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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불면 다시 오리라 - 소설 법정
백금남 지음 / 쌤앤파커스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가끔 성북동 길상사로 나들이를 가곤 한다. 시끌벅적한 도심을 벗어난듯 자연과 더불어 조용하게 자리잡은 길상사! 길상사를 가면 꼭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진영각! 법정스님의 유골이 묻혀 있는 꽃밭에서 잠시 스님에게 인사를 하고 법정스님의 살아생전의 모습을 담은 진영을 보며 스님을 만나고 그리고 생전에 즐겨 앉던 나무의자에 앉아 가만히 눈을 감아 본다. 그러면 정말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스님이 다시 올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다. 그런데 한번도 만나뵌적이 없는 법정 스님을 나는 왜 그리는 것일까?
무소유를 이야기하고 실천하다가 입적하신 법정스님! 사실 스님에 대해 아는것이라곤 거의 없는 나는 그저 남들이 하는 이야기로 귀동냥을 해서 아는게 전부다. 이런 나에게 스님의 일생을 담은 한권의 소설이 가을 바람과 함께 날아들었다. 보통의 아이처럼 한 가정의 아이로 태어나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법정스님, 어느날 아버지와 함께 입적한 스님이 불에 태워지는 다비식을 본 이후로 환영같은 꿈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리고 자라나면서 불교에 더욱 호기심을 가지게 되고 결국엔 출가를 결심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와 부처님의 가르침을 깨닫고 고뇌하고 살았던 생전의 이야기와 입적하기까지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진다.
출가를 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하면서도 법정스님은 책읽기와 글쓰기를 멈추지 못해 큰 스님에게 혼이 나기도 여러차례! 그렇게 혼이나면서 몰래 쓴 법정스님의 초기작품들이 몇점 실려 있다. 어렵게 여겨지는 불교경전의 이야기를 좀더 쉽게 풀어 쓴 어찌보면 전래동화와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되는 이야기는 동물이 의인화되어 아이들이 읽어도 좋을만큼 참 재미지고 흥미롭다. 시도 여러편 실려 있어 스님이 되지 않았다면 문학가로 이름을 떨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법정스님은 자신을 찾아온 사람에게 아닌척 시침을 뚝 떼는가 하면 글자 한점만 적어달라는 소녀에게 정말로 점만 찍어 주는등 참 개구쟁이 소년 같은 면모가 있다. 이해인 수녀님과 김수환 추기경님과의 이야기를 읽으며 타 종교를 배척하지 않고 인정하고 받아들여 친분을 쌓아가는 모습에서 더욱 존경스러운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백석시인이 사랑했던 자야, 한때 기생이었던 김영한에게 길상사를 시주받기까지의 이야기 또한 감동적이었으며 임종을 지키지 못한 할머니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안타깝기만 했다.
평소 무소유를 몸소 실천하며 살던 법정스님의 마지막 또한 무소유! 살아생전 자신의 이름으로 쓴 책들은 더 이상 내지 말아달라고 유언을 남긴 스님의 무소유의 실천은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사는 내게 가르침이 된다. 법정스님이 떠난지 어느새 6년, 하지만 종종 찾아가는 길상사 어디쯤에 살아 계신거 같은 기분이다. 법정스님의 미출간 원고를 읽는 재미도 쏠쏠했던 이 소설과 함께 길상사를 다시 찾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