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견문록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음식기행 지식여행자 6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책날개를 뒤적이다 이 작가,  어쩐지 익숙한 사람이다 했더니,
빙고! 이 사람, 3년 전에 읽은 <프라하의 소녀시대>를 쓴 사람이다.
책날개의 작가 프로필을 더 읽다 보니, 아, 2006년에 난소암으로 돌아가셨단다.
응? 그런데 왜 지금 이 시점에 <미식견문록>이 뜨고 있는 거지... 라는 의문이 생겼는데
요즘 일본에서도 요네하라 마리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요네하라 마리'를 특집으로 다룬 문예지를 비롯해 발표되지 않았던 원고들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니
우리나라 출판사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했나 보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는 마지막 페이지 '옮긴이의 말'까지 꼼꼼하게 읽어볼 것을 권한다.
번역자가 2008년 늦가을, 요네하라 마리의 일생을 돌이켜보는 <요네하라 전>에 초대받아 갔다가
그녀의 동생 '유리짱'에게서 한 입 얻어먹은 '여행자의 아침식사' 의 진짜 맛이 공개된다.
게다가 거기 모인 사람들이 '나는 요네하라 마리의 무슨 작품 어디어디에 언급된 사람이다',
'나는 요네하라 마리와 함께 블루스도 춰 봤다' 며 다투어 뽐내는 것도 재미거리.
그래, 이렇게 따뜻한 사람이었구나, 요네하라 마리는.

책에는 <꼬마 깜둥이 삼보>에 언급된 핫케익 이야기도 나온다.
그런데 내가 단지 "아, 짭짤한 호랑이 버터로 구운 핫케이크 500개쯤 먹고 싶어"라고 생각할 때
그녀는 "이 음식이 이 이야기에 나오는 게 과연 타당한가"를 두고 고민한다.
아프리카 대륙 원주민의 식생활에는 본디 핫케이크가 없고,
핫케이크를 자주 먹는 사람들은 미국인과 영국인밖에 없으니,
꼬마 깜둥이 삼보의 무대는 영국 식민지였던 아프리카의 어느 곳,
아니면 미국 문화의 영향이 큰 중남미의 어디쯤이 아니었을까 하는 고민.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이제는 호랑이 고민까지 이어진다.
호랑이는 아시아 대륙에서만 서식하는 동물이니
아프리카 대륙이나 남북 아메리카 대륙 어디에서도 호랑이가 나다니는 일을 없을 거라는 것.
여기까지 읽었을 때 잘난 척 하기 좋아하는 나는 속으로 '삼보는 원래 인도가 배경이잖아.'라고 쭝얼댔는데
이쯤은 요네하라 마리도 이미 알고 있던 얘기.
하지만 일본 출판사에서 발간된 그림책에는 하나같이 전형적인 흑인 얼굴이라 했다.
(일본 출판사의 영향을 많이 받은 우리나라에도 자연스레 흑인으로 소개된 건가?)
게다가 결정적인 한 문장!

"인도인은 난을 먹고 핫케이크는 먹지 않는다."

아아아아아!!!! 영국인 원작자가 '난'을 '팬케익'으로 바꾼 것을
일본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일본인에게 익숙한 '핫케익'으로 번안된 것!

일대 혼란!
나는 '핫케익' 500개는 먹고 싶지만
'난'을 500개 먹는 건 무리다.
커리를 무한정 제공해 준다면 또 몰라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읽고 싶은 책도 늘었다.
요네하라 마리가 '터키꿀엿'이라는 단어를 처음 보았다는, 에리히 캐스트너의 <핑크트헨과 안톤>,
(그런데 이 책은 알라딘에서 찾아보니 초등 5,6학년용이다. 아무렴 어때.)
일본인이 아니라면 깔깔대기 힘들다는, 쇼지 사다오의 <베어 먹기 시리즈>까지.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엔 번역본도 없는 듯)

다이어트가 시급한데도 먹고 싶은 것도 많아졌다.
낚아올리자마자 꽝꽝 얼어붙는 러시아의 생선을 대패로 밀어
얇게 채 썬 양파를 버무려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스트로가니나.
터키꿀엿과는 비교도 안 된다는 할바.
표독스러울 정도로 새빨간 소시지(단, 도시락 반찬으로)까지!

방금 데워 먹은 냉동피자 2조각 다 뱉어버리고, 미식 여행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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