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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 제155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난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5월
평점 :
가끔 뭔가를 찾는다고 장롱을 뒤지다보면 생각지 못한 상자가 불쑥 튀어 나온다. 신랑이랑 주고 받았던 연애편지를 모아두었던 상자! 아이들을 낳고 상자에 담아두었던 배내옷과 돌반지, 아이들이 자라면서 남겨 놓은 그림들! 그럴때면 꽁꽁 숨어 있던 추억들이 하나둘 서랍을 열고 튀어나오려 한다. 좋았던일, 슬펐던일, 잊고 있었던 순간들! 그렇게 기억의 서랍장을 하나둘 열어주는 이 책!
이 책은 각각 주인공이 다르지만 누군가를 그립게 하고 추억을 불러오는 여섯개의 단편소설 모음이다. 첫번째 이야기 ‘성인식‘에서는 채 성인식도 못하고 떠나버린 딸을 보내지 못해 딸을 대신해 성인식을 치르는 엄마 아빠의 이야기다. 늘 바쁘다는 이유로 대화다운 대화 한번 제대로 나누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모습은 어느 부모와 다를바가 없다. 갓 스무살이 되는 아이들 사이에서 자신을 그리워하는 엄마 아빠를 딸은 분명 지켜보며 미소짓고 있겠지!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이 된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이제는 사라져 거의 유물이 되고 있는 이발소! 언젠가 아주 오래된 이발소를 간적이 있다. 문 앞에서 서성이는 우리에게 선뜻 들어와서 구경하라며 친절히 맞아주시던 할아버지 이발사! 마치 박물관에라도 간 기분으로 갖가지 것들을 구경하고 있으려니 할아버지는 옛날 이야기들을 들려주신다. 끝날 줄 모르는 할아버지 이발사 이야기를 뒤로 하고 나오려니 뭔가를 두고 오는것 같은 기분이 들었었다. 이 소설속 주인공의 마음처럼!
그리고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본듯한 ‘멀리서 온 편지‘ 늘 바쁘다는 핑계로 가정에 소홀해진 남편에게 화가나 시골 친정집으로 도망쳐 온 쇼코! 치기어린 마음으로 집을 나서 친정에 왔지만 잘못 온 발신자 없는 메일과 오래전 숨겨둔 책상속 연애편지를 찾아 읽으며 점 점 신랑이 그리워지는 마음이다. 아이를 키우고 살림을 하는 주부들이라면 마치 자기 이야기같은 쇼코의 이야기에 오래전 신랑과 주고 받았던 메일이나 문자를 뒤적이고 있지 않을까?
‘공습당시 시간에 멎춰 선 놈, 운 좋게 아직 움직이고 있는 놈. 그때였습니다. 내가 깨달은게. 시계가 새기는 시간은 하나가 아니다. 이 세상에는 여러가지 다른 시간이 있다는 걸 말입니다‘ - p264
아버지의 유품인 낡았지만 고급져 보이는 시계를 수리하러 갔다가 오래된 시계포의 시계에 얽힌 이야기를 하나둘 듣게 되면서 아버지를 추억하는 ‘때가 없는 시계‘는 왠지 미스터리한 느낌이 들었다. 언젠가 읽은 ‘추억의 시간을 수리해 드립니다‘ 라는 소설을 떠올리게도 했던 이 단편! 내가 가진 시계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새겨져 있을지 생각하게 된다.
일본 소설을 읽으면 왠지 아련한 느낌에 빠져들게 되는데 정말로 왠지 드넓은 바다의 수평선을 가는 눈을 뜨고 바라보는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단편들이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하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