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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죽고, 시에 살다 - 요절한 천재 시인들을 찾아서
우대식 지음 / 새움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이 참 강렬한 책이다. '요절한 천재 시인들을 찾아서' 라는 부제 또한 만만치 않다.
'왜 천재들은 늘 일찍 죽게 되는걸까? 아니면 너무 일찍 죽어서 천재라고 불리는걸까?
요절한 천재시인들은 도대체 누구일까? 그들은 어떤 삶을 살았으며 또 어떻게 죽어갔을까?'
하는 호기심을 가득안고 책을 펼쳐보게 된다.
이연주, 신기섭, 기형도,여림, 이경록, 김민부, 김만옥, 김용직, 원희석, 임홍재, 송유하, 박석수 등등
그중 내가 아는 이름이라고는 기형도 시인이 고작일뿐 다른 사람들은 듣도보도 못한 시인들이라는 사실이 참 안타깝다.
자신들의 짤막한 생을 불태우면서 아름다운 시를 남겼을 시인들인데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아마도 이 책의 저자 또한 누구도 기억해주지 않는 시인들의 죽음이 안타까워 더 잊혀지고 사라지기 전에
그들의 생애를 쫓아 그들의 행적과 시를 한곳에 모아 이렇게 책으로 만들어 증명하고자 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때때로 죽음과 조우 한다
조락한 가랑잎
여자의 손톱에 빛나는 햇살
찻집의 조롱속에 갇혀 있는 새의 눈망울
그 눈망울 속에 얽혀 있는 가느디 가는 핏발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창문에 펄럭이는 빨래,,,,,
죽음은 그렇게 내게로 온다
어떤 날은 숨 쉴 때마다 괴로웠다
죽음은 내 영혼에 때를 묻히고 간다
그래서 내 영혼은 늘 정결하지 않다. ---p183 김민부 [서시]
버스가 전복되고 간경화증과 백혈병으로 죽거나 혹은 자살을 하거나 각각 시인들의 생을 마감하게 한 죽음은
그들이 남긴 시를 더욱 빛나게 하거나 더욱 강렬하고 오싹하게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저자가 찾아간 시인들의 고향에서의 이야기나 죽은 시인을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
시인들이 남기고 간 사진이나 과거의 흔적들이 이 더운 여름 오소소 소름돋게 만들기도 한다.
시인의 행적을 찾던 저자에게 어느 시인 아주머님이 들려준 시인의 죽음의 이유가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다.
'아 그분은 학식도 많고 천재라 서울 사람들이 시기해서 죽었다고 들었어요,'
시인의 죽음의 진위가 어찌 되었든 나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죽음에 내가 일조를 한것만 같은 공동의 죄의식이랄까?
시인은 자신의 혼신을 다해 시를 썼을텐데 그 이름 석자 조차 알아주지 못했던 것은 어쩌면 정말 내가 그를 시기해서인지도 ,,,
살아가는 이유가 되어준 시조차 시인의 죽음을 막아주지 못했지만 그가 남긴 시는 이렇게 책으로 남겨지게 되었으니
요절한 천재 시인들과 그들의 혼신을 다한 시는 결코 죽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시인들은 시를 쓰다 죽었지만 죽음 후에 남겨진 시로 인해 다시 살아났으니 '시에 죽고 시에 살다'가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