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보다 소중한 것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하연수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7월
구판절판


코알라는 유칼리 잎을 맛있게 먹고 있다. 머릿속에 온통 먹는 생각뿐인 것 같다. 나도 조금 먹어 보고 싶을 정도로 맛있는 냄새가 난다.-52쪽

개회식의 매스게임을 보고 내가 절실히 느낀 것은, 북한이 올림픽 개최지가 되는 일만큼은 당분간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그 사람이라면 개회식에서 10시간 정도 매스게임을 해 버리는게 아닐까?-87쪽

점심때는 특별한 약속이 없으 근처 해변으로 놀러 가기로 한다. 관광객이 많은 곳은 재미없으니 다른 곳으로 향한다. 다들 가는 곳에 가지 말고 다들 하는 짓을 하지 말라는 게 여행기의 철칙이다. 다들 가는 곳에 가서 다들 하는 짓을 하면서도 다들 쓰지 못하는 글을 쓰라는 것도 하나의 철칙이지만.-138쪽

예전에 어느 미국 소설에서 '올림픽 경기에 버금갈 정도로 지루했다'는표현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음, 맞아'하고 공감했었죠.-2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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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견문록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음식기행 지식여행자 6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책날개를 뒤적이다 이 작가,  어쩐지 익숙한 사람이다 했더니,
빙고! 이 사람, 3년 전에 읽은 <프라하의 소녀시대>를 쓴 사람이다.
책날개의 작가 프로필을 더 읽다 보니, 아, 2006년에 난소암으로 돌아가셨단다.
응? 그런데 왜 지금 이 시점에 <미식견문록>이 뜨고 있는 거지... 라는 의문이 생겼는데
요즘 일본에서도 요네하라 마리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요네하라 마리'를 특집으로 다룬 문예지를 비롯해 발표되지 않았던 원고들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니
우리나라 출판사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했나 보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는 마지막 페이지 '옮긴이의 말'까지 꼼꼼하게 읽어볼 것을 권한다.
번역자가 2008년 늦가을, 요네하라 마리의 일생을 돌이켜보는 <요네하라 전>에 초대받아 갔다가
그녀의 동생 '유리짱'에게서 한 입 얻어먹은 '여행자의 아침식사' 의 진짜 맛이 공개된다.
게다가 거기 모인 사람들이 '나는 요네하라 마리의 무슨 작품 어디어디에 언급된 사람이다',
'나는 요네하라 마리와 함께 블루스도 춰 봤다' 며 다투어 뽐내는 것도 재미거리.
그래, 이렇게 따뜻한 사람이었구나, 요네하라 마리는.

책에는 <꼬마 깜둥이 삼보>에 언급된 핫케익 이야기도 나온다.
그런데 내가 단지 "아, 짭짤한 호랑이 버터로 구운 핫케이크 500개쯤 먹고 싶어"라고 생각할 때
그녀는 "이 음식이 이 이야기에 나오는 게 과연 타당한가"를 두고 고민한다.
아프리카 대륙 원주민의 식생활에는 본디 핫케이크가 없고,
핫케이크를 자주 먹는 사람들은 미국인과 영국인밖에 없으니,
꼬마 깜둥이 삼보의 무대는 영국 식민지였던 아프리카의 어느 곳,
아니면 미국 문화의 영향이 큰 중남미의 어디쯤이 아니었을까 하는 고민.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이제는 호랑이 고민까지 이어진다.
호랑이는 아시아 대륙에서만 서식하는 동물이니
아프리카 대륙이나 남북 아메리카 대륙 어디에서도 호랑이가 나다니는 일을 없을 거라는 것.
여기까지 읽었을 때 잘난 척 하기 좋아하는 나는 속으로 '삼보는 원래 인도가 배경이잖아.'라고 쭝얼댔는데
이쯤은 요네하라 마리도 이미 알고 있던 얘기.
하지만 일본 출판사에서 발간된 그림책에는 하나같이 전형적인 흑인 얼굴이라 했다.
(일본 출판사의 영향을 많이 받은 우리나라에도 자연스레 흑인으로 소개된 건가?)
게다가 결정적인 한 문장!

"인도인은 난을 먹고 핫케이크는 먹지 않는다."

아아아아아!!!! 영국인 원작자가 '난'을 '팬케익'으로 바꾼 것을
일본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일본인에게 익숙한 '핫케익'으로 번안된 것!

일대 혼란!
나는 '핫케익' 500개는 먹고 싶지만
'난'을 500개 먹는 건 무리다.
커리를 무한정 제공해 준다면 또 몰라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읽고 싶은 책도 늘었다.
요네하라 마리가 '터키꿀엿'이라는 단어를 처음 보았다는, 에리히 캐스트너의 <핑크트헨과 안톤>,
(그런데 이 책은 알라딘에서 찾아보니 초등 5,6학년용이다. 아무렴 어때.)
일본인이 아니라면 깔깔대기 힘들다는, 쇼지 사다오의 <베어 먹기 시리즈>까지.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엔 번역본도 없는 듯)

다이어트가 시급한데도 먹고 싶은 것도 많아졌다.
낚아올리자마자 꽝꽝 얼어붙는 러시아의 생선을 대패로 밀어
얇게 채 썬 양파를 버무려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스트로가니나.
터키꿀엿과는 비교도 안 된다는 할바.
표독스러울 정도로 새빨간 소시지(단, 도시락 반찬으로)까지!

방금 데워 먹은 냉동피자 2조각 다 뱉어버리고, 미식 여행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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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견문록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음식기행 지식여행자 6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7월
품절


그런데 사람들은 어째서 줄을 서는걸까? "거기에 행렬이 있기 때문이지." (마호메트)-179쪽

음식은 자기 몸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니, 처음 보는 음식을 먹을 때는 무의식적으로 본성이 나온다. 그 사람의 호기심과 경계심 사이의 균형감각이 드러나고 마는 것이다. 미지의 것에 얼마나 마음을 열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 리트머스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겠다. -191쪽

요리는 좋아도 설거지는 딱 싫다는 사람이 많다. 사실은 나도 이 부류에 속한다. 원래 이 두 가지 일은 정반대의 소양을 필요로 하기에 "요리 잘하며 청소 못하고, 청소 잘하면 요리 못한다"는 동서고금에 통하는 법칙이 있을 정도다. 둘 다 잘한다면 기적, 둘 다 못한다면 예외가 되겠죠, 틀림없이.-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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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
배명훈 지음 / 오멜라스(웅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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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동안 모두가 '배명훈 배명훈' 해대는 것 같았다.
여기저기서 '타워 타워 타워' 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다.
배명훈 프로필을 검색해 보니, 테러리스트, 스마트D 등 그의 전작들은 모두가 내가 읽어보지 않은 것들인다.
나만 모르는 배명훈에 사람들은 왜 이렇게 호들갑인지 궁금해 미칠 지경.

그리고 하루만에 숨도 안 쉬고 읽은 타워는, 아, 기막힌 상상력에 촌철살인까지 겸비했구나.
게다가 '타클라마칸 배달사고'는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빈스토킹이라는 그들만의 '광장'이 사라지는 이야기도 재미있다.

상콤하게 재미있지만 다 읽은 뒤 무작정 책장을 덮어버릴 수는 없는 무게도 있는데...
그건 어쩌면, 나도 이미 빈스토크에 살고 있기 때문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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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토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7
장 폴 사르트르 지음, 방곤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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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책을 두세권 씩, 많게는 네다섯권씩도 겹쳐 읽는 타입이다.
주변에선 볼 때마다 신기해 하지만, 습관이 되어 버려서인지 이게 더 합리적인 것처럼 여겨진다.
오히려 침대에서 읽던 책을 지하철에서도 읽고 화장실에서도 읽는 게 더 이상해 보일 정도.
이 말인즉슨, 읽다가 접어둔 곳을 다시 펼쳐 읽어도 기억이 온전히 되살아난다는 얘긴데...
어이쿠야. <구토>는 도저히 안 되겠다.
처음엔 몰입이 안 돼서 다른 책으로 건너뛰었다가 며칠 후에 다시 집어들었는데
이걸 내가 과연 읽었었나 싶을 정도로 새로운 느낌!
그도 그럴 것이 첫부분엔 마땅한 스토리도 없는 데다가
짧은 사유의 문장들이 이리 뛰었다 저리 뛰었다 일관성 없이 날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이, 시간 버린 셈 치고 다시 읽자..... 했다가
또 애꿎은 귀퉁이만 접어두고 며칠 뒤에 처음부터 다시 도전!
그리고 화장실에서 <경제학 비타민> 읽는 것 외에는 온전히 <구토>에만 집중하기를 이틀!
그런데, 읽고 나니, 아, 재미있다.
3분의 1 지점에서부터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쑥쑥 읽힌다. 
 

특히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독서광'이 등장하는 부분.
도서관의 책들을 저자 이름 알파벳 순으로 읽어내려가는 그의 정체가 결말 부분에 밝혀지는데,
아, 난 이런 건 정말 예상 못 했던 거지.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광이 싫지 않으니,
그이가 하던 것처럼 빵이랑 초콜릿을 보자기에 싸들고 저 앞의 국회도서관이라도 가봐야겠다.
가서 큰맘 먹고 <존재와 무>를 읽어야지.
아 물론 나는 순수한 의도로 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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