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의 나라 럭셔리 코리아
김난도 지음 / 미래의창 / 2007년 3월
품절


가격은 품질의 지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높은 가격은 좋은 품질을 의미한다는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소비자들은 1만 원짜리 물건과 10만 원짜리 물건을 비교할 때, 비싼 것이 싼 것보다 품질도 좋을 것이라고 막연히 추론합니다. 이런 현상을 '가격-품질 연상심리(price-quality association)'라고 하는데, 소비자들은 상품의 가격에서 품질을 유추한다는 것입니다.-31쪽

사람은 자신이 소속된 집단을 소비물을 통해 표현하고 싶어 합니다. 특히 부유층은 자신이 상류집단에 속해 있음을 드러내고 싶어 합니다. 상류층의 지위를 표시하는 방법 중 하나는 이른바 '보이지 않는 잉크 전략(invisible ink strategy)'입니다. 일정한 집단이 음악, 시, 놀이, 춤, 에티켓과 같은 잘 드러나지 않는 지식을 연마해서 그것을 자기 집단의 소속기호(sign of belonging)로 삼는 전략입니다.-35쪽

심청전, 흥부전, 춘향전, 콩쥐팥쥐 이야기 등 수많은 전래 이야기 속에는 신분상승의 은유가 들어 있습니다. 하긴 쑥과 마늘만으로 백을을 버텨 인간으로 변해 환웅과 결혼하는 신분상승(?)의 영광을 누린 곰의 자손이라는 건국신화를 가진 민족이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71쪽

스토우퍼(Stouffer)의 분석에 의하면 전체적으로 진급이 어려운 헌병들은 진급제도에 만족하는 한편, 진급이 잘 되는 파일럿들이 오히려 진급제도에 불만을 가진다고 합니다. 인간의 태도, 열망, 비애 등은 성취의 절대적인 수준보다는 상대방과의 '비교'와 더 밀접하기 때문입니다. 토크빌(Tocqueville)은 "평등해질수록 더 질투하면서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 인간이 평등해지면 사소한 불평들을 견뎌낼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91쪽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 중에 '병원놀이 세트'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안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청진기, 주사기, 온도계, 혈압계, 반사거울 등등 병원에서 쓰는 물건들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너는 간호사 해, 나는 의사선생님이야" 하며 소꿉친구와 역할을 나누어 이 세트를 모두 착용하고 나면, 마치 내가 의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해주었습니다. 이처럼 한 세트의 물건이 잠시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해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세트를 프랑스어로 파노플리(panoplie)라고 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을 '파노플리 효과'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하자면 사치품은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게 해주는 장난감놀이 세트가 된다는 것입닏. 사치품은 파노플리 효과를 가집니다.-124쪽

철권의 독재정권이 그토록 엄하게 단속을 하는데도, 머리를 기르고 짧은 치마를 입게 한 힘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동조의 힘입니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앞으로 돌격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애국심이 아니라 동료의 동조압력 때문'인 것입니다.-131쪽

이처럼 사치품에 중독되어가는 과정을 묘사한 것 중에 재미있는 현상으로 '디드로 효과'라는 것이 있습니다. 프랑스의 디드로(Dedrot)라는 수필가가 실내복을 새로 사게 되었답니다. 얼마 되지 않아 이 예쁜 실내복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책상에 불만으 가지게 되었고, 결국 새 책상으로 바꾸고야 말았다는 것입니다. 같은 이유로 벽걸이, 의자, 판화, 책 선반까지 새로 구입하고, 종국에는 서재 전체를 바꾸어 그 분위기를 맞추게 됐다고 합니다. 이처럼 작은 물건 하나 때문에 소비가 파급되는 것을 디드로 효과라고 부르고, 서로 어울리는 제품들 간의 관계를 디드로 통일성이라고 합니다.-1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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