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3호 열차 - 제5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허혜란 지음, 오승민 그림 / 샘터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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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국전쟁당시 피난민을 태운 커다란 배 모형속 각양각색의 사람들 모형중에 아기가 탄생하던 장면이 가장 인상에 남았다. 생과 사가 오락가락하는 그 공간속에서 새생명의 탄생은 그야말로 희망 그 자체다. 그리고 그 비슷한 감동을 받게 된 한권의 책, 503호 열차!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 조차 알지 못한채 덜커덩 덜커덩 사람들을 태운 503호 열차 또한 슬픔과 좌절, 그리고 죽음의 그림자가 가득하지만 그런 기차 안에서도 역시 희망의 불빛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나무 널판지 사이로 바람이 드는 기차 안, 모두 영문도 모른채 숨죽이고 실려 가고 있다. 이제 열두살 샤샤도 궁금한것이 참 많지만 대답해 줄 사람이 없으니 그저 가만히 기차에 몸을 실을 뿐! 선반이고 바닥이고 비집고 들어갈 틈새도 없이 실려 가는 사람들은 모두 한동네 머물던 사람들이거나 이웃에 사는 사람들! 이 순간은 모두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되는것인지 모를 두려움에 휩싸여 기차안은 슬픔과 좌절등 어두운 그림자뿐이다. 






잠깐씩 기차가 멈추는 순간이면 모두들 참았던 배설물들을 쏟아내기 바쁘고 뭐라도 배울 채울 요량으로 자신이 가진 것들을 하나둘 식량으로 바꾸어 온다. 물론 그 틈에는 기차안에서 숨진 사람들을 어딘가로 실어 나르는 모습도 있다. 온통 죽음의 그림자만 가득할 거 같은 그런 기차 안에서의 새생명의 탄생은 그야말로 감동이며 희망이다. 모두의 꿈을 담아 아이의 이름마저 홍길동의 이상적인 나라, 율도국의 이름을 따와 율이라고 짓고 십시일반 산모와 아이를 위해 뭔가를 가져다 주는 사람들! 자기 먹을것도 모자란 지경에 있지만 어떻게든 희망의 싹을 틔워보려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한곁같다.  






기차는 매일매일 어디로 가는지 모르게 달리고 매일 매일 병든사람, 나이든 사람들이 하나둘 죽어간다. 이웃 친구의 동생도 죽고, 결국 병든 할머니마저 죽게 되자 희망의 불씨가 사라져버린것 같은 절망감에 샤샤는 말을 잃게 되지만 새로 태어난 아기의 눈동자를 통해 죽음을 앞두고도 희망의 씨앗을 남겨준 할머니를 떠올리며 다시 힘을 내보려 애쓴다. 그리고 도착한 황무지의 땅! 하지만 503호 열차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좌절보다는 그동안의 시련을 겪어낸 불굴의 의지로 역경을 헤치며 살아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1930년 구소련에 의해 조국을 떠나 연해주에 살던 사람들이 중앙아시아의 황무지로 강제 이주 당한 503호 열차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열두살 샤샤의 눈을 통해 이유도 영문도 모른채 기차에 실려 가는 이야기가 생생하게 전해져 울컥하게 만들지만 비참한 상황속에서도 절대 좌절하지 않고 희망을 꿈꾸는 이야기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책을 읽는 내내 503호 열차안에 머무르며 좌절과 슬픔, 그리고 희망을 느끼던 샤샤와 같은 심정으로 울컥하게 된다. 마지막 종착지에 이유도 모른채 버려져 또 다시 황량한 들판을 가로 지르는 우리 민족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책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삽화 한장면 한장면이 절망과 좌절 보다는 희망을 느끼게 만든다. 어쩌면 그래서 더 감동적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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