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일까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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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홀이 물감으로 한 일과, 오랫동안 있는 줄도 몰랐던, 코나 손의 점들을 애인이 칭찬해주는 일은 비슷하지 않을까?-30쪽

"...유혹하는 남자를 믿느냐 마느냐는 여성들의 영원한 고민이지요. 남자를 믿지 못한 채 좋아할 수도 있지만, 또 상처받는 것은 피하고 싶을 테구요."-60쪽

말은 커다란 체 같아서 앨리스가 아침에 느낀 짙은 행복감을 쏟으면 가여운 에릭에게 남는 것은 그녀의 기분이 아주 좋다는 사실뿐이었다.-78~79쪽

평소에는 멀쩡한 사람도 사랑을 하면 편집증에 걸리고, 별별 최악의 생각을 다 한다 - 그 남자/그녀는 이제 나를 사랑하지 않아, 싫증 내고 있어, 적당한 때가 되면 이 사람은 모든 걸 없던 일로 돌릴 거야...... 편집증은 사랑이라는 감정에 따르는, 극히 자연스런 현상일 것이다. 상대를 높이 평가하니 내가 버려질 가능성이 점점 커질밖에. 하지만 일단 재앙의 시나리오에 끌려들면 사랑은 상처를 악화시킬 뿐이다.-165쪽

특정한 학문 영역에는, 명쾌한 설명에 편견을 갖고 난해한 글을 존중하는 오랜 경향이 있다. 칸트나 헤겔, 후설, 하이데거의 빡빡한 글에 몰두하는 학자들은 그들의 뛰어난 발상에만 끌리는 게 아니다. 학자들은, 문외한은 알아들을 수 없는 배배 꼬인 언어를 헤치고서 그 사상을 찾아내는 작업의 순수한 어려움에 매혹을 느낀다.-193~194쪽

그 남자가 곧잘 무심해지거나 딴청을 부리거나 앨리스의 전화에 응답하지 않는 것은 [예의 바르지 않는 것은 둘째 치고] 자신이 그만한 애정을 받아 마땅하다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그 남자는 감상에 뜨악해서 제대로 대응을 할 수가 없었고, 상대의 애정에 받아들이기 힘든 [그리고 못마땅한] 역겨움을 경험했다.-197쪽

몽테뉴는 수상록의 '고독에 관해'란 부분에서 이렇게 썼다. '한 사람이 소크라테스에게, 어떤 사람이 여행을 하고도 전혀 성숙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발전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자기 자신을 데려갔거든요.''-290쪽

누구와 사귈 때, 사람만 달랑 올 수가 없다 - 어린 시절부터 축적된 문화가 따라오고, 관계를 맺은 사람들과 관습이 따라온다. 특정한 지역성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가 함께 온다.-298쪽

개성이란 읽는 이와 쓰는 이 양쪽이 다 필요한 언어와 같다. 일곱 살 아이에게 셰익스피어 작품은 말도 안 되는 허섭스레기이며, 만약 그의 작품이 일곱 살 아이들에게만 읽힌다면 셰익스피어는 그 아이들이 이해하는 수준에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 마찬가지로 앨리스의 가능성도 애인이 공감해주는 한도에서만 뻗어나갈 수 있다.-318~319쪽

문제가 있는 사람[사랑을 받기만 하는 사람, 질투가 심한 사람, 감수성이 무딘 사람, 다른 성에 더 관심 있는 사람, 결국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사람......]을 사랑할 경우, "문제는 그의 탓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게 가장 흔한 반응이다. 물론 그에게 문제가 있지만, 그것은 그 성격의 중심적인 특질이 아니라 우연히 생긴 일면일 뿐이라는 것이다.-3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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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반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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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잠이 안 오던 새벽에 집어든 책. 그런데 몇 장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고 결국 밤을 꼬박 새고야 말았다. 케케묵은 '사랑' 이야기일 뿐인데, 진부하고 일상적인 '연애' 이야기일 뿐인데, 이건 달라도 한참 다르다. 남자의 언어를 알아야 연애에 성공한다거나, 남자에게 잘 보이려면 이런 화장법과 이런 옷차림과 이런 화법에 능숙해져야 한다는 시중의 그렇고 그런 연애지침서들을 보란듯이 불태워버리고 싶을 정도다. 연애가 잘 안 풀릴 때마다 점집에 점을 보러 가는 대신 집어들었던 책들이었지만, 그것들이 한참이나 어린 연하 애인과 시시덕거리는 놀이 수준이었다면, 이건 다섯 수레의 책을 읽고 철학에도 조예가 깊은 연상의 남자와 수준높은 '어른의' 연애를 하는 느낌?!!

꽤 오래 전 일인데, SBS 야심만만에 최강희가 나와서 했던 말이 계속 기억에 남았었다. 그녀는 애인에게 '나는 너를 마시멜로해'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어느 책에서 읽었다며 닳고 닳은 사랑한다는 말보다 마시멜로한다는 말로 감정을 표현하고 싶다고.. MC와 게스트는 물론 방청객까지 순간 '오~' 하며 감동했었고 나도 마찬가지였는데, 이런이런, 그게 알랭 드 보통의 책이었구나. 책 속 마시멜로 구절을 발견하면서 또 한 번 감동하고 말았다. 이것도 그들만의 '집안 언어'겠지. 사랑한다는 말 대신 마시멜로해 라는 말을 속삭이고, 오늘 상대를 좋아하는 정도를 10점 만점으로 점수화하고, 클로이 대신 티지라는 이름을 만들어주고.. 나는 집안 언어를 쓸 만큼 사랑에 빠졌던 때가 언제였던가 되돌아본다. 아, 3년이나 됐구나. 그와 내가 쓴 집안 언어들. 곰(고마워), 별(별 말씀을), 즐똥(화장실 주문) 등 지금 생각하면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그때는 우리 둘만 아는 언어란 생각에 묘한 동질감을 느끼곤 했다. 그 후로 두 번의 연애를 더 했지만 '집안 언어'는 쉽사리 나오기 힘들더라. 사랑을 하기 그만큼 힘들다는 얘기.

간혹 올인하는 연애를 한 후 헤어질 때마다, 머리 밀고 절에 들어갈까, 죽어버릴까, 혹은 죽여버릴까 등등 온갖 험한 상상을 했었는데, 진작 이 책을 알았더라면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영혼은 낙타의 속도로 움직이지만, 그 낙타는 시간을 따라 걸으면서 무거운 사랑의 짐을 내려놓고 오아시스까지 뛰어갈 수 있다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그렇게 힘들어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내가 죽으면 상대는 충격을 받겠지만 정작 죽은 나는 상대가 충격을 받은 모습을 볼 수가 없고, 그 충격받은 모습을 보려면 살아 있어야 하고.. 죽느냐 사느냐 햄릿에 대한 대답은 사는 동시에 죽어야 한다는 것. 어렵지만, 위로가 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또 훌륭한 자살방지서다.

시작하는 연인들이라면, 격정적인 사랑 중인 연인들이라면, 헤어지려는 연인들이라면, 그리고 헤어져서 수렁에 빠진 연인들이라면, 알랭 드 보통에게 한 수 배워야 하지 않을까. 단체로 런던대학교에 유학이나 가자고 꾀고 싶다. 박식하고 착하고 분명히 잘 생겼을 알랭 드 보통,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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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반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2년 7월
구판절판


짐을 챙겨서 세관을 통과했을 때 나는 이미 클로이를 사랑하고 있었다.-9쪽

전화는 전화를 하지 않는 연인의 악마 같은 손에 들어가면 고문 도구가 된다.-30쪽

어쩌면 침묵과 서툰 태도는 욕망의 애처로운 증거로서 용서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46쪽

구애과정에서의 거짓말은 다른 영역에서의 거짓말과 매우 다른 면이 있었다. 내가 경찰에게 자동차 속도에 대해서 거짓말을 한다면 그것은 분명한 이유 때문이다. 벌금이나 체포를 피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랑받기 위한 거짓말에는 좀더 비뚤어진 가정이 수반된다.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사랑받을 수 없다.-53-54쪽

나는 키스한다, 고로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이 사랑을 나누는 행위를 둘러싼 공식적 신화이다.-63쪽

우리가 아는 또다른 마르크스는 자신과 같은 사람을 회원으로 받아들여줄 클럽에는 가입할 생각이 없다고 농담을 했다. 이 농담은 클럽 회원권과 마찬가지로 사랑에도 적용되는 진리이다. 우리는 그 터무니없는 모순 때문에 마르크스주의자의 입장에 대해서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

클럽에 가입하기를 바라면서 동시에 클럽에 가입함으로써 그 소망을 잃어버리기를 바라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클로이가 나를 사랑하기를 바랐으면서, 막상 그녀가 나를 사랑하자 그녀에게 화를 내는 것은 어떻게 된 일인가?-75쪽

우리는 밤에 같은 침대에서 같은 책을 읽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나중에 가면 그 책들이 서로 다른 대목에서 감동을 주었으며, 결국 우리 각각에게 그 책은 다른 책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따라서 한 줄의 사랑의 메시지에도 똑같은 차이가 발생하지 않을까?-125쪽

순간 나는 클로이의 팔꿈치 근처에 있던, 무료로 나오는 작은 마시멜로 접시를 보았다. 의미론적 관점에서는 설명할 수 없었지만, 갑자기 나는 클로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마시멜로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마시멜로가 어쨌길래 그것이 나의 클로이에 대한 감정과 갑자기 일치하게 되었는지 나는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은 너무 남용되어 닳고 닳아버린 사랑이라는 말과는 달리, 나의 마음 상태의 본질을 정확하게 포착하는 것 같았다. 더 불가해한 일이지만, 내가 클로이의 손을 잡고, 험프리 보가트와 로미오에게 눈을 찡긋하며, 그녀에게 아주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고, 나는 너를 마시멜로한다고 말하자, 그녀는 내 말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것이 자기가 평생 들어본 가장 달콤한 말이라고 대답했다.

그때부터 사랑은, 적어도 클로이와 나에게는, 이제 단순히 사랑이 아니었다. 그것은 입에서 맛있게 녹는, 지름 몇 밀리미터의 달콤하고 말캉말캉한 물체였다.-133쪽

상대의 특징들을 의식하면서 우리에게는 서로의 이름을 다시 지어주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사랑은 사랑이 만들어내지 않은 이름을 들고 우리를 찾아온다. 그것은 태어날 때 부모가 준 이름이고, 여권과 등록증에 공식적으로 적힌 이름이다. 연인은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독특함을 찾아낸다는 것을 고려할 때,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는 이름으로 그 독특함을 표현하고[비록 간접적이라고 해도] 싶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클로이는 그녀의 사무실에서는 클로이였지만, 나에게는 [우리 둘 다 알지 못하는 이유로] 그냥 티지였다.-151쪽

두 사람이 서로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함께 이야기하는 언어는 일반적인 언어, 사전에서 정의된 담론의 언어로부터 멀어진다. 익숙함은 새로운 언어를 창조한다. 두 연인이 함께 짜 내려가는 이야기와 관련을 맺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잘 이해할 수가 없는, 친밀성에 기초한 집안 언어이다. 그것은 공유된 경험의 축적을 암시하는 언어이다. 거기에는 관계의 역사가 담겨 있다. 그 언어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는 말은 다른 사람에게 하는 말과 달라진다. -158-159쪽

클로이와 내가 흔히 주고 받는 농담이 있었다. 우리의 감정의 변덕을 인정하고 사랑의 빛은 전구처럼 항상 타올라야 한다는 상식적인 요구를 완화하기 위해서 헤라이클레이토스적인 생각을 실행에 옮긴 것이었다.
"무슨 문제가 있어? 오늘은 나를 좋아하지 않아?"
둘 중의 하나가 그렇게 묻는다.
"덜 좋아해."
"그래? 아주 많이 덜?"
"아니, 그렇게 많이는 아니고."
"10점 만점이라면?"
"오늘? 어, 한 6.5 정도. 아냐, 6.75에 더 가깝겠네. 너는 어떤데?"
"어이쿠, 나는 마이너스 3 정도인데. 오늘 아침에 네가 ......할 때는 12.5 정도였던 것도 같지만."-185-186쪽

어떤 사람이 현재의 애인과 함께 있을 때 과거의 사랑을 대하는 무관심에는 특별히 잔인한 면이 있다. 오늘은 이 사람을 위해서 무엇이라도 희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몇 달 후에는 그 사람을 피하기 위해서 일부러 길[또는 서점]을 건넌다는 것은 무시무시하지 않은가.-193쪽

내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를 온 세상 사람에게, 특히 클로이에게 보여줄 수 있으려면 죽어야 했다. 그러나 내가 클로이에게 준 충격을 보고 화를 풀려면 나는 살아 있어야 했다. 그것은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햄릿에 대한 내 대답은 사는 동시에 죽어야 한다는 것이었다.-259쪽

영혼은 낙타의 속도로 움직인다는 아랍 속담이 있다. 우리는 시간표가 꽉 짜인 현재의 무자비한 역학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아가지만, 마음의 자리인 영혼은 기억의 무게에 힘겨워하며 노스탤지어에 젖어서 느릿느릿 뒤따라온다. 만일 모든 연애개 낙타에게 짐을 더 얹는 것이라면, 사랑의 짐의 의미에 따라서 영혼의 속도는 더 느려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의 낙타가 마침내 클로이의 기억이라는 엄청난 무게를 떨쳐버렸을 때, 낙타는 죽기 직전의 상태였다.-267쪽

시간은 자신을 생략한다. 확장된 상태에서 살지만 수축된 상태에서만 기억되는 아코디언 같다. 클로이와 함께 했던 삶은 얼음 조각과 같아, 현재로 옮겨오는 동안 차차 녹아버렸다. -271쪽

낙타는 시간을 따라 걸어가면서 짐이 점점 더 가벼워졌다. 계속 등에 실린 기억과 사진들을 흔들어 사막에 떨어뜨렸고, 바람이 그것들을 모래 속에 묻어버렸다. 낙타는 점점 더 가벼워져서 나중에는 그 독특한 모습으로 뛰어가기까지 했다. 그러다 어느 날 마침내 현재라고 부르는 조그만 오아시스에서 이 지친 짐승은 나의 나머지를 따라잡게 되었다.-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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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의 나라 럭셔리 코리아
김난도 지음 / 미래의창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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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알고 있던 두리뭉실한 내용을 탄탄하게 정리해주는 책, 디드로 효과라든지, 파노플리 효과라든지, 보이지 않는 잉크전략 같은 재미있는 법칙도 덤으로 알게 된다. 나중에 아는 체하며 써먹기 아주 좋을 듯(?).

대한민국 명품소비 증후군에 대한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데, 주의할 것은 정말 "교과서" 같다는 것. 중간중간 표로 깨끗하게 정리해주는 바람에 교과서 같단 생각을 더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그만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설명이 돋보였다는 얘기도 된다. 허나 인터뷰가 너무 짧다는 건 아쉽다. 인터뷰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없이 다만 "중산층 30대 전업주부" 류로 표현되는데, 이 인터뷰가 좀 더 심층적이었다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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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의 나라 럭셔리 코리아
김난도 지음 / 미래의창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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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품질의 지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높은 가격은 좋은 품질을 의미한다는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소비자들은 1만 원짜리 물건과 10만 원짜리 물건을 비교할 때, 비싼 것이 싼 것보다 품질도 좋을 것이라고 막연히 추론합니다. 이런 현상을 '가격-품질 연상심리(price-quality association)'라고 하는데, 소비자들은 상품의 가격에서 품질을 유추한다는 것입니다.-31쪽

사람은 자신이 소속된 집단을 소비물을 통해 표현하고 싶어 합니다. 특히 부유층은 자신이 상류집단에 속해 있음을 드러내고 싶어 합니다. 상류층의 지위를 표시하는 방법 중 하나는 이른바 '보이지 않는 잉크 전략(invisible ink strategy)'입니다. 일정한 집단이 음악, 시, 놀이, 춤, 에티켓과 같은 잘 드러나지 않는 지식을 연마해서 그것을 자기 집단의 소속기호(sign of belonging)로 삼는 전략입니다.-35쪽

심청전, 흥부전, 춘향전, 콩쥐팥쥐 이야기 등 수많은 전래 이야기 속에는 신분상승의 은유가 들어 있습니다. 하긴 쑥과 마늘만으로 백을을 버텨 인간으로 변해 환웅과 결혼하는 신분상승(?)의 영광을 누린 곰의 자손이라는 건국신화를 가진 민족이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71쪽

스토우퍼(Stouffer)의 분석에 의하면 전체적으로 진급이 어려운 헌병들은 진급제도에 만족하는 한편, 진급이 잘 되는 파일럿들이 오히려 진급제도에 불만을 가진다고 합니다. 인간의 태도, 열망, 비애 등은 성취의 절대적인 수준보다는 상대방과의 '비교'와 더 밀접하기 때문입니다. 토크빌(Tocqueville)은 "평등해질수록 더 질투하면서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 인간이 평등해지면 사소한 불평들을 견뎌낼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91쪽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 중에 '병원놀이 세트'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안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청진기, 주사기, 온도계, 혈압계, 반사거울 등등 병원에서 쓰는 물건들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너는 간호사 해, 나는 의사선생님이야" 하며 소꿉친구와 역할을 나누어 이 세트를 모두 착용하고 나면, 마치 내가 의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해주었습니다. 이처럼 한 세트의 물건이 잠시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해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세트를 프랑스어로 파노플리(panoplie)라고 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을 '파노플리 효과'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하자면 사치품은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게 해주는 장난감놀이 세트가 된다는 것입닏. 사치품은 파노플리 효과를 가집니다.-124쪽

철권의 독재정권이 그토록 엄하게 단속을 하는데도, 머리를 기르고 짧은 치마를 입게 한 힘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동조의 힘입니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앞으로 돌격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애국심이 아니라 동료의 동조압력 때문'인 것입니다.-131쪽

이처럼 사치품에 중독되어가는 과정을 묘사한 것 중에 재미있는 현상으로 '디드로 효과'라는 것이 있습니다. 프랑스의 디드로(Dedrot)라는 수필가가 실내복을 새로 사게 되었답니다. 얼마 되지 않아 이 예쁜 실내복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책상에 불만으 가지게 되었고, 결국 새 책상으로 바꾸고야 말았다는 것입니다. 같은 이유로 벽걸이, 의자, 판화, 책 선반까지 새로 구입하고, 종국에는 서재 전체를 바꾸어 그 분위기를 맞추게 됐다고 합니다. 이처럼 작은 물건 하나 때문에 소비가 파급되는 것을 디드로 효과라고 부르고, 서로 어울리는 제품들 간의 관계를 디드로 통일성이라고 합니다.-1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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