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보객 책속을 거닐다 - 장석주의 느린 책읽기
장석주 지음 / 예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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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애인한테 된통 차였을 때,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맞아서 방구석에 쭈그러져 있을 때 읽으면 아주 좋겠다.
기본적으로 '책'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게 묘하게도 위로가 되는 부분이 많다.
역시나 책은 인생 다방면의 스승. 

이 책의 꼬리를 이어서 읽고 싶은 책들도 많다.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라"는 구절이 있다는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은 사놓고선 아직 읽지 못했다.
도대체 그 책 어디에 저런 발칙한 문장이 있는지 꼭 찾아내야 하는데, 왠지 안절부절.
어떤 작품이든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는 작가들도 나열해 놨는데
그 중 아니 에르노, 장 필립 뚜쌩의 책을 읽어보기는커녕 이름도 처음 들어본다. 이건 왠지 분해.
시집은 취향이 아니지만, 장석남의 시집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는 꼭 한 번 봐야 할 것 같고,
과연 파리에서는 그 옛날 거북이를 데리고 아케이드를 산책하는 게 유행이었는지 살펴보기 위해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 1,2>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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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보객 책속을 거닐다 - 장석주의 느린 책읽기
장석주 지음 / 예담 / 2007년 12월
품절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라"는 제목은 앙드레 지드의 저 불멸의 책, <지상의 양식>의 한 구절에서 빌려온 것이다.-28쪽

폴 오스터, 아니 에르노, 알랭 드 보통, 장 필립 뚜쌩,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들은 믿을 만하다. 어떤 작품이든지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32쪽

인생에서 실패의 흔적을 갖지 않은 사람은 청춘을 제대로 산 사람이 아니다. 절망감으로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자신이 대세순응주의자가 아닌가를 의심해봐야 한다.-77쪽

엉겁결에 외톨박이의 운명을 떠안은 노총각, 은둔자, 외톨박이들은 쓸쓸한 저녁이면 <커피프린스 1호점> 같은 티브이 드라마에 눈길을 고정한 채 기름에 튀긴 닭고기를 뜯으며 차가운 맥주나 들이키는 거다. 맥주가 식도를 넘어갈 때 진저리를 치는 것은 맥주가 차기 때문이 아니라 뼈가 녹는 듯 처절한 외로움 때문에 치를 떠는 거다.-82쪽

외로움이 찾아올 때 너무 두려워 마라. 외로움은 이러저러한 관계에서 쌓인 피로를 푸는 휴식, 감정의 찌꺼기들을 씻어내는 정화소가 될 수도 있을 테니까. 어느 쪽을 선택할까? 외로움에 뺨 맞고 방구석에 처박혀 시무룩해 있을 건가, 아니면 외로움을 준마처럼 몰고 저 사유의 벌판을 달려볼까?-84쪽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누군가를 잘 알아서가 아니라 모르기 때문이다. 사랑에 빠진 자는 모호함이 불러일으킨 환각에 포획된다. 사랑이 종종 불가해한 종교적 열정으로 치닫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남녀 간의 사랑은 이해도 포용도 아니다. 그것은 대상-사랑하는 사람의 관심과 열정, 더 나아가 그의 마음과 몸까지-의 포식이고, 그 포식으로 제 존재를 살찌우려는 섭생의 한 방식이다.-85쪽

"구스타브 해스퍼드는 전세계 도서관에서 책을 훔쳐다가 캘리포니아의 창고에 숨긴 죄목으로, 감옥에 갇혀 그 안에서 생을 마감했다. 스티븐 블럼버그라는 수집가는 수년 동안 미국 도서관에 있는 책을 몰래 훔쳐, 라벨과 표지에 붙은 접착제가 떨어질 때까지 침으로 핥아댔다. 이 엽기적인 방법은 책으로 보여주는 시체 애호가의 황홀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사냥꾼은 곧 책중독자이며, 중독의 황홀경에 빠진 사람들이다.-180쪽

태양에 바래지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236쪽

<독서광 일반병리학>에 따르자면 대개의 독서광들은 일상생활에서 청각 장애나 후각 장애와 같이 경미한 마비 증세를 겪으며 경부 관절통을 앓는다.-260쪽

세월은 문짝을 싫어해서 폐가에서 제일 먼저 문짝을 떼 가고...-300쪽

"살구나무에 잎이 다 졌으니 그 잎에 소리 내어 울던 빗발들 어쩌나 그래서 눈이 되어 오나?"
<장석남의 시, 겨울날>-305쪽

<도덕경>의 17장은 무리를 이끄는 지도자의 품격에 대해 말한다. 그 뜻을 풀면 다음과 같다. "최고의 지도자는 백성들이 그가 있다는 것만을 알 뿐이어야 하고, 그 다음 두 번째의 지도자는 백성과 그가 가깝고 사랑하여 그를 자랑하는 것이며, 그 다음 세 번째 지도자는 백성들이 그를 두려워하는 것이며, 그 다음 네 번째 최하의 지도자는 백성이 그를 업신여기는 것이다.-350쪽

"1840년경에는 거북을 데리고 아케이드를 산책하는 것이 고상한 일이었다."-3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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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1987년 제11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이문열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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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먼저 본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영화도 꽤나 괜찮았지만 원작은 더욱더 괜찮다.

또 하나 좋았던 단편은 문순태의 <문신의 땅>. 
이 작품에 나온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별 장면은
이제껏 읽은 어떤 아름다운 연인의 헤어짐보다 더 가슴 절절하다.
루마니아의 어떤 책엔 부부를 이렇게 정의했다더라.
방안에 들어온 모기가 상대방을 물어주기를 바랬다가도
맹수가 방안에 들어오면 한사코 서로를 보호해 주려 하는 게 부부라고.
루마니아의 부부가 서로를 맹수로부터 보호해 주려고 피터지게 싸울 때
우리나라의 순박한 부부들은 등에 연꽃을 새겨주는 것으로 목숨을 지켜주려 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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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 1987년 제11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이문열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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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이 어렸을 때, 징용에 끌려가는 아버지의 등을 바늘로 쪼아대며 울던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렸다. 어머니는 사지로 떠나는 아버지의 등에 작은 연꽃을 새겨 주면서, 죽을 고비에 닥쳤을 때 부처님께서 도와주실 것이라는 말로 아버지와 어머니 자신을 위로하였다.

<문순태 - 문신의 땅>-2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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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코는 없다 - 1994년 제18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최윤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199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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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보다는 윤대녕의 단편이 더 마음에 든다. 

윤대녕의 단편을 읽고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미노스의 궁전에서>가 읽고 싶어졌는데
새책을 파는 곳은 아무데도 없고, 다행히도 알라딘 중고샵에 적당한 게 있다.
그런데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 책도 2500원, 배송비도 2500원.
고민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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