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0
하인리히 뵐 지음, 김연수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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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피에 대해 너무 많이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단지 부득이한 경우의 정도 차이는 불가피하다. 그러니 이런 광경에 관해서는 텔레비전과 영화, 혹은 이런 종류의 공포물과 뮤지컬을 참조하기 바란다. 여기에서 무언가가 흐르고 있어야 한다면, 그건 피가 아니다. 아마도 약간의 채색 효과만 내야 할 것이다. 퇴트게스는 다 해진 침대 시트를 즉흥적으로 어설프게 재단해 만든 아랍 족장의 옷을 입은 채 총을 맞고 죽어 있었다. 그러나 순백의 바탕 위의 새빨간 피가 어떤 효과를 내는지는 누구나 알고 있다. 이때 권총은 필연적으로 거의 총 모양의 분무기이고, 의상은 캔버스와도 같기에 여기서는 배수 시스템보다는 현대 회화나 무대 장치에 더 가깝다. 그렇다. 그것은 그러니까 사실이다.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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