
그에 의하면, 여자가 하는 이야기를 기분 좋게 듣고 있는 것도 성교였다. 아무도 없는 자리에서 여자와 소근소근 속삭이는 것도 성교였다. 여자의 물건을 자기 옆에 놓아두고 즐거워하는 것도 성교의 하나였다. 여자를 매만지거나 스치는 것도 성교였다. 여자와 함께 오래 앉아 있는 것도 성교였고,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는 것 또한 성교였다.-161쪽

"제주에서는 저녁 때 서쪽으로 가야 합니다."
"무슨 시 같군. 제주의 저녁은 서쪽에 있습니다."
선글라스를 밀어올리면서 그가 혜련을 보았다. 제주에서 협재대정 쪽으로 난 일주도로를 끼고 돌기로 하고 떠난 길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에 이런 게 있지. 파리행 비행기는 밤에 떠납니다. 이별의 시간을 아끼십시오. 팝송이야."-22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든것에 이별을 1
한수산 / 삼진기획 / 1997년 2월
품절


자신의 남자가 커피에 몇 스푼의 설탕을 넣는지를 알 때쯤이면 여자는 결혼을 했거나 아니면 헤어져 있어야 한다. -12쪽

한 여자는 남자의 기억 속에 얼마나 오래 잠겨 있을 수 있는가. 그것은 두 사람이 치러낸 관계의 깊이에 따라 길어질 수도, 아니면 소나기처럼 지나갈 수도 있겠지.-26쪽

모든 사랑의 시작이 그렇지 않은가? 사랑이 무슨 시험을 쳐서 시작하거나 면허를 따야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기차여행에서, 등산길에서, 어느 찻집에서 그렇게 만나면서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인연이 길고 뜨거운 것이 될 때, 그것은 오래 남아서 즐겁거나 서러운 문양을 만들게 된다.
날줄과 씨줄을 엮어 무엇을 짜내는가는 그 만남 뒤의 일이다. 잠깐의 만남으로 영영 잊혀진 얼굴들이 있다 해도, 모든 사랑의 시작은 그렇게 짧게 이루어지는 게 아닌가?-27쪽

바다 위에 비가 뿌리고 있다. 물 속으로 물이 떨어지고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물인 바다 속으로 가장 작은 물인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43쪽

"이리 봐도 좋고, 저리 봐도 좋고, 엎어놓고 봐도 좋고, 뒤집어놓고 봐도 좋고, 낮에 봐도 좋고, 밤에 봐도 좋고... 그러다가 어느 날 꿈 깨니까 내 팔자가 이 꼴이드라."-63쪽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매일 머리를 감게 하고 매일 구두를 갈아 신게 할 그런 남자도 나에게는 없다. 이게 바로 늙는 거구나 싶었어요."-84쪽

"그때 오빠, 우리는 어울리지도 않게 포도주를 사가지고 갔었잖아요. 산에 포도주를 사가지고 가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을 걸 하면서 말예요."
"으음, 그때 그랬었지, 맞아. 잠깐만, 그런데 그 일을 행복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 않니. 다들 산에 가고, 포도주도 마시고 그러는데."
"그때 술잔이 없어서 사과로 잔을 만들었었잖아요." (박순녀의 '산에서 만난 남자')-22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문난 옛날 맛집 - 정성을 먹고, 추억을 먹고, 이야기를 먹는
황교익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무라카미의 책을 읽고 나면 오이와 햄을 넣은 샌드위치나 간단하게 만든 파스타,
두부와 맥주(특히 정사 전에...) 등을 먹고 싶어지는데,
나는 이렇게 에둘러치듯 침이 고이게 만드는 책들이 참 좋다. 

황교익의 이 책은 작정하고 '먹을 것'들에 대해 써내려갔으니 에둘러치듯 침이 고이진 않는다.
그런데 황교익 말대로 '감각의 확장(?)'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책에 나오지도 않은 과메기가 몹시도 먹고 싶다.
계절도 아닌 이 때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문난 옛날 맛집 - 정성을 먹고, 추억을 먹고, 이야기를 먹는
황교익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절판


우리나라 사람들은 찬 음식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특히 밥의 경우 따뜻해야 제대로 먹은 것으로 여긴다. '주모' 입장에서는 찬밥을 내놓을 수 없으니 따뜻한 국물에 밥을 말아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따로국밥이란 음식이 선보인 시점이 1970년대, 그러니까 밥을 따뜻하게 보관할 수 있는 용기(스티로폼 박스나 보온밥통 등)가 개발된 때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조선시대 패스트푸드, 국밥>-178쪽

나는 김훈 팬이다. 그의 글이라면 소설, 수필, 잡문 가리지 않고 다 읽는다. 그의 글에 음식에 대한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데, 어느 책에서 재첩국을 두고 '식물성 음식과 동물성 음식의 중간 맛'이라고 평가한 것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 조개치고는 흐릿한 그 재첩 맛을 두고 이처럼 명쾌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었다. 그의 미각 수준은 보통이 넘는 게 분명하다.
<한국 음식의 중심, 밥>-206쪽

나는 자잘한 깨달음들로 인해 인생이 퍽 즐겁다. 이건 일종의 감각의 확장 같은 것인데, 겪어보지 않은 이에게 그 즐거움을 설명하기란 참 어렵다.
<맛으로 깨칠 수 있을까>-224쪽

"네가 좋아하는 음식을 말하면 네가 어떤 사람인지 말할 수 있다."
<에필로그>-28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스트 알베르 카뮈 전집 7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199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페스트를 옆구리에 끼고 차에 올랐는데 Ryu가 흘깃 쳐다보더니 콧방귀를 뀐다.

- 페스트를 아직까지도 안 읽어봤어?
- ......
- 어떻게 페스트를 안 읽어볼 수가 있냐.
- 그러는 그쪽은 멋진 신세계 읽어봤어?
- ......
- 어떻게 멋진 신세계를 안 읽어볼 수가 있냐.

말은 그렇게 했지만, Ryu보다 페스트를 늦게 읽었다는 사실이 분하다.
게다가 페스트는, 베스트셀러를 설명하기 위해 종종 인용될 정도 아닌가.

카뮈 스스로 자신의 소설 가운데서 <이방인>은 부정,
<페스트>는 긍정의 표현으로 꼽았다는데
아아아 부끄럽게도 나는 이방인도 아직 읽지 못했구나.
이방인은 Ryu의 눈길을 피해 몰래 읽은 다음에 짠 나타나야겠다.

첫 구상부터 마무리까지 7년이 걸렸다는 페스트의 친필원고는
파리 국립도서관에 기증돼 보관돼 있다고 한다.
작가 수첩까지도!

파리에 가야 할 명분이 생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