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토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7
장 폴 사르트르 지음, 방곤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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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이맘 때 무엇하러 여기에 오느냐고 물어본다. 그는 그의 주인이 휴가를 주었기 때문에 곧장 도서관으로 왔으며, 점심도 안 먹을 것이고, 그대로 폐관 시간까지 책을 읽을 작정이라고 설명했다.-60쪽

"정말, 선생님은 운이 좋으십니다. 사람들이 하는 말이 정말이라면, 여행은 가장 좋은 공부입니다.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지요?"
나는 애매한 몸짓을 했다. 다행히도 그는 말을 계속했다.
"그건 참 놀라운 일일 겁니다. 언제고 만약 내가 여행을 하게 되면, 출발하기 전에 내 성격을 가장 사소한 점들까지도 기록해두고 싶어질 것입니다. 돌아왔을 때, 전에 내가 어떠했으며, 그 후에 어떻게 변했는가를 비교할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책에서 읽은 이야기지만 어떤 여행자들은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정신은 물론 육체도 몹시 변해서 그들의 가장 가까운 친척들도 그들을 알아보지 못했답니다."-69쪽

내 생각은 이렇다. 가장 평범한 사건이 모험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는 그것을 남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그것이 바로 사람이 속고 있는 점이다. 한 인간, 늘 이야기를 하는 자이며, 자기의 이야기와 타인의 이야기에 둘러싸여서 살고 있다. 그는 이야기를 통해서 그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본다. 또 그는 마치 남에게 이야기나 하는 것처럼 자신의 삶을 살려고 애쓴다. -78쪽

"(...)어떤 사람을 사랑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하나의 사업이 돼요. 에너지와 관용성과 맹목성을 가질 필요가있어요......처음에는 낭떠러지 밑으로 뛰어내려야 할 순간도 있지요.(...)"-2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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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외수
박석수 / 술래 / 1994년 1월
평점 :
품절


 

대방역 헌책방은 전철역에 입점(?)해 있는 헌책방 중에서 가히 최고라 부를 만한 컬렉션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 전철역 안에 있는 헌책방들이 이름 없는 출판사들의 재고서적을 팔기 위한 용도가 많은데
대방역 헌책방은 정말로 '헌책방'이어서 볼 게 많다.
다른 헌책방에 비하면야 도서량이 극히 적지만 손님이 꽤 많기 때문에 갈 때마다 다른 책이 있다는 것도 매력.

그런데 아뿔싸! 이런 실수를 할 때도 있다.
전철역 개찰구 안에 있는 헌책방인지라 대부분 어딘가를 가고 있을 때 이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길어야 5~10분 동안밖에 구경을 할 수가 없는데 그날 역시 제목만 대충 보고 뽑아들었던 게 화근.
이외수 작가의 책이 꽂혀 있는 서가에 함께 꽂혀 있어서 얼씨구나 하고 집어들었던 게 첫번째 실수.
뽑아들고 나서야 엥, 이외수가 쓴 게 아니네, 싶었지만, 이미 전광판엔 전철이 오고 있단 신호가 뜨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도 이외순데, 하면서 계산을 맡겼더 게 두 번째 실수.

딱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외수빠의 여성지 부록용 꽁트"다.
이 책을 쓴 작가는 자칭 타칭 이외수 매니아인데
특히 유독 이외수의 편에 서서 그의 신화를 창조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음을 스스로 밝히고 굉장히 자랑스러워한다.
이외수 작가는 굳이 누가 신화를 창조해 주지 않아도 될 법한 인물인데, 자기 덕분 운운하는 게 일단 '뭥미' 싶고.
또한 그 스스로 밝혔듯이 여성지 부록으로 들어갔던 꽁트들을 묶어서 낸 책인데 정말 수준이 딱 80년대 여성지 부록이다.
감동은 당연히 없고 삶에 대한 깊은 애환도 없다.
그냥 남성우월주의 가득한 아저씨가 자기 지위 이용해서 책 낸 분위기.
이 아저씨, 문학지 편집장도 하고 출판국장도 역임했고 출판사 발행인으로도 있었거든. 

화장실에 두면 응가하는 시간 동안 '쳇, 쳇' 하면서 다 읽어낼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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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외수
박석수 / 술래 / 1994년 1월
품절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지고 서로의 인간적인 온기를 나누는 데는 깡술이 제일이었다. 안주는 좋을수록 우리의 정신과 육체를 취하지 않도록 제어하는 기능을 한다. 그래서 그것은 비겁하다고 한달만 씨는 굳게 믿었다. 먹은 만큼 취하는 깡술처럼 정직한 게 어디 있는가.-1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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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미동 사람들
양귀자 지음 / 살림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연작소설 <원미동 사람들>을 읽고 나니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이 못 견디게 읽고 싶다.
대전집에 아마도 영문으로 된 책은 있을 텐데 그걸 읽어내기는 무서우니, 그냥 번역본 한 권 사야겠다.

<원미동 사람들>에는, 정말로 주변에 있을 법한 이웃들이 대거 등장한다.
그곳에선 애들이 골목에서 뒹굴다 싸우고 부부들은 지지고 볶고 싸운다.
동네 사람들끼린 이익 때문에 잠시 편가르기를 했다가도 공공의 적이 나타나면 똘똘 뭉친다.

이런 게 바로 사람 사는 맛.
숨길 수 없는 '가난'이 삶에 묻어있지만 그래서 더 살아갈 힘이 생기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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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미동 사람들
양귀자 지음 / 살림 / 2004년 3월
구판절판


올망졸망한 것들이 으레 그렇지만 밝은 곳에 드러난 자신의 남루한 세간들을 보는 일은 언짢았다.

<멀고 아름다운 동네>-8쪽

여기저기 이름 석 자를 내걸고 글을 쓰다보면 과거 속에 묻혀 있던, 그냥 잊은 채 살아도 아무 지장이 없을 이름들이 전화 속에서 튀어나오는 겨우가 더러 있었다. 물론 반갑기야 하고 추억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단지 그것뿐이었다. 서로 살아가는 행로가 다르다는 엄연한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겉으로는 한 번 만나자거나 자주 연락을 취하자거나 하는 식의 말치레만으로 끝나는 일회성의 재회였다.

<한계령>-2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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