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자 이치도 (순정)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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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가 소설을 차암 잘 쓴다는 걸 어딘가에서 읽거나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정작 내가 가진 그의 책은 <쏘가리>와 <새참>과 <소풍>과 <성석제의 이야기 박물지, 유쾌한 발견>과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과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뿐.
어머나 나 왜 이랬지? 성석제의 장편을 한 번도 안 읽어보다니!


그러던 차에 마침 천안에서 동생과 탕슉 먹으러 가다가 망한 책대여점을 발견하고 사들인 게 바로 <순정>.
성석제의 책이었지만 제목이 너무 말랑말랑 간지러워서 살까 말까 고민했지만, 그곳은 헌책방이 아니었던가!
헌책방에서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기가 참 쉽단 말이지.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홈쇼핑형 조마조마함이 발동하기 때문.

그리고, 번쩍! 하고 황홀한 순간이 찾아왔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성석제 문장을 침이 마르게 칭찬하는구나~를 비로소 알게 된 순간!
목소리 좋은 남자가 옆에서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듯(?) 읽어주는 것도 아닌데
어쩌면 문장 하나하나가 '읽는' 게 아니라 '듣는' 듯이 쏙쏙 들어오는지! 
이제껏 장문보다는 단문이 읽기 쉽지 생각했는데, 성석제식 장문이라면
아이고 이건 황송해서 신부 들러리마냥 문장 끄트머리를 받쳐주고 싶은 심정.

그리고 이건 내가 좋아하는 '호쾌한 남자'가 주인공 아닌가!
이런 게 바로 진짜 남자!
현실 속에서 진짜 결혼할테냐 하면 나는 꽁무니를 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뭐니뭐니 해도 이게 바로 진짜 남자!
게다가 치도 씨는 손재주(?)도 있잖아?

처음엔 말랑말랑해서 싫던 제목이 다 읽으니 이해가 된다.
어머 난 몰라, 치도 씨의 순정.

그런데 나중에는 <도망자 이치도>로 제목이 바뀌고 표지도 바뀌어 새로 나왔다.
서점에서 손길 가는 제목으로는 더 좋겠지만, 난 그래도 치도 씨의 <순정>이 훨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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