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
장지 지음, 차혜정 옮김 / 살림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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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엔 우유배달과 신문 배달을 하고 낮엔 삼륜차를 끌며 돈이 되는 일이라면 뭐라도 마다하지 않으며 가족을 위해 열심을 다하는 한 남자가 살아가는 이야기가 왜이리도 고단할까? 소설로 쓰여졌지만 지금 사람들의 삶과 다를바 없는 한 남자의 삶이 리얼 다큐멘터리처럼 펼쳐진다.

가족이 살아가는 힘이 되어야 하는데 가진것도 없고 변변한 직장도 없는 주인공에게 가족은 너무도 큰 무게로 그의 삶을 짓누르게 된다. 푼돈이라도 열심을 다해 벌어보려는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그에게 더 많은 돈을 요구한다. 수완이 좋아 이일 저일 시도해 보지만 예기치 않은 일들이 그의 수심만 더욱 깊어지게 만드는데 한번씩 돈벌이로 찾아가게 되는 절은 오히려 그에게 숨통을 틔어주는 안식처가 되어준다.

처음엔 스님이 되면 돈을 엄청 많이 벌 수 있다는 생각으로 출가에 관심을 가졌지만 아내마저 돈벌이에 뛰어 들게 만들어야 하는 삶의 현실이 그를 점 점 더 벼랑으로 몰아가게 되고 능엄경을 외우며 진짜 출가에 대한 바램이 커져만 간다. 그러던 중 우연찮은 기회로 작은 절을 물려 받은 그는 아내에게는 미처 사실대로 말하지 못하고 절을 꾸려가게 되는데 그마저도 쉬운일이 아님을 알게 된다. 정직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성격인 그에게 승려가 되어 사는 일 또한 정직하지 못하다는 사실이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만들고 만다.

소원하던 아들을 낳고 출가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늘 마음이 불편했던 그는 여러가지 일들을 겪으며 정말로 출가를 결심하고 아내에게 털어놓게 되는데 이야기 내내 현실을 도피하듯 출가를 하는 그가 못마땅하게 여겨지는것도 사실이지만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그에게 위안이 되어주고 꿈을 꾸게 해주는 출가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이 소설.

온갖 일들을 하며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돈과 행복이 절로 찾아올거라는 바램과 달리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가난이라는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는 너무도 현실적인 그의 이야기를 작가는 참으로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가정을 떠나 출가하는 그를 나무랄 수만은 없게 만드는 이런 이야기는 그 무게를 고스란히 떠앉게 만들어 쉽게 책장을 덥지 못하게 만든다. 부질없는 희망이라도 그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은데 왜 세상은 자꾸만 더 큰 고통과 인내를 요구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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