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웨슬리
스테이시 오브라이언 지음, 김정희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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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면 올빼미지 가면올빼미는 또 뭐야.
오리너구리 같은 건가, 하고 구글 이미지를 검색해보니, 옴마야! 책 표지 그림과는 많이 다르다.
역시나 상상과 현실간의 간극은 너무나도 큰 법.

 

하지만 이 가면올빼미에게서 메이플 시럽 향 같기도 하고 버터스카치 향 같기도 한 황홀한 냄새가 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여자는 후각에 약하니까.
그래서 아이리스에서 김소연은 이병헌이 타준 버터커피에 껌뻑 넘어갔는지도 모를 일.

책의 저자이자 주인공인 스테이시 또한 이 활홀한 체취에 매료되어 쥐가 주식인 동물을 키울 수 있었으리라.
하루에도 몇 마리씩 냉동된 쥐를 꺼내서 전자렌지에 해동해서 휙- 던져주면
통째로 삼키고선 나중에 고양이가 헤어볼을 뱉듯 쥐의 잔해만 동그랗게 뱉어내던 웨슬리.
먹는 게 그 사람을 만든다는데 어떻게 쥐를 먹는 올빼미의 냄새가 황홀할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돼지한테도 누린내 나지 말라고 녹차 먹여 키우는 거 아니었나? (웬 삼천포.)
생물학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전혀 그 원인을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웨슬리는 스테이시가 주는 쥐를 받아먹고 평생을 함께 살아간다.

이 책을 북크로싱해주신 카이님은 마지막 부분에 웨슬리가 스테이시의 품 안에서 고개를 떨구며 죽어가는 장면이 너무나 감동적이라며
손수 책  페이지까지 접어서 주셨는데, 나는 그 전에 나온 둘의 포옹 장면에서 그만 눈물이 그렁그렁해지고 말았다.
외로운 스테이시를 위로해 주듯, 침대에 함께 누워 날개로 감싸 안아주던 웨슬리.
과학적으로 보자면 절대 불가능할 것 같은데, 웨슬리는 자기 몸도 아프면서 어떻게든 위로를 해주고 싶었던 거다.
그리고 뇌종양 때문에 아픈 스테이시를 살아있는 마지막 힘까지 짜내 위로해 준 뒤에야 그녀의 품 안에서 숨을 거둔다.
웨슬리가 얼마나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며, 단지 살아있음으로 위로해 주려고 했었는지는
수의사가 사망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간단한 테스트를 한 후에야 밝혀지게 된다. 

"어떻게 지금까지 살 수 있었는지 전혀 이해가 안 가요. 살아 있는 세포조직이 하나도 없어요. 전신에 암이에요. 모조리요.
당신은 인간으로서 그에게 해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지만, 암에 대해서는 당신도 어쩔 수가 없어요."

 


그리고 웨슬리의 죽음 후.
스테이시는 마치 잭 케루악에게 빙의라도 된 듯 3주 만에 이 책의 초고를 완성하게 된다.
잭 케루악이 36미터짜리 종이 위에 <On the Road>를 3주 만에 쉴 새 없이 타이핑한 것처럼 그렇게 뭔가에 홀린 듯.

역시 폭풍처럼 쓴 글은 폭풍처럼 읽히는구나.
웨슬리 냄새가 맡고 싶어 스카치 캔디라도 사먹으며 외로움을 달래보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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