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식물
이외수 지음 / 동문선 / 2001년 9월
품절


작은 형은 시인이 될 것을 결심했다. 시인. 인간은 가장 고통스러울 때 누구나 한 번쯤은 그기로 마음을 쏟아넣게 되는 법이라던가.-22쪽

잠시 후 원장은 작은형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올해 나이가 몇이나 되십니까?"
그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렇게 물었다.
"나비는 고기를 못 먹습니다."
작은형은 그러나 화가 잔뜩 나 있는 것 같았다.
"집안에서 당신을 제일 미워하는 사람은 누굽니까?"
"토끼하고 거북이를 교미시키면 미역국이 나옵니다."
언제나 작은형은 삼천포로 빠져버렸다.-27쪽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6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젊은 날의 초상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12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2005년 12월
구판절판


<쩌그노트>란 옥호를 가진 술집은 실제로는 어디에도 없었다. <쩌그노트>란 거기에 깔려 죽으면 천당에 간다는 전설 때문에 사람들이 스스로 그 바퀴 아래 몸을 던진다는 인도의 제례용 수레로서, 당시 우리들은 단골 술집은 으레 그렇게 불렀다.-10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젊은 날의 초상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12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읽은 책은 94년판 '민음사 오늘의 작가총서 10' 버전이다. 책을 읽을 때 책 내용도 중요하지만, 책을 갖게 된 동기나 읽은 장소도 중요시하는 편인데, 이 책은 집에 10년 넘게 박혀 있던 걸 우연찮게 발견했다. 아빠가 읽던 건지, 한 살 터울의 언니가 고등학교 때 읽었던 건지 아무도 기억은 못하는데 어쨌든 주인이 묘연한 관계로 내가 덥석 들고 왔다.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에서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세월이 흘러서 변색된 책장들이 너무 좋더라. 책곰팡이 냄새도 약간씩 날 듯 말 듯 하는 게 굉장히 로맨틱... 도서관 냄새가 나서 좋다.

어쨌거나... '이문열'이라는 네임 밸류와 눈에 익은 제목 때문에 읽기 시작했는데.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70~80년대의 대학생활이 낯설다. 지독하게도 가난한 친구들과 그 가난 때문에 더 낭만적인 그 시절. 물론 그 시절에 살았다면 지리멸렬한 인생살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이렇게 지나고 나서 남들의 경험담으로 흘려듣기엔 더할나위없이 아름다운 시절이다.

이문열, 하면 '삼국지'가 떠올랐었는데 이젠 이 책이 제일 먼저 생각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쪽으로 튀어! 1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장바구니담기


누가 본다면 평화로운 가정의 휴일 풍경이라고 부러워할지도 모르지만, 문제는 오늘이 평일이라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평일이면 아버지는 회사에 나가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법이다.-2-128쪽

"꼭 학교에 다닐 필요는 없습니다."
베니 씨가 참견을 하고 나섰다.
"왜요?"
"학교는 국가가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들기 위해서 존재합니다."
"우리 아버지하고 똑같은 소리를 하시네? 둘이 금방 친해지겠어요."
"나도 꼭 만나보고 싶습니다. 오늘 저녁에 밥을 먹으러 가겠습니다."
귀찮아서 상대도 하지 않았다.-2-152쪽

"파이타티로마는 너무 좋은 곳이라 나중에 가려고 아껴운 거야."
지로는 그런 말로 모모코를 달랬다. 최후의 낙원은 최후의 즐거움으로 아주아주나중까지 아껴두는 게 좋다.-2-19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잠 속에 비 내리는데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른살의 이외수가 종종 등장한다. 많아야 서른여덟 정도? 이제 막 서른이 될까말까한 대학 7학년생의 가난한 이외수. 이틀에 한 번 20원어치 번데기로 단백질을 보충하고, 또 이틀에 한 번 삶은 감자 20원어치로 겨우겨우 허기를 떼우던 가난뱅이. 머리엔 언제나 이가 득시글거리지만, 자신의 더러운 옷을 새하얗게 빨아준 고마운 여자에게 온마음을 줘버린 따뜻한 사내. 월세 천원짜리 골방에서 담요라도 한 장 걸치고 자는 걸 호사로 생각했던 어린(?) 이외수가 무척이나 반갑다. 평소에 그의 얼음밥 이론에 깊이 공감하고 있던 터라 빈티가 뚝뚝 묻어나오는 그의 글이 존경스럽다.  지렁이, 콩나물, 도라지에서조차 글을 뽑아내는 재주가 경탄스럽다.

마누라가 이쁘면 처가집 말뚝에도 절을 한다던데, 나는 이외수가 좋으니 그의 친구 최돈선의 책에도 넙죽 절을 해야겠다. 한 가지 아쉬운 건, 구판을 구하기가 힘들다는 것. 헌책방에서라도 꼭 구해야겠다. 책의 주인이 밑줄을 그었던 흔적이 남은 책이라면 더욱 좋겠다.

 

마음에 들었던 구절 몇 개.

1. 비는 당신이 고등학교 시절 한 번도 말 붙이지 못하고 애태우던 여자애의 음성. 아니면 당신이 밤을 새워 쓰던 편지의 활자들이 이제야 다시 그대 주변으로 돌아와 떨어지는 소리다.

2. 두보가 말했던가. 강물이 푸르니 새 더욱 희어 보인다고.

3. 그 중에서도 겨울에 헤어지기가 가장 가슴 아프고 어려웠었다. 만 병의 독주를 마셔도 그리움은 지워지지 않고 카랑카랑한 하늘에 박혀 있는 별들처럼 더욱 선명해져서 으스스 몸서리가 쳐질 지경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