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에 입각해 확신하는 습관, 증거가 확실하게 보장하는 정도까지만 확신하는 습관이 일반화된다면 현재 세계 앓고 있는 질환에 대부분이 치유될 것이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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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람을 만난 장소(진료실이냐 아니냐)가 사람에 대한 나 인식에 큰 걸림돌이었던 셈이다. 내 앞에 한 사람을 운전한 존재로 바라보기 어려웠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 P20

사람의 삶의 마지막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외부적 환경이나 상황 등 그들의 조건이 아니라 그 사람 존재 자체다. - P23

누구든 내 삶이 나와 멀어질수록 위험해진다. - P41

자기 존재의 주목을 받은 이유부터가 제대로 된 내 삶의 시작이다. 거기서부터 건강한 일상이 시작된다.
노인도 그렇고 청년이나 아이들도 그렇다.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 P47

내가 그럴 때는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 아이는 말은 ‘너는 항상 옳다‘는 말에 뭔 뜻이다.
그것은 확실한 ‘내 편 인증‘이다. 이것이 심리적 생명줄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에게 꼭 필요한 산소 공급이다. - P49

우리가 살면서 겪는 모든 감정들은 삶의 나침반이다.
약으로 함부로 없앨 하찮은 것이 아니다.
약으로 무조건 눌러버리면 내 삶에 나침반과 등대도 함께 사라진다.
감정은 내 존재의 일이다. - P92

언제나 나를 놓쳐선 안 된다.
언제나 내가 먼저다. 그게 공감이 중요한 성공 비결이다. - P120

내가 모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시작되는 과정이 공감이다.
제대로 알고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조심스럽게 물어야 공감할 수 그래서 공감은 가장 입체적이고 총체적인 파악인 동시에 상대에 대한 이해이고 앎이다.. - P127

‘거부감 들지 않고 다정하게, 그러나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공감 유발자다.
자세히 알아야 이해하고 이해해야 공감할 수 있다. - P129

공감적 대화에 과녁은 언제나 존재 자체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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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니 정말 그랬다.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순간에도' 듣고 싶었던 말이 있었다. 그 말을 듣지 못해 마음은 상했고 얼굴은 굳어졌다. 때로는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을 듣기도 했다. 그 말 한마디는-때로는 글말 한줄- 겨울내내 얼어있던 땅을 녹이는 봄비처럼,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그랬던 삶의 순간들이 오롯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내 주위에도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지만 듣고 싶었던 말을 듣지 못한 이들이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아내와 아이들이 그럴거 같고, 몇몇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런 이들의 마음을 알고, 애틋한 위로의 말을 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엄마, 아버지도 사는 게 무섭던 때가 있었단다'의 엄마처럼...

결국 인생은 인내심과 정성을 얼마나 쏟느냐의 문제임을 아버지는 말없이 가르쳐 주고 싶었던 것지도 모르겠다. - P32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인정받아야 ‘쓸모‘ 있는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꼭 필요한 존재라는 확신이 있어야 ‘잘 쓰이는‘삶을 살 수 있다.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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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참척'에 관한 것이다

'참척'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된 단어다. 뜻을 찾아보니 한자 참척(慘慽)의 뜻은 '자손이 부모나 조부모보다 먼저 죽는 일'이다. '참척'은 잠척(潛着)에서 온 말로 뜻은 '한 가지 일에만 정신을 골똘하게 씀'이다. 이 책은 참척(慘慽)을 겪고 그 일에 잠척(潛着)하며 살았던 기록이다.

  

박완서 작가님은 참척을 겪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지 255개월밖에 안된 아들이 19888월에 죽었다. 아들의 죽음 이후에 '만일 내가 독재자라면 88년 내내 아무도 웃지도 못하게 하련만. 미친년 같은 생각을 열정적으로 해본다.'(17)라는 글귀처럼 고통과 절망, 그리고 분노 속에 지낸 박완서 개인의 내면 기록이다.

 

납득할 수 없고, 감당할 수도 없는 절망 속에서 세상을 향해 분노하다 신을 향해 포악을 떨다가도 '한 말씀만 하소서'라고 신의 도움을 간절히 구한다. 하지만 끝내 신은 아무 말씀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밥이 되어라' 사제관 응접실 탁자 위에 놓인 백자 필통에 쓰인 글귀를 보고 이전에 자신이 경험했던 일들 속에 신의 응답이 담겨 있었음을 깨우친다.

 

그리고 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박완서 작가는 조금씩 다시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그녀가 '다시 글을 쓰게 됐다는 것은 내가 내 아들이 없는 세상이지만 다시 사랑하게 되었다는 증거와 다르지 않다는 것'(173) 이었다.

  

책을 내내 몇번이고 한숨이 터져나왔다. 가슴이 답답했다. 그리고 불현듯 '글을 쓴다는 것이 정말로 위대한 일이다'는 생각이 올라왔다. '주여 저에게 다시 이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주여 너무 집착하게는 마옵소서' (174) 이 고백이 내 입술에서 나오는 날이 오기를 감히 기도해본다.

만약 내 수만 수억의 기억의 가닥 중 아들을 기억하는 가닥을 찾아내어 끊어버리는 수술이 가능하다면 이 고통에서 벗어나련만. 그러나 곧 아들의 기억이 지워진 내 존재의 무의미성에 진저리를 친다. - P26


주여 저에게 다시 이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주여 너무 집착하게는 마옵소서.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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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언어가 되면 슬픔은 나를 삼키지 못한다. 그 대신 내가 슬픔을 ‘본다‘ 쓰기 전에 슬픔은 나 자신이었지만 쓰고 난 후에는 내게서 분리된다. 손으로 공을 굴리듯, 그것은 개가 가지고 놀 수 있는 무엇이 된다. - P22

글을 쓴다고 실제로 뭐가 달라지는 건 물론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겪은 일을 언어로 재현할 수 있다는 믿음은 희한하게도 나를 일으켜 세웠다. - P33

기쁨은 언어가 되는 순간 불어나고 슬픔은 언어가 되는 순간 견딜 만한 것이 된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 P37

삶이 너무 지독할 때는 쓸 수가 없다. 하지만 지독하지 않으면 쓸 이유가 없다. 그 중간의 어딘가에 모든 글쓰기가 웅크리고 있을 것이다. - P49

주여 저에게 다시 이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주여 너무 집착하게는 마옵소서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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