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노희경 지음 / 한민사(=동쪽나라)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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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표지에 <노희경 장편소설>이라고 박혀 있지만, 사실은 노희경의 드라마 극본을 박숙정이라는 분이 소설로 각색한 것.
그럼 대사만 그대로 살리고 지문을 소설화한 건가?
소설을 드라마로 만드는 건 몰라도, 드라마를 소설로 만드는 건.... 감동을 반으로 줄이는 데는 최고의 방법!
드라마 대본 중 '지문' 부분을 그냥 문장으로 옮겨놓은 것으로 보이는데,
당연히 이외수가 얼음밥 씹듯 문장을 고민한 흔적은 전혀 없다.
쉽게 써내려간 문장에 상황만 눈물샘 쥐어짜는 판국이니 뭐.

그리고 어쩐지 이들 가족의 문제 해결 태도가 마음에 안 든다.
특히 유부남과 바람 핀 큰딸 연수.
유부남의 집에 가서 (거긴 왜 가!) 장롱 속에 차곡차곡 개켜진 남자의 옷들을 바라보고서야
이 남자도 누군가의 남편이구나, 그 아내는 이 남자를 정말 사랑하는구나, 깨닫는다.
그리고 더 웃긴 건, 자기의 어머니, 그것도 다 죽어가는 아픈 어머니도
아버지와 자식들을 위해 헌신한 한 사람의 여자라는 걸 깨닫고.
참으로 구질구질.

그런데 이게 드라마라면 또 얘기가 달라질지 모르겠다.
아줌마 시청자들을 잡아끌기에는 이만큼 통속적인 소재도 없지.

이 책 역시 천안에서 발견한 책대여점 폐업정리판에서 사왔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꽤 돈 아까울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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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노희경 지음 / 한민사(=동쪽나라) / 1997년 3월
절판


연수는 강물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서로 마주보지 않고 작별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저 어둠처럼 자꾸 가라앉으려는 마음을 애써 다독거렸다.-1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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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자 이치도 (순정)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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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가 소설을 차암 잘 쓴다는 걸 어딘가에서 읽거나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정작 내가 가진 그의 책은 <쏘가리>와 <새참>과 <소풍>과 <성석제의 이야기 박물지, 유쾌한 발견>과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과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뿐.
어머나 나 왜 이랬지? 성석제의 장편을 한 번도 안 읽어보다니!


그러던 차에 마침 천안에서 동생과 탕슉 먹으러 가다가 망한 책대여점을 발견하고 사들인 게 바로 <순정>.
성석제의 책이었지만 제목이 너무 말랑말랑 간지러워서 살까 말까 고민했지만, 그곳은 헌책방이 아니었던가!
헌책방에서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기가 참 쉽단 말이지.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홈쇼핑형 조마조마함이 발동하기 때문.

그리고, 번쩍! 하고 황홀한 순간이 찾아왔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성석제 문장을 침이 마르게 칭찬하는구나~를 비로소 알게 된 순간!
목소리 좋은 남자가 옆에서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듯(?) 읽어주는 것도 아닌데
어쩌면 문장 하나하나가 '읽는' 게 아니라 '듣는' 듯이 쏙쏙 들어오는지! 
이제껏 장문보다는 단문이 읽기 쉽지 생각했는데, 성석제식 장문이라면
아이고 이건 황송해서 신부 들러리마냥 문장 끄트머리를 받쳐주고 싶은 심정.

그리고 이건 내가 좋아하는 '호쾌한 남자'가 주인공 아닌가!
이런 게 바로 진짜 남자!
현실 속에서 진짜 결혼할테냐 하면 나는 꽁무니를 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뭐니뭐니 해도 이게 바로 진짜 남자!
게다가 치도 씨는 손재주(?)도 있잖아?

처음엔 말랑말랑해서 싫던 제목이 다 읽으니 이해가 된다.
어머 난 몰라, 치도 씨의 순정.

그런데 나중에는 <도망자 이치도>로 제목이 바뀌고 표지도 바뀌어 새로 나왔다.
서점에서 손길 가는 제목으로는 더 좋겠지만, 난 그래도 치도 씨의 <순정>이 훨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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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자 이치도 (순정)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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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에는 미친 사람들이 해마다 서너 명씩 봄철에 나타나서 여름내 돌아다니다가 날이 추워지면 어디론가 가버리곤 했다. 이치도는 다른 읍내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그 사람들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들은 길고 심각한 토론 끝에, 개나 사람이나 마찬가지로, 미친 사람들은 미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미치지 않은채 있다가 꽃이 피듯 봄이 되면 미치는 것이고 겨울이 되면 얼어죽으면서 후배들에게 바통을 물려주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러니까 어른들이 걸핏하면 "아이 썅. 술 허기져서 미치겠네" "마누라 때문에 정말 돌아버리겠어. 나이가 들면서 더 밝히니까 말야" 하는 말을 하는 게 아니겠는가.-38쪽

호흡 단련의 최고 수준으로 인정되어온 것이 뱃속의 태아처럼 배꼽으로 호흡한다는 태식법이다. 실제로 배꼽으로 호흡하는 것은 아니고 일 분에 한두 번, 그것도 숨결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만큼 가는 호흡을 하는데, 심지어는 피부로 호흡한다고 해서 피부호흡이라고도 한다.
무덤 속에 수백 수천 년 동안 정체되어 있는 공기를 호흡해야 하는 직업을 가졌다면 호흡법을 익힐 필요가 있다.-125쪽

대가는 남들도 다 하는 평범한 기술을 그 누구보다 완벽하게 연마한다. 가장 기본적인 동작을 하루도 쉬지 않고 연습하는 가운데 스타가 탄생한다.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되는 건 쉽지만 소도둑이 바늘도둑이 되기는어렵다. 바늘도둑으로 시작한 소도둑이 다시 바늘도둑이 될 수 있으면 대가라고 할 수 있다. 소든 바늘이든 "어라, 이게 언제 내 손에 들어왔지?" 하고 탄식하는 무념의 경지, 왼손이 훔치는 걸 오른손이 모르는 무상의 차원이 진정한 도둑이 지향하는 바다.-239쪽

방죽 좌우의 마을에서 하나씩 둘씩 불이 밝혀지기 시작한다. 마치 청결하게 닦아놓은 거울에 어린아이가 아무 생각 없이 붉은 크레용으로 점을 찍듯이.-2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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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꽃 향기 2
김하인 지음 / 생각의나무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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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것 역시 이제는 망해버린 비운의 인터넷 헌책방 훈북스닷컴에서 건져낸 책.
그 때 폐업기념(?) 50% 세일이라 참 대단했었는데...
엄청 싸게 파는 통에 정신줄 놓고 좋아했었지만, 이렇게 헌책방이 줄어드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이다.

<국화꽃 향기>는 메가티비에 콘텐츠가 있길래 영화로 보기 전에 책 먼저 읽자는 생각으로 장바구니에 넣었다.
이렇게 눈물샘 억지로 쥐어짜는 류의 로맨스는 생각보다 좋아하지 않는데
그래도 중학교 시절 할리퀸 로맨스를 무섭게 읽어치운 전력이 있기 때문인지
이런 연애소설은 참 빨리 읽힌다.
하룻밤새 두 권을 후딱. 

정말로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지고지순하고 영원한 사랑, 그래 그건 참 좋다.
나도 평소에 '쿨한 사랑'보다는 '질척질척한 사랑'이 더 진짜 쪽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중간중간에 나오는 손발 오그라드는 농담 따먹기 대화는 쫌...
거기에 "읍후후", "쩝쩝" 같은 의성어까지 왕왕 등장하는데, 괜히 소리나는 대로 한 번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어색어색. 

내용을 떠나, 이런 문장은 절대로 내 취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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