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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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덴고 같은 남자친구 있었으면 좋겠다.
저녁식사로 따끈한 된장국이랑 샐러드, 두부 정도만 준비해 두는 심플한 남자. 하지만 팔은 굵고.
그런데 나는 아오마메처럼 군살없이 탄탄한 몸매가 아닌데 괜찮을까요.

2.
오늘 코스모폴리탄을 보는데 거기에 1Q84 소개가 나왔다. (GQ였나?)
그런데 뭐야, 후카에리를 천재적인 문학소녀라고 소개해 놨네?
이 에디터, 어디서 주워들은 말로만 기사 썼구만.
하긴 나도 얼굴에 모닥불 묻은 심정으로 고백하자면,
M양이 얼마 전 우리집에 잠깐 들렀다가 책장 위에 놓아둔 이 책을 보고
"일큐팔사 벌써 읽었어?" 라고 하길래
"아이큐팔십사 아니야?" 라고 반문.
나보다 책을 덜 읽는 M양은 금세 꼬리를 내리고
"아, 아이큐팔십사였어? 어디 방송에서 일큐팔사라고 읽길래 나도 모르게 그만..."

아. M양 미안해서 어째. 일큐팔사 맞아. 내가 바보였어.  더블에스오공일을 에스에스오공일이라고 불렀을 때보다 더 부끄러워.


조지 오웰의 <1984>와 회전축의 어느 한 지점을 공유하는 듯한 이야기.
하지만 아오마메와 덴고와 후카에리가 사는 곳은 1984년이 아니라 1Q84년이다.
일본어로는 두 개의 음이 똑같다는데 우리말로도 얼추 비슷한 발음. 
아쉽게도 덴고와 아오마메의 찐한 키스신은 없다. (나만 바랬던 것?)

 

3.
어째서 사람들은 '신비한 소녀'에 매료되는 걸까.
나의 기억 속에 있는 첫번째 신비한 소녀는 티티엘 소녀.

 

4.
2권 284쪽에 인용된 제임스 프레이저의 <황금가지>가 읽고 싶다.
임기가 종료되면 잔인한 방법으로 참살되는 고대의 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는데 허 이거 참.
'그들', 그러니까 1Q84 식으로 말하면 '리틀피플'의 목소리를 듣는 자였기 때문이라지.
자진해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운명.
 

5.
침대 위에서 불량한 자세로 엎드려 보다가 커피까지 쏟고 말았다. 그것도 살짝 쏟은 게 아니라 왕창 아주 대대적으로.
볼링공 떨어져도 끄떡없는 좋은 침대도 아니면서 나는 어쩌자고 말랑한 침대 위헤 커피잔 올려놓고 몸을 들썩거렸던 걸까.
볼링공 무게보다 10배는 더 나가는 주제에 어쩌자고.





그러나 상황순응주의자답게 1분 후엔 오히려 책에 추억이 생겼네, 라며 기차가 스위치 백하듯 생각을 바꿨다.
게다가 쏟아진 자국마저 어쩜 예술적이야.
책도 더 도톰해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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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2 - 7月-9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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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매미 우는 게 평소보다 좀 빠른 거 같아. 이 동네는 앞으로 한참 동안 또 시끄러울 거야. 귀가 아플 만큼. 나이아가라 폭포 근처에서 며칠 머물렀을 때 마침 꼭 이런 소리가 났어. 아침부터 밤까지 끊임없이 소리가 이어졌지. 백만 마리의 크고 작은 매미가 일제히 울어대는 소리가."
"나이아가라에 갔었어요?"
다마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긴 세상에서 가장 따분한 동네였어. 나 혼자 거기서 사흘을 묵으면서 폭포 소리 듣는 거 말고는 아무것도 할 게 없었어.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책도 못 읽었어."-28쪽

"간호사 교육을 받을 때 한 가지 배운 게 있어요. 명랑한 말은 사람의 고막을 밝게 흔든다는 거예요. 명랑한 말에는 밝은 진동이 있어요. 그 내용이 상대에게 이해되든 안 되든 고막이 물리적으로 밝게 떨린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아요. 그래서 우리는 환자분께 들리건 들리지 않건, 아무튼 큰 소리로 명랑한 말을 건네라고 배웠어요. 뭐, 이론이야 어찌 됐건, 그건 틀림없이 도움이 되는 일이니까요. 경험적으로도 그렇게 생각해요."-5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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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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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읽을 책이 바닥났을 때는 그리스 철학을 읽어. 싫증나는 일이 없어. 항상 뭔가 배우는 게 있지."-367쪽

"핫케이크처럼 만드는 족족 마구 팔리고 있어."-594쪽

"내 이야기 듣고 나면 술 마시고 싶어질지도 몰라. 고마쓰는 말했다.
"어지간히 유쾌한 이야기인 모양이군요."
"글쎄, 어떨까. 그리 유쾌한 이야기는 아닌 거 같아. 역설적인 재미라면 약간 있을지도 모르지만."
"체호프의 단편소설처럼."
"그래, 맞아." 고마쓰는 말했다. "체호프의 단편소설처럼. 음, 절묘해. 덴고의 표현은 언제나 간결하고 정확해."-6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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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의 핵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
조셉 콘라드 지음, 이상옥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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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원작이라고 해서 읽기 시작.
그렇다고 내가 지옥의 묵시록을 감명깊게 봤느냐 하면, 음, 본 적 없는데..
책을 읽고 나니 영화를 볼 엄두는 도저히 안 나는구나.
나에겐 지나치게 묵직하다.

나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판으로 읽었는데 다른 출판사에선 <어둠의 속>이란 제목으로도 나왔다.
민족출판사와 문예출판사 둘 다.
우리나라 출판사의 66%가 <어둠의 속>이라고 하니 그럼 이쪽이 우세?
원제는 <Heart of Darkness>인데, 그렇다면 무엇이 더 적절한가.
나는 왠지 두쪽 입장 다 수용해서 <어둠의 핵심>이나 <암흑의 속>이라고 하고 싶다.
비겁한 중도.
날짐승과 길짐승 사이의 박쥐 같은 사람이 바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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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 2010-08-17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제를 따르려면 그대로 '어둠의 심장' 혹은 '암흑의 심장'이라고 번역하는게 가장 옳을듯, 그게 작가도 의도한 것이였을 테고, 핵심이라는 말은 너무 은유적인 번역, 게다가 작가가 핵심이라는 단어를 의도했다면 그 단어를 선택하지 심장을 선택하진 않았을 듯, '어둠의 속'은 너무 초딩스러운 번역이고, 이책에 대한 평가가 극과극을 달리는데, 따분하고 지루하다는 평가를 너무 많이 읽어서 그런지 책을 읽고싶지가 않네요..

고도 2010-08-17 23:02   좋아요 0 | URL
확실히 지루하긴 한데, 읽을만한 가치는 있는 것 같아요.
다시 한 번 더 읽으라면 자신은 없지만...^^;;;

근데 '암흑의 심장'은 오히려 지나친 직역이 아닐까 싶어요.
책일 읽다 보면 등장인물들이 자꾸만 암흑의 속으로 기어들어가고 있는 인상이 남거든요, 확실히.
그리고 heart가 심장이라는 하나의 뜻만 갖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
'문제의 핵심'을 변역할 때 heart를 쓰기도 하니까요.
어쨌든 번역하신 분들도 제목 때문에 꽤나 골머리를 썩였을 듯.

제목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라도 한 번쯤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암흑의 핵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
조셉 콘라드 지음, 이상옥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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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우리에게 짬이 전혀 없다고 여겨지는 순간에도 이따금 과거가 회고되듯이 그렇게 과거가 우리에게 생각나는 순간들이 있는 법일세.-77쪽

정말이지 읽던 것을 중단한다는 것은 마치 단단한 옛 우정의 안식처로부터 떨어져나오는 것같이 느껴진단 말이야.-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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