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 - 제1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임영태 지음 / 뿔(웅진) / 2010년 2월
품절


세상은 하루에 두 번씩 거리의 색채를 바꾼다. 해가 뜰 때보다 질 때가 더 갑작스럽고, 더 슬프다. 몰락이라는 단어는 석양에서 왔을 것이다.-11쪽

나이가 마흔쯤 되면 버릇이 옹이처럼 삶에 박힌다. 무심코 반복되는 그것들 속에 욕망도, 상처도, 사는 방식도 다 들어있다. 생계 문제로 벌이는 게 아닌 한 도둑질도 연쇄살인도 결국엔 버릇이다. 그러니 삶을 바꾸려면 버릇을 바꾸어야 하는데, 버릇은 삶에서 나오는 것이라 먼저 바꿀 수가 없다. 나이 사십을 넘긴 사람에게 버릇을 바꾸라고 할 떄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61쪽

혼자 마시는 술은 손으로 안주를 집을 때 이상하게 서글프다.-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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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토끼 차상문 - 한 토끼 영장류의 기묘한 이야기
김남일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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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 모든 인간들의 시시콜콜한 미시사를 어찌 다 털어놓을 수 있단말인가. 알고보면, 알고보면, 누군들 슬프지 않고, 누군들 달을 보고 꺼이꺼이 울고 별을 보고 소리없이 눈물짓고 싶지 않겠는가. 그 미시사야말로 그들 각각에게는 세계대전이나 혁명보다 더 엄중한 거시사인 것을!-204쪽

"헌책방. 헌책방에서 풍겨나오는 오래된 책의 냄새."
"헌책에 써 있는 글. 아마 가난한 대학생이었을 텐데, 이렇게 씌어 있을 거야. 영원한 것은 침묵하며, 한때 지나가는 것은 소란스럽다. 단기 4천 3백 몇년, 청계천 헌책방에서 사다."-2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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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가족 - 과레스키 가족일기
죠반니노 과레스끼 지음, 김운찬 옮김 / 부키 / 2006년 12월
절판


이따금 내 생각의 수도꼭지가 잠긴다. 머릿속은 바람만 가득한 것 같다. 나는 한 줄 쓴 다음 타자기에서 종이를 뽑아 내버린다. 다른 종이를 넣고, 또 다른 담배에 불을 붙인다. 몇 번째 담배에서 생각이 떠오를까? 열다섯 번째, 스물다섯 번째 담배에서?
벌써 세 시간 전부터 낱말들을 조금이라도 걸어 둘 갈고리를 찾고 있다. 그리고 이따금 그것을 찾은 것처럼 한 줄 써 내려갔지만, 낱말들은 잠시 종이 위에 머물러 있다가 아래로 미끄러지곤 했다.
파시오나리아가 또 다른 커피를 갖고 왔다. 커피 잔 안에서도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몇 번째 잔에서? 네 번째 잔에서? 다섯 번째 잔에서?-150쪽

"과거는 맥주 한 잔으로 없어지는 것이 아니에요! 모욕을 주는 사람은 그 모욕을 모래 위에 쓰지만, 모욕을 받은 사람은 청동에 새겨 두는 법이에요."-3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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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2월
구판절판


주방에 있을 때는 김으로 창이 흐려서 몰랐는데, 오전 내내 내렸던 비가 그치고 밖에는 아름다운 석양이 하늘에 깔려 있었다. 마치 지구를 그대로 거대한 굴병에 담가놓은 것 같았다.-80쪽

인스턴트식품에는 감정이며 생각이 전혀 없어서, 감정이 과민해진 내게는 아주 적당한 음식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엄마도 아무것도 느끼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싶어서 인스턴트식품만 먹었을지도 모른다.-2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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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0
하인리히 뵐 지음, 김연수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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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피에 대해 너무 많이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단지 부득이한 경우의 정도 차이는 불가피하다. 그러니 이런 광경에 관해서는 텔레비전과 영화, 혹은 이런 종류의 공포물과 뮤지컬을 참조하기 바란다. 여기에서 무언가가 흐르고 있어야 한다면, 그건 피가 아니다. 아마도 약간의 채색 효과만 내야 할 것이다. 퇴트게스는 다 해진 침대 시트를 즉흥적으로 어설프게 재단해 만든 아랍 족장의 옷을 입은 채 총을 맞고 죽어 있었다. 그러나 순백의 바탕 위의 새빨간 피가 어떤 효과를 내는지는 누구나 알고 있다. 이때 권총은 필연적으로 거의 총 모양의 분무기이고, 의상은 캔버스와도 같기에 여기서는 배수 시스템보다는 현대 회화나 무대 장치에 더 가깝다. 그렇다. 그것은 그러니까 사실이다.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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