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며느리 - 난 정말 이상한 여자와 결혼한 걸까?
선호빈 지음 / 믹스커피 / 2018년 1월
평점 :
품절


영화원작 소설 B급며느리! 제목이 참 당황스러울지 모르지만 시어머니에게 완벽한 며느리가 아닌 며느리를 칭하는 의미일뿐 급을 매기자는 것은 아니니 불쾌해하지 말자. 완벽한 A급보다 보통의 B급이 더 나을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책속의 이 며느리는 B급을 초월하는 며느리계의 잔다르크 같다. ㅋㅋ

춘천다큐멘터리영화제 장편부문 대상을 수상했다는 [B급며느리]라는 영화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만 다른 일정으로 보지 못해 아쉬웠다. 그런데 이 영화 감독이 영화의 뒷이야기까지 담아 책을 내다니 이렇게 반가울수가! 책을 읽으며 웃기도 하고 같은 며느리 입장에서 공감도 하면서 영화를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세상의 모든 며느리는 물론 시부모님, 친정부모님, 나아가 대한민국의 모든 남자들이 봐줘야 할 영화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영원한 숙제같은 고부간의 갈등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저자이자 감독은 자신의 감추고 싶은 가족 이야기지만 영글은 고름을 터뜨리듯 영화와 책으로 리얼하게 풀어내면서 관객과 독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는다.

‘난 시댁에 가면 손님이야‘

참 당찬 며느리다. 의례 시댁에 가면 시부모님을 공손히 받들어 모시는 것이 도리라 생각하고 행동했을 뿐 나도 손님이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는 내게 가히 충격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가만 따지고 보면 정말 그렇다. 시댁은 엄연히 시부모님의 집인데 왜 며느리가 시부모님을 손님처럼 모셔야하는 걸까? 제삿날 알지도 못하는 조상을 위해 음식을 준비해야하고 설이면 의례 시댁에 가야만 하는 며느리의 불편한 입장! 늘 명절이면 시댁에 가는 일이 형식적인 행사처럼 치뤄지고 있는데다 친정은 늘 뒷전이라 나도 이제 안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여서 그런지 이 며느리의 입장에 엄청 공감하게 된다.

어느 집이나 고부간의 갈등은 존재한다. 살살맞은 여우같은 며느리가 있고 무뚝뚝한 곰같은 며느리가 있다. 세상의 사회인륜도덕을 거스리는 폐륜아가 되지 않기 위해 여우가 되어 시부모님의 비위를 맞출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싫은걸 싫다고 말할 권리도 분명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말을 거스르는 일이란 그야말로 대역죄를 저지르는 일! 왜 그런걸까? 그게 정말 온당한걸까? 무엇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를 리얼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어 보여주고자 한 감독이자 저자인 선호빈이란 사람도 보통은 아닌듯!

같은 며느리 입장에서 늘 하는 말이 있다. 어쩜 남의 집에 시집 온 같은 며느리 입장을 저렇게나 몰라줄 수가 있는지 서운하고 섭섭하다는 이야기다. 시어머니는 분명 시집살이를 하며 살아온 세대다. 물론 싹싹한 며느리는 아니었더라도 자신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살았을 시어머니! 그건 분명 자신의 선택이다. 며느리로 살아오면서 힘겨웠던 순간들을 기억하고 자신의 며느리에게는 자신과 같은 고통을 주지 말아야 하는게 정답인데 어째서 보상을 바라듯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입맛에 꼭 맞기를 바라는걸까? 영원히 풀지 못하는 수수께끼 같은 고부간의 갈등은 바로 그부분에서 시작되고 있는게 아닐까? 시어머니가 절대 권력이 아니라는 사실을 왜 받아들이지 못하는지...

고부간의 갈등, 그건 결혼과 동시에 시작되며 아이를 낳고부터 더욱 심해진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이쁜 손주를 사랑하고 싶은 시어머니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육아에 대한 간섭이 시작되고 내아이를 내맘대로 키우지 못하는 며느리는 점점 시어머니에게 반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다 하기 싫은 시댁일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없는 며느리! 하지만 이 책속의 며느리는 당차게도 ‘싫어‘란 말을 주저하지 않고 급기야 명절에 시댁에 가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무슨 큰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되나 싶지만 왠지 통쾌한 기분이랄까?

영화를 개봉하고 나서의 사람들의 반응은 역시 모두가 공감을 한다는 사실이다. 어떤 문제에 대해 한사람의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들어서는 안되는것처럼 고부간의 갈등 또한 마찬가지다. 영화를 개봉한 이후 이 책속의 며느리는 명절에 시댁에 가기도 하고 시어머니와 전보다 관계가 호전되었으며 시어른들 또한 며느리가 싫어하는 일은 하지 않으려 애쓰게 되었다고 한다. 서로의 입장을 영화를 통해 지켜보고 서로를 알게 되니 서로를 존중해 나아간다는 이야기다. 선호빈 감독이자 저자는 작전을 참 잘 짠거 같다. 자신이 해결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인지하고 누구나 겪고 있을 고부간의 갈등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어 하나씩 풀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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