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리더의 치명적 착각
크레이그 히크만 지음, 이주형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에서 제일 빈번하게 등장하는 문구는?
"지난 20년간 <포춘>이 선정한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 XX번이나 이름을 올린 000 는...."

빈 칸에 들어가는 기업의 이름들이 누구나 귀에 박히도록 들어봤음직한 거물들이라
그렇다면, 올해의 가장 존경받는 기업은 어디였었는지 포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찾아봤다.

그랬더니...


1. Apple
2. Berksire Hathaway
3. Toyota Motor
4. Google
5. Johnson & Johnson
6. Procter & Gamble
7. Fedex
7. Southwest Airlines
9. General Electric
10. Microsoft


화려하구나, 화려해!
한국인이라면 슬쩍 궁금해할 삼성의 순위는 50위.
그래서 이 책에 삼성이 인용된 구절은 단 한 군데도 없다.
어찌 됐든, 이 책에서 인용한 기업들의 면면이 워낙 화려하고 글로벌한지라
외국인이 쓴 가지계발서이지만 별 위화감 없이 읽힌다. 

그러나 뼛속까지 프리랜서인 나는, 사실 처음 읽기 시작할 때
"어디, 나와는 별세계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책 좀 한 번 읽어볼까" 하는 관망자적 입장이었음을 고백한다.
읽긴 읽겠지만, 리더와는 몇 억 광년쯤 떨어져 있는 나를 설득할 수는 없을 거다- 라는 철벽을 쌓아놓고 있었던 것.

하지만 읽다 보면 생각이 바뀐다.
제목은 <똑똑한 리더의 치명적 착각>이지만
<사회적 책임감이 있는 사람들의 치명적 착각>으로 바꿔읽어도 좋을 법하다.
이 말은 곧, 소수의 기업 리더뿐만이 아닌, 일개 평범한 직장인이나,
심지어는 나같은 1인 프리랜서에게도 책의 효용은 충분하다는 것.
리더의 기술 뿐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기술과 타인을 설득하는 기술까지 알려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포맷이 너무 단순해 쉬이 지루해진다는 것 정도.
시트콤처럼 외국의 어느 한 회사에서 있을 법한 상황을 보여준 다음,
이같은 상황이 매일매일 벌어지는 "경영현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고
그 다음에는 여기에서 리더가 하고 있는 "치명적 착각"이 뭔지 깨우쳐 준 다음,
"성공기업의 시크릿"과 "경영불패의 법칙"을 알려준다.
이렇게 똑같은 포맷이 총 스물다섯 번 반복되니, 나중엔 어느 게 어느 현실이고 어느 게 어느 착각인지
그리고 어느 게 비법인지 이 말이 이 말 같고 그 말이 그 말 같다.

이런 아리송함을 피하려면, 25일에 걸쳐 나눠 읽는 것이 해결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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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리더의 치명적 착각
크레이그 히크만 지음, 이주형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11월
절판


"직원의 기여는 리소토의 재료와 같네. 각종 재료를 올바른 순서대로 제때에 하나씩 넣고, 알맞은 온도로 가열하면서 계속 휘저어 요리를 완성하기 전까지는 리소토의 참된 맛을 판단할 수 없지."-112쪽

자신 외의 다른 사람은 업무를 효과적으로 적절하게 처리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여 직접 챙기는 업무를 놓으라. 누군가에게 새로운 임무를 부여하라.-166쪽

정신을 집중하고 10분씩 뉴스를 들으며 경청하는 기술을 함양하라.-2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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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편력기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문화기행 지식여행자 8
요네하라 마리 지음, 조영렬 옮김, 이현우 감수 / 마음산책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이미 죽고 없는 작가의 작품을 전부 읽겠다는 전작주의 다짐은 무척 조심스러운 일이다.
조급한 마음에 몰아서 다 읽어버리면, 그 후 남게 될 텅 빈 시간을 메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2006년에 난소암으로 세상을 떠난 요네하라 마리의 책도, 그래서 읽기가 더 망설여졌는데...
<미식견문록>도 그렇고, 이번에 나온 <문화편력기>도 그렇고, 신간은 계속 쏟아져나오는구나-
물론 그간에 다른 매체에 기고했을 글들을 묶어서 편집해 내놓은 것이겠지만,
일단 마리 여사의 책이라니 반가운 마음이 먼저다.

역시나 내용은, 유쾌한 지식여행자인 마리 여사답게 신랄하면서도 따뜻하고 유머가 숨어 있다.
일본과 러시아의 언어에 능통한 만큼, 그 둘을 비교하고 분석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몰랐던 문화에 대해 '이게 이런 거란다' 하고 풀어서 말해주는 솜씨도 여전하다(?).
아는 걸 쥐어짜내서 말해준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몸으로 습득한 것들을 조근조근 말해주는 타입이어서
듣는 이도 '잘난 척 하시네'라는 콧방귀 뀔 일 없이 자연스럽게 동화된다.

이런 지식인의 글쓰기 기법, 우리나라 문인 중에도 있던 것 같은데
제일 처음 생각난 건 전혜린.
하지만 그녀가 낸 책은 달랑 에세이 두 권이니 요네하라 마리의 다작과는 조금 다른 것 같고 
그렇다면 이윤기?
그리스신화 쪽으로는 이만한 이야기꾼이 없고, 서구 문화에도 정통하니 얼추 비슷한 느낌이다.
게다가 요네하라 마리와 이윤기 둘 다, 아는 게 너무 흘러넘쳐 어쩌지 못해 책을 쓰는 것 같기도 하고
전혜린과 이윤기 모두 번역자라는 점도 공통분모인데...
하지만 뭔가 미진한 구석이 있어 계속 곰곰 생각하다가 번뜩 머리에 들어온 인물은 바로 홍승면!




1927년생으로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해 언론 쪽에서 일하면서 미국 스탠퍼드 대학으로 유학도 갔다온 그 시대의 엘리트.
일단 엘리트라는 점에서 교집합 하나 생기고.
명칼럼니스트라는 면에서 그야말로 찰떡같이 착착!

홍승면이 지은 책으로는 <프라하의 가을>, <백미백상>, <잃어버린 혁명> 등이 있는데
내가 가진 건 백미백상 시리즈인 <대밭에서 초여름을 씹다>와 <꿈을 끼운 샌드위치>.
감히 말하건대, 외국물 조금 먹은 어린 아가씨들이 요즘 너도 나도 내놓는 음식 관련 책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마리 여사와 마찬가지로, 잘난 체 하는 기색 없이 이런 저런 먹을거리들에 대해 얘기해 주는데
정약전의 자산어보부터 그 시절에 아직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았을 미지의 음식까지-
인터넷도 없었을 텐데 이런 방대한 정보는 도대체 어디에서 얻었을까 하는 경이로움마저 드는 책이다.
우리언니가 우체국쇼핑의 특산물을 소개하는 라디오방송에 매주 게스트로 나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이 책에서 꽤 많은 정보를 인용해서 원고를 쓰곤 했었다. 인터넷보다 가히 한 수 위라는 얘기.
마리 여사와 홍승면 씨가 만나서 입심 대결, 아니, 필력 대결이라도 한 판 했으면 좋았을 텐데...
둘 다 이 세상에 없으니 나 혼자 상상으로만 할 수 있는 한판승부.

다시 마리 여사 책 얘기로 돌아와서, 이번 신간이 5% 정도 아쉬운 점 하나.
읽으면서 계속 "이런 얘기는 미식견문록에 들어가야 하는 거 아냐?"
혹은, "이런 얘기는 미녀냐 추녀냐에 더 어울릴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10번쯤 들었다.
심지어 맨 뒤에는 <프라하 소비에트 소녀들, 그 인생의 궤적>이라는 대담까지 들어가 있으니
<미식견문록>과 <미녀냐 추녀냐>와 <프라하의 소녀시대>를 읽은 독자에게 상으로 주는 별책부록의 스멜까지....!
다른 책을 다 엮고 난 뒤 자투리로 남는 글들을 모아서 편집했으니 출판하는 쪽에서도 어쩔 수 없었겠지만,
음식 얘기도 들어있고 통역 얘기도 들어 있고 프라하 얘기도 들어있어서
제목을 <문화편력기>라고 애매하고도 모호하게 지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뭐, 마리 여사에게 원고를 다시 부탁할 수도 없으니 출판사나 독자나 아쉬운 건 마찬가지. 

이렇게 말해놓고도 나는 마리 여사의 신간이 나오면 또 승냥이처럼 돌변해서 읽을 날만 고대하겠지요.
아껴 읽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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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편력기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문화기행 지식여행자 8
요네하라 마리 지음, 조영렬 옮김, 이현우 감수 / 마음산책 / 2009년 12월
품절


꿈이나 허구를 꽃에 견주는 습관은 일본에도 있다. 대표적인 것은 "꽃보다 경단" (하나요리 단고. 우리 속담 '금강산도 식후경'에 해당한다. '꽃보다 남자'의 일본 원작 제목은 '하나요리 단시'다. '하나요리 단고'를 염두에 둔 일종의 말놀이로 짐작된다) 이라는 속담이리라. 풍류보다는 실리를, 겉보기보다는 내실을 추구하라는 관용구다.-29쪽

"정말이에요. 이야기 덕분에 살아남았답니다, 우리는."
강제수용소 생활에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하루 열두 시간에 이르는 가혹한 중노동도, 견디기 어려운 겨울 추위도, 벼룩과 이가 우글거리던 비위생적인 불결함도, 날이면 날마다 말라비틀어진 검은 빵 한 조각과 묽은 수프만 달랑 나오는 빈약한 식사 때문에 늘 배고팠던 일도 아니라는 말이다.
"그것들은 무섭게 고통스러웠디만, 그런 와중에도 인간에게는 어찌되었든 살려는, 살아남으려는 힘이 솟아오르는 법이랍니다."
기력의 뿌리가 잘려 고통스러운 와중에 그나마 남아 있던 기운을 무참히 앗아갔던 것은, 라디오와 신문은 물론 가족과 주고받는 편지에 이르기까지 외부 정보를 완전히 차단당한 일, 그리고 무엇보다 책과 필기도구 소지를 금지당한 일이었다.-70쪽

"그것이 가장 고통스러웠다"라고 갈리나는 말한다. 마치 "가축 같았다"고. 체포될 당시 그녀는 철도대학의 학생으로 기사가 될 사람이었다. 인문계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한 상태에 놓여 있던 여성들이 어느 날 밤 기발한 해결책을 발견한다. 온종일 노동으로 지친 몸을 딱딱한 침대에 누인 깜깜한 막사 안에서, 배우였던 여죄수가 <오셀로>의 무대를 혼자서 모든 역을 맡아 재현한 것이다. 단 한 사람도 잠자리에 든 이가 없었다.
그 뒤로는 매일 밤 각자의 기억 속에 있던 책의 구절을 끄집어내 이러쿵저러쿵 서로 보완하면서 즐기게 된다. 예전에 읽은 소설이나 에세이, 시를 차례로 '독파'해간다. 그렇게 해서 통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멜빌의 <백경> 같은 장편 대작까지도 거의 문장 그대로 재현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비참한 상황에 빠져 있던 우리가 안나 카레니나를 동정해서 눈물을 플리고, 일프와 페트로프의 <열두 개의 의자>를 듣고 포복절도했다고는 믿기 어렵겠지요."-71쪽

'알랭 들롱의 식탁 매너가 너무나 완벽하다는 사실이 도리어 그의 태생이 비천함을 증명한다. 매너를 제 주머니 속의 물건을 다루듯 완전히 몸에 익힌 사람은 좀 더 편안한 법이다.'-132쪽

석간에 실리는 칼럼에 이런 말을 쓰는 것은 참으로 어울리지 않겠지만, 신문은 아침에 읽기에 딱 좋은 인쇄물이라는 느낌이 든다. 활자 없이는 한시도 견딜 수 없는 나 같은 사람도, 아침에 된장국을 먹으면서 혹은 커피를 홀짝이면서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을 기분은 들지 않는다. 그것은 분명 아침이, 이제부터 세상이라는 '현실 세계'로 들어설 것을 일깨우는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신문은 그 현실 세계의 윤곽을 전달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있다. 아침의 바이오리듬은 신문 이외의 인쇄물을 읽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이다. 시간을 적절하게 쓰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어 마음이 불편하지는 않을까.-139쪽

"좋은 남편을 만나면 남편을 잃었을 때 엄청나게 불행하고, 나쁜 남편을 만나면 남편이 없어졌을 때 해방감이 엄청나다"-247쪽

요네하라 : 체코인을 생각하면 대하소설적인 것, 거대한 로망은 싹트지 않은 것 같습니다. 블랙 유머 같은 것은 매우 뛰어납니다만, 주관에 완전히 몸을 맡기는, 서정에 몸을 맡기는 것이 불가능한 민족입니다.
이케우치 : 확실히 체코의 대하소설 같은 것은 읽은 적이 없네요. 끊임없이 줄줄 말하는 일은 하지 않지요. 반면에 풍자극 같은 것은 정말 재미있고, 솜씨가 좋아요.-2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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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웨슬리
스테이시 오브라이언 지음, 김정희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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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면 올빼미지 가면올빼미는 또 뭐야.
오리너구리 같은 건가, 하고 구글 이미지를 검색해보니, 옴마야! 책 표지 그림과는 많이 다르다.
역시나 상상과 현실간의 간극은 너무나도 큰 법.

 

하지만 이 가면올빼미에게서 메이플 시럽 향 같기도 하고 버터스카치 향 같기도 한 황홀한 냄새가 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여자는 후각에 약하니까.
그래서 아이리스에서 김소연은 이병헌이 타준 버터커피에 껌뻑 넘어갔는지도 모를 일.

책의 저자이자 주인공인 스테이시 또한 이 활홀한 체취에 매료되어 쥐가 주식인 동물을 키울 수 있었으리라.
하루에도 몇 마리씩 냉동된 쥐를 꺼내서 전자렌지에 해동해서 휙- 던져주면
통째로 삼키고선 나중에 고양이가 헤어볼을 뱉듯 쥐의 잔해만 동그랗게 뱉어내던 웨슬리.
먹는 게 그 사람을 만든다는데 어떻게 쥐를 먹는 올빼미의 냄새가 황홀할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돼지한테도 누린내 나지 말라고 녹차 먹여 키우는 거 아니었나? (웬 삼천포.)
생물학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전혀 그 원인을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웨슬리는 스테이시가 주는 쥐를 받아먹고 평생을 함께 살아간다.

이 책을 북크로싱해주신 카이님은 마지막 부분에 웨슬리가 스테이시의 품 안에서 고개를 떨구며 죽어가는 장면이 너무나 감동적이라며
손수 책  페이지까지 접어서 주셨는데, 나는 그 전에 나온 둘의 포옹 장면에서 그만 눈물이 그렁그렁해지고 말았다.
외로운 스테이시를 위로해 주듯, 침대에 함께 누워 날개로 감싸 안아주던 웨슬리.
과학적으로 보자면 절대 불가능할 것 같은데, 웨슬리는 자기 몸도 아프면서 어떻게든 위로를 해주고 싶었던 거다.
그리고 뇌종양 때문에 아픈 스테이시를 살아있는 마지막 힘까지 짜내 위로해 준 뒤에야 그녀의 품 안에서 숨을 거둔다.
웨슬리가 얼마나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며, 단지 살아있음으로 위로해 주려고 했었는지는
수의사가 사망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간단한 테스트를 한 후에야 밝혀지게 된다. 

"어떻게 지금까지 살 수 있었는지 전혀 이해가 안 가요. 살아 있는 세포조직이 하나도 없어요. 전신에 암이에요. 모조리요.
당신은 인간으로서 그에게 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지만, 암에 대해서는 당신도 어쩔 수가 없어요."

 


그리고 웨슬리의 죽음 후.
스테이시는 마치 잭 케루악에게 빙의라도 된 듯 3주 만에 이 책의 초고를 완성하게 된다.
잭 케루악이 36미터짜리 종이 위에 <On the Road>를 3주 만에 쉴 새 없이 타이핑한 것처럼 그렇게 뭔가에 홀린 듯.

역시 폭풍처럼 쓴 글은 폭풍처럼 읽히는구나.
웨슬리 냄새가 맡고 싶어 스카치 캔디라도 사먹으며 외로움을 달래보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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