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플라시보 > 프리미어 이기자가 말하는 배우들의 말말말

친구 유진이의 동생 숙명. 그녀는 프리미어 기자이다. 그녀의 홈피에서 퍼 온 글인데 이게 기사화가 된건지 어쩐지는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숙명이 본지도 무지하게 오래되었다. 여전히 팔다리가 긴. 유진과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몸매를 잘 간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배우들의 말말말

적당한 지면을 찾지 못해 사장될 뻔한, 그러나 놓치기 아까운 배우들의 주옥같은 말들, 황당무계한 사건들을 여기 모아보았다. 이런 지면이 마련되었다고 하자, 각 매체의 담당자들은 기꺼이 흉중에 숨겼던 말들을 풀어놓았다. 웃고 즐길 내용도 있지만 기자들의 애환이 느껴지는 대목도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키보드를 치는 기자의 손은 후환이 두려워 벌벌 떨리고 있다.

#1. <밀애> 주인공 인터뷰
기자 :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감독님 있으세요?
이종원 : <오아시스>를 만드신 강우석 감독님이요.
기자 : (조심스럽게) <오아시스>는 이창동 감독님이신데요.
이종원 : 어, 그래요? 언제 바뀌었죠?

#2. <반칙왕> 로케이션 숙소
저녁 회식에서 거나하게 취한 송강호가 방방마다 노크를 하며 사람들을 깨운다. 첫째 방문이 열리자 특유의 코믹한 목소리로 외친다. “술먹자!” 둘째 방문이 열리자 또 그런다. “술먹자!” 셋째 방, 넷째 방, 다섯째 방…. 몇 번째 방인가, 마침내 문이 열리고, 감독의 얼굴이 나타난다.
송강호 : 감독님…, 술먹어요!
감독 : 강호씨, 내일 촬영 있으니까 스태프들 잠 좀 자게…어쩌구저쩌구….
감독은 결국 송강호를 달래 방에 들여보냈는데, 잠시 후 다시 “똑똑! 술먹자!”, “똑똑! 술먹자!”, “똑똑! 술먹자!”…소리가 들려온다. 마침내 감독의 방.
송강호 : (똑똑!) 감독님…, 술먹어요!
감독은 다시 송강호를 달래 방에 들여보내고, 재발방지를 위해 그의 방문 앞을 지키기로 했다. 잠시 후, 송강호의 방문이 빼꼼히 열린다. 감독과 눈이 마주친 송강호는 아래의 한마디를 남기고 쏙 들어가 버렸다.
송강호 : 감독님…, 까~꿍!

#3. M 영화상 시상식
기자 : 패션지 OO 기자인데요, 사진 좀 찍어도 되겠죠?
김재원 : (포즈를 잡다말고 갑자기) 근데 잡지시죠? 저 잡지 안하거든요, 죄송합니다.
기자 : 그러세요, 그럼. (민망해지며 사진기자에게) 아니 잡지 말고 사진찍는 데가 또 있나? 아~, 신문! 신문에만 노출된다 이거지? 쳇, 살인미소는 무슨 살인미소. 살인재수네.

#4. <오! 해피데이> 제작발표회
기자 : 그동안 코믹한 배역들을 해오셨는데, 새영화에서 맡은 역할은 기존 배역들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장나라 : (발끈!) <뉴논스톱> <명랑소녀 성공기> <내 사랑 팥쥐> 다 나름대로 다르게 연기한 건데 제가 부족해서 구분이 안 된 것 같아요. 사실 데뷔한지 얼마 안 됐고, 겨우 세 작품했는데, 세 역할이 비슷했다고 그런 역밖에 못 한다 그러는 건 너무 이른 것 아닌가요? 제가 얼굴이 웃기게 생겨서 지금은 코믹한 역들을 하고 있는데, 외모가 바뀌어서 예뻐지면 성숙한 역도 할 수 있겠죠.
다른 기자들 : ‘그런 의도로 물어본 게 아닌 거 같은데…?’

#5. 압구정 어느 공원 벤치
기자 : 최민식씨가 “숀 펜 같은 연기자가 될 거다”라고 평한 적이 있었다죠?
공형진 : 그 얘긴 쓰지 마세요. 얼마 전에 만났더니 “넌 안돼” 그러더라고요.
#5-1. 술집
다른 기자 : 실례지만 담배를 좀 피워도 될까요?
공형진 : 물론이죠. 폐가 시커멓게 될 때까지 피셔요. (그런 걸 뭘 물어보고 핀다냐…)

#6. 설경구 인터뷰
기자 : 이창동 감독님 TV토론 나온 거 보셨어요? 말씀 잘 못 하시대요. 참, 문소리씨는 전화드렸더니 시민단체 행사 때문에 바쁘다 그러시더군요.
설경구 : 왜들 그런대? 멀쩡한 건 나밖에 없는 거 같아요. 내가 소리 걔보고 그런 거 하지 말라 그랬는데…. 전화 한번 해줘야겠네.
#6-1. 문소리 인터뷰
기자 : 이창동 감독님 TV토론 나온 거 보셨어요? 노사모에 말씀 잘 하는 분들 많으신데 왜 하필 감독님이 나가신 거죠? 참, 소리씨는 시민단체 행사 때문에 바쁘셨다면서요? 설경구씨랑은 연락 자주 하세요?
문소리 : 감독님은 교수님 스타일이라 말이 길어서 TV토론 같은 건 안 되는데 말이죠. 근데 명계남 대표님은 나가면 싸우니까. 시민단체 건은 무슨 행사에 배우들 소장품 협찬 받아야 된대서 대신 전화 걸어준 거예요. (자랑스럽고 신기한 듯) 그래서 최민식 선배님이랑도 통화해봤어요! 설경구씨요? 지겨워요.

#7. M 영화상 시상식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문소리가 역대 최고의 수상소감을 남긴다.
문소리 : 올 한해는 너무 큰일이 많았는데…대통령만 잘 뽑으면 잘 마무리될 거 같은데요. (일동 환호. 이윽고, 여우주연상 시상 직전 ‘영화상의 꽃’, ‘영화의 꽃’이라며 거듭 강조된 것을 떠올린 듯) 영화의 꽃이 되기보다 뿌리가 되고 거름이 되는 그런 배우가 되겠습니다.

#8. <일단 뛰어> 주인공 인터뷰
기자 : 본인 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연기 공부는 따로 안 하나요?
권상우 : 저는 느낌을 중시해요. 연기는 정답이 없는 거잖아요. 최지우씨 보세요. 저는 그분 연기 좋다고 생각해요. 배역 분위기를 잘 살리잖아요.

#9. <해안선> 주인공 인터뷰
기자 : 작년에 모 인터넷 매체에서 최악의 배우로 선정되셨죠?
장동건 : 예, 근데, 명색이 1등인데 트로피도 안주더라고요.
기자 : 최근에 또 음반낸다는 소문이 있던데, 설마 사실은 아니죠?
장동건 : 그건 아니예요. 그런데, 또 내면 안 된단 소린가요?

#10. <도둑맞곤 못살아> 주인공 인터뷰
기자 : 점심 안 드셨죠? 촬영 끝나고 밥이라도 먹으면서 편하게 얘기하죠.
소지섭 : 원래 점심 잘 안 먹어요.
무안해진 기자 : (인터뷰하려고 녹음기를 꺼낸다)
매니저 : 녹음하는 거 싫어해요. 그냥 적으면서 하시죠. 조금 전에 딴 데 인터뷰할 때도 그했고, 지섭인 항상 그렇게 인터뷰 해왔어요.
기자 : 왜 안하시는데요?
소지섭 : 제 목소리 녹음되는 거 싫어요.
기자 : 근데 저는 녹음하는 게 편한데 어쩌죠? 적다보면 진지한 인터뷰를 할 수가 없거든요. 물어볼 때마다 받아쓰기하다 보면 다음 질문 연결도 매끄럽지 못하고….
매니저, 소지섭 : 그냥 쓰시죠!
기자 : (강압적인 분위기에 움찔하며) 그럼 그렇게 하죠. (녹음기를 가방에 넣으며) 그럼 누군가 옆에서 적어주세요. 호호호~.
잠시후, 소지섭은 담배를 피우러 나간다며 매니저와 함께 사라졌고, 한참만에야 매니저 혼자 돌아온다. 분위기가 심상찮다.
기자 : 혹시 그냥 간다는 말 하려는 거 아니시죠?
매니저 : 맞아요. 초면인데, 말이 좀….
기자 : (소지섭을 찾아가) 그런 의도 아니었는데, 그렇게 받아들이셨으면 제가 말실수 한거니까 죄송해요. 진짜로 써달라는 거 아니었어요. 그리고 지섭씨 이렇게 가면 서로 마음 안좋고…어쩌구저쩌구…그리고 여기 홍보사 분이나 사진찍는 분들 준비 많이 하셨는데, 아무리 감정이 안 좋아도 일이잖아요. 감정 때문에 이러는 건 서로 프로답지 못하잖아요…어쩌구저쩌구….
소지섭 : (묵묵부답)
기자는 담배피우고 오라며 먼저 스튜디오로 들어가고, 소지섭은 말없이 그곳을 떠나버린다. 한참 기다리다 뒤늦게야 사정을 파악한 홍보사 직원이 부리나케 전화를 걸자 매니저가 나타난다.
기자 : 기분 안 풀리나 보죠?
매니저 : 기자님이 좀 전에 사과한다시면서 또 말실수를 하셨어요. 아세요?
기자 :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이번엔 또 뭔데? 뭔데?’
매니저에 의하면 ‘프로’운운한 것이 그의 자존심을 자극했단다. 매니저와 장시간 얘기를 나눈 기자, 어딘가 전화를 한다.
기자 : 편집장님. 사유는 나중에 말씀드릴텐데, 이번달 소지섭 인터뷰 빠지면 큰 지장 있나요?
편집장 : 왜 그러는데? 지장 없어.
이렇게 해서 소지섭과의 인터뷰는 무산되었다. 매니저는 ‘언제 술 한번 사겠다’는 기약 없는 말로 사과를 대신했으며, 취재기자는 스튜디오 벽장에 숨어 한바가지 눈물을 쏟았고, 사진기자는 아침부터 몇 시간에 걸쳐 설치한 촬영용 소품들을 말없이 뜯어내기 시작했다.

#11. <리 베라메> 촬영장
소방관 역의 유지태가 화재진압을 하는 장면. 최민수(일명 최감독)가 연기를 지켜보고 있다.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 ‘땀이 부족해’
최민수 : 컷! (컷 사인을 원래 배우가 내는 거냐고 묻지는 마라)
입에 물을 머금은 채 유지태에게로 다가간 최민수. 후배의 얼굴에 땀을 뿌려준다. 푸~~!
#11-1. <청풍명월> 촬영장
전날 말(馬) 때문에 고생했던 최민수 : 제니퍼(말 이름) 그년은 안 왔어? 걔가 내 똥구멍 찢어놨는데….
#11-2. 모 영화 회식자리
어느 스태프 : (최 감독을 의식하며) 배우는 배우로서 할 일이 있는 거고, 감독은 감독으로서 할 일이 있는 거고, 서로 포지션을 지키는 게…….
최민수 : (그 스태프를 가리키며) 너! (일동 긴장) 남자다!

#12. 야외.
취재기자, 사진기자 등이 <일단 뛰어> 주인공 송승헌 인터뷰를 위해 모여 있다. 배우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이때 취재기자의 전화벨이 울린다. 홍보사 직원이다.
홍보사 : 기자님, 죄송해요. 송승헌씨 쪽에서 연락이 왔는데요. 오늘 인터뷰 안 될 거 같아요.
취재기자 : 약속 시간 얼마 안 남아서 다 장소에 나와 있는데 이제 와서 무슨 말씀이세요?
홍보사 : 표지 아니면 인터뷰 안 한대요.
취재기자 : 뭐라고요?
사정을 들은 사진기자 : 표지는 아무나 하나? 다음에 만나면 눈썹을 밀어버릴테다!

#13. 잡지사
기자 : (전화기에 대고) 예? 유오성씨 인터뷰 안 된다고요? 하기로 했잖아요. 개인사정 때문이라고요?
며칠 뒤.
기자 : (전화기에 대고) 유오성씨 인터뷰 된다고요? 이번엔 진짜죠?
#13-1. 청담동 D스튜디오.
기자와 매니저, 홍보사 직원, 유오성 등이 스튜디오에 도착한다. 시간 조정이 잘못된 관계로 다른 팀이 스튜디오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 촬영보다 인터뷰를 먼저 하기로 한다. 무슨 일인지 유오성의 대답이 시종일관 퉁명스럽다. “네…아니요…뭐 그렇죠…네…영화 얘기나 하시죠….”취재경력이 7년 남짓이지만 이런 분위기 처음이라는 기자는 ‘내가 뭘 잘못했지?’고민에 휩싸인다. 이윽고.
기자 : <챔피언>은 아직 못 봐서 어떻게 이해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유오성 : (기다렸다는 듯 벌떡 일어나며) 그럼, 영화보고 얘기하시죠! (담배갑을 집어들고 휑하니 나가버린다)
남아있던 일동 : !
후에 기자는 공식사과를 요구했지만 유오성 측에서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고 오히려 “나도 무시당했다”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얼마 뒤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유오성은 사적인 부분에 대한 질문 때문에 기분이 나빴고, 영화를 안 본 상태에서 인터뷰하는 것이 싫었다고 밝혔다. 그의 지적은 일견 정당하지만 표현방식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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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구두 2004-09-17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중간에 최민수 얘기는 정말... 끝장... 한참 웃었어요.
추천추천...
하고 추천했는데... 엥, 플라시보님 글이네용. 흐흐.

▶◀소굼 2004-09-17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구두님 추천 나이스-_-)b;; [노리고 데려왔다는 사실을 들키면 안되는데;]

로드무비 2004-09-17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천요!
소지섭 깬다!(혼잣말)

mira95 2004-09-17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지섭 싫다... 더 싫어졌어요~~~

_ 2004-09-17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지섭....정말 저런 인간이라면
소갈머리가 지x같이 섭섭하군요-_-

▶◀소굼 2004-09-17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난 인간들이 많죠:)

soyo12 2004-09-18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거 한번 기사화됐었어요. 작년 12월이던가?
제가 느끼기엔 프리미어 잡지의 특징이 한번 기억하는 건 반드시 기사화해낸다같아요.
어쩌면 가장 튼튼한 자본을 가지고 있는 그들만이 할 수 있는 글 같기도 하구요.
ㅋㅋ 어떨 때는 프리미어의 기자들의 난상토론같은 영화 씹기 때문에 즐거워하며 읽기도 한답니다. ^.~

▶◀소굼 2004-09-18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요님/아 그렇군요. 프리미어는 한번도 본 적이 없네요. 도서관에도 없고..추천해서 보자고 할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