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
이다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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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말 갖가지 핑계를 대면서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한다. 그것이 출장이든 휴양이든 관광이든 무엇이건간에 지금 머무는 공간과 시간을 벗어난다면 그 어디라도!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그렇지 못한 현실앞에 불행한 사람들에게 여행에 대해 색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다혜작가! 역시나 참 개성이 남다른 재미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타인과의 여행이 너무 좋지만 너무 힘들기도 해서 혼자만의 여행을 즐기는 사람, 혼자인게 너무 좋은 나머지 남자들의 동굴기는 딱 자기 이야기라고 말하는 사람, 위험한 곳은 절대 가지 않는 주의, 누군가에게 얹혀 지내는 여행은 하지 않기를 강조하는 사람, 여러번의 여행 경험으로 절대 밤늦게 돌아다니거나 무리하게 술을 마시거나 하지 않게 된 이야기, 내 몸을 위해 의식처럼 약을 챙기고 피로를 풀어주는 일을 행하게 된 사연등 여행이거나 아니거나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머무는 순간까지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이야기들!

‘기껏 제자리로 돌아오려고 어딘가로 떠나는 일, 같은 자리에 있기로 했다고 해서 그 전과 같은 사람일 수는 없는 법이다.‘-p103

요즘은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참 많은데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여행은 돌아올 곳이 있으니 여행이고 여행후에 나는 그 전과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이야기! 이다혜 작가도 마찬가지 이야기를 한다. 여행이 흔치 않았던 시절의 여행지에서의 즐거움이 이제는 같은 한국인과 마주치게 되는게 싫어서 부러 피하게 되었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왠지 듣기 거북하면서도 정말 그렇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네. 여행도 자기 돈 쓰고 시간 쓰고 체력 쓰는 일이니까요.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즐거울 수 있으니까요, 남한테 인정받아야 좋은 것은, 공부와 회사 업무로도 충분합니다.‘- p110

결혼을 하게 되면서는 정말이지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는게 쉽지 않다. 가족을 두고 나만의 시간이란 걱정과 불안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깐이라도 아이와 남편을 벗어나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그것이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도 좋다는 사실 또한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어떤 이유와 어떤 방식으로 머무는 혼자만의 시간이라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위로가 되고 아이들이 다 자라고 혼자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남아 도는 지금처럼 좋은게 없으니까!

여행의 도를 일러주는 부분에서 나와 비슷한 취미가 있는 사람이야기를 들으니 참 반가웠다. 여행지에 가게 되면 꼭 들리게 되는 서점, 책을 좋아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그나라 언어로 출판된 그나라만의 어린왕자 책을 사기 위한 목적도 있다. 또한 여행을 가게 되면 지금의 옷차림과는 다른 평상시 잘 입지도 않는 원피스나 그곳에서 입을 옷을 한벌정도는 현지에서 구입해 입기도 하는데 그 재미가 참 쏠쏠하다. 평소에 잘 듣지는 않지만 낯선 곳에서 듣는 우리 음악 또한 감동!

‘견디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면 정동길을 혼자 걷는다. 비오는 주말 밤의 이 길은 조금은, 살아있기를 잘했다는 기분이 들게 한다.‘-p248

이다혜 작가만큼 혼자인걸 즐기거나 때때마다 여행을 가거나 하지는 않지만 분명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요즘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일을 점점 늘리고 있다. 또한 멀리 낯선 나라로의 여행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하룻밤사이에 뚝딱 변하는 이 서울이라는 도시 또한 좋아해서 혼자만의 산책지도를 만들어 볼까 싶을 정도이다. 어디서건 나를 혼자 놓아둘 수 있는 그런 공간 하나쯤 만들어 둘 필요가 있다.

한 개인의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 낯선 사람과 여행을 한 기분이 들어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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