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도록 끝나지 않는 대화란 어떤걸까? 그렇게 대화를 나눴던 때가 분명 있었는데 그 대화의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오랜만에 밤새도록 끝나지 않는 대화를 나눠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

영화를 전공한 비디오 아티스트 서솔에게 반한 휘수, 그녀를 남자댄서로 착각했던 서솔, 당신이 좋고 대화가 하고 싶고 예술적으로 대화를 해야만 한다며 단도직입적으로 대시하는 이야기에서부터 흥미로운 두사람, 창작을 통한 예술을 하는 두사람의 대화는 어떤것인지 호기심에 책을 펼쳐보게 된다.

‘오늘은 어땠나요?‘ 라는 질문을 듣는 순간 잠깐동안 우리는 어떤 말을 해야할까 고민하게 된다. 참 쉬울거 같은 일상의 대화지만 잠시 고민하게 되고 고민에 고민을 더해 생각지 못했던 이야기를 끌어 내기도 하며 일상의 대화를 넘어 창작와 예술, 그 너머의 어떤것들까지도 끌어오게 되는 두 사람의 대화, 문득 그 대화속에 끼어 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서솔의 짝사랑에 대한 질문에 예술과의 짝사랑을 이야기하고 예술과 전혀 관련없는 영화 감독이야기를 하고 첫공연이 언제냐는 질문에 첫사랑이야기를 하고 처음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 각자의 방식으로 이야기한다. 휘수의 생각때문에 일어난다는 이야기에 쾌락주의와 경제적 후원에 대한 이야기, 나아가 일찌감치 유명해지지 않아서 더 발전할 수 있고 보여줄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에 설렌다는 이야기를 한다. 서솔의 담배에 대한 질문에 처음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때의 이야기를 하고 담배를 전애인 같은 거라는등의 이야기를 한다. ​

이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닉네임을 쓰게 된 이야기를 하고, 아빠의 성을 내내 써왔으니 엄마의 성을 따른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50년을 넘게 쓰면서도 썩 내키지 않아해서 좋아하지 못한 내 이름을 생각해본다. 그래도 착하게 살라고 아빠가 고심끝에 지어주신 이름인데 잘못 부르면 맘에 들지 않는 음식 이름처럼 들리는 내 이름에 엄마 성을 붙여서 써볼 생각은 못해봤다는 사실과 내맘에 드는 별명이라도 지어 불러 볼껄 그랬나 하는 이런 이야기들을 허휘수 서솔 두 사람의 대화속에 끼어 들어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이런 책이라니!

두 사람의 짧은 대화가 끝나면 서솔은 이브닝 노트에 휘수는 모닝 페이지에 각자의 짦은 에세이를 남긴다. 그 에세이 뒤에 나의 에세이 한페이지도 적어 보고 싶어진다. 그래서 ‘우리도 함께 대화해요‘ 라는 부록까지 담은 아주 심심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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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9-08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사귄 적이 있었던 그 여성도 엄마성을 고집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네요. 그러고보니 밤새도록 대화했던 일들이 이젠 거의 없는 듯합니다.ㅠㅠ
 
인생정원 - 산, 들, 나무, 꽃 위인들이 찾은 지혜의 공간
성종상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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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들의 삶이 투여된 정원 조경과 정원을 즐기는 방법을 엿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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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좋아해서 정원이라는 단어에 혹해서 읽게 된 책!

헤르만 헤세, 정약용, 괴테, 윈스턴 처칠, 정조대왕, 모네, 안평대군등등 이름 있는 사람들의 정원은 어떤 모습일까? 직접 정원을 가꾸는걸까? 아니면 정원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걸까? 이런 저런 궁금증이 들어 얼른 책을 펼쳐본다.

유배지에서조차 자신의 정원을 꾸미고 약초를 재배하거나 꽃을 심어 가꾸며 글을 쓰고 사람들과의 교류를 즐긴 다산은 여름 새벽 연꽃잎이 벌어지는 소리를 즐기거나 빗소리를 듣기 위해 파초를 기르고 잣나무를 한방향으로 심어 울타리를 심었다. 다산과 더불어 조선의 왕중 꽃과 나무를 가장 많이 심은 정조대왕 또한 자신만 즐기는 정원이 아닌 여럿이 함께 나누고 즐기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괴테는 자신의 정원 뿐만 아니라 나아가 식물원등 도시의 공공 정원에도 간여를 했으며 그의 정원은 색채학이나 식물학, 광학등의 실험의 장으로 쓰여지기도 했다. 정원에서 휴식을 취하는 일을 가장 위대한 또하나의 예술이라고 여겼으며 번뇌와 고통과 상처를 다스리는 치유의 장으로 여기기도 했다.

위인들의 정원이라니 그저 휴식의 공간으로 생각했는데 치유와 회복은 물론 문학과 예술, 교류의 장으로 삼은 이야기에 나에겐 정원이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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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8-24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은 도서네요. 감사합니다.
 
서울 아이 - 기다리는 일의 끝에 누군가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박영란 지음 / 우리학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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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광장을 배경으로 형을 기다리는 아이의 성장을 담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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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광장엘 가면 집없이 떠도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 틈에서 혹시 개다리춤을 추는 아이가 있다면 안부를 물어봐주고 싶다. 밥은 먹었는지, 아이언맨은 만났는지! 그런 마음으로 읽게 되는 소설!​

이제 열살, 엄마도 아빠도 없이 형의 보호를 받으며 자라는 아이, 형마저도 아이언맨을 찾으러 떠나버리고 하염없이 형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홀로 보내는 아이의 기다림은 언제쯤 끝이 날까? 그 끝을 기다리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아이를 아직 십대인 어린 형에게 맡기고 떠나버린 부모를 생각하니 내 잘못도 아닌데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아이의 일과는 늘 광장에서 시작되고 끝이 난다. 떠나간 사람들이 반드시 돌아오게 되어 있다는 믿음으로 아이는 이미 오래전에 떠난 엄마도, 아빠도 형도 그렇게 기다리며 오가는 사람들과의 일상을 슬기롭게 살아내고 있다.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다니는 귀차니 아줌마, 냉동실에 빵봉지를 넣어주는 옆집 누나, 그리고 고양이 버드와의 이야기가 가슴을 짠하게 만든다.

‘누구를 너무 기다리다 보면 세상 사람 절반은 그 사람과 비슷해 보이기 마련이다‘

늘 치킨을 사들고 금방 돌아오던 형이 이번엔 오랜 시간 돌아오지 않자 형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 고양이 버드에 기대어 보기도 하고 낯선 이를 형으로 착각하기도 하는 모습들이 그저 안쓰럽기만 하다. 또한 형을 기다리며 형과의 일들을 추억하는 어린 동생의 기다림이 얼른 끝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기다림, 그 간절함의 끝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읽게 되지만 가슴이 아려오는 것은 어쩔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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