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것에 이별을 1
한수산 / 삼진기획 / 1997년 2월
품절


자신의 남자가 커피에 몇 스푼의 설탕을 넣는지를 알 때쯤이면 여자는 결혼을 했거나 아니면 헤어져 있어야 한다. -12쪽

한 여자는 남자의 기억 속에 얼마나 오래 잠겨 있을 수 있는가. 그것은 두 사람이 치러낸 관계의 깊이에 따라 길어질 수도, 아니면 소나기처럼 지나갈 수도 있겠지.-26쪽

모든 사랑의 시작이 그렇지 않은가? 사랑이 무슨 시험을 쳐서 시작하거나 면허를 따야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기차여행에서, 등산길에서, 어느 찻집에서 그렇게 만나면서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인연이 길고 뜨거운 것이 될 때, 그것은 오래 남아서 즐겁거나 서러운 문양을 만들게 된다.
날줄과 씨줄을 엮어 무엇을 짜내는가는 그 만남 뒤의 일이다. 잠깐의 만남으로 영영 잊혀진 얼굴들이 있다 해도, 모든 사랑의 시작은 그렇게 짧게 이루어지는 게 아닌가?-27쪽

바다 위에 비가 뿌리고 있다. 물 속으로 물이 떨어지고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물인 바다 속으로 가장 작은 물인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43쪽

"이리 봐도 좋고, 저리 봐도 좋고, 엎어놓고 봐도 좋고, 뒤집어놓고 봐도 좋고, 낮에 봐도 좋고, 밤에 봐도 좋고... 그러다가 어느 날 꿈 깨니까 내 팔자가 이 꼴이드라."-63쪽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매일 머리를 감게 하고 매일 구두를 갈아 신게 할 그런 남자도 나에게는 없다. 이게 바로 늙는 거구나 싶었어요."-84쪽

"그때 오빠, 우리는 어울리지도 않게 포도주를 사가지고 갔었잖아요. 산에 포도주를 사가지고 가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을 걸 하면서 말예요."
"으음, 그때 그랬었지, 맞아. 잠깐만, 그런데 그 일을 행복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 않니. 다들 산에 가고, 포도주도 마시고 그러는데."
"그때 술잔이 없어서 사과로 잔을 만들었었잖아요." (박순녀의 '산에서 만난 남자')-2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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