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실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초의 여성 근대 소설가 김명순을 아는가?




우리는 가끔 시대를 잘 못 타고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 한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자신의 기량을 펼치지 못한 여성들 중에 우리가 알고 있는 여성 소설가가 있을까? 대부분 남성소설가들이다. 그런데 미실의 김별아 작가가 탄실 김명순 탄생 120주년을 맞아 남성 중심의 문단에서 홀로 험난한 삶을 살아가면서 문학에 대한 열정을 불사른 최초의 여성 근대 소설가이자 시인, 번역가로 살았던 김명순의 생애를 한권의 책으로 풀어 놓았다. 





글이 무척 날선듯 선뜩선뜩하게 읽힌다. 문장속에 등장하는 단어들이 예사롭지가 않다. 짧게 뚝뚝 끊기는 문장이 주는 느낌마저 탄실 김명순의 처절한 삶을 담아 내는 듯 그렇게 읽힌다. 기생이었던 엄마와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자란 어린시절을 빼고는 저주받은 삶처럼 철저히 고립되어 외롭고 우울하게 살았던 김명순의 생애! 오로지 여자라는 이유 하나로 강간을 당하고도 오히려 피해자가되어야 했던 시대적 오류와 자신의 진심을 누구와도 나눌 수 없었던 그녀만의 특유의 성정! 그러면서도 남자와의 스캔들에 시달려야만 했고 문단의 가십이 되어 남들의 입에 오르내려야 했던 김명순! 그녀의 삶은 왜 이리도 모질어야만 했던 것일까?





김명순은 기생의 딸로 태어난다. 철없던 어린시절, 엄마 산월과 재력을 가진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났지만 권력에 눈이 먼 아버지가 빚만 남기고 죽고 엄마마저 죽게 되자 동생들을 건사해야하는 가장의 신세가 되고 만다. 하지만 학문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김명순은 동생들을 이모에게 맡기고 일본유학을 떠나게 되는데 홀로 외로웠던 타향살이에 지쳐 살짝 의지하려 했던 남자에게 강간을 당하고 오히려 손가락질 받는 신세가 되고 만다. 그렇게 다시 돌아온 경성에서의 삶 또한 그녀를 환영해주지 않자 다시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는가 하면 한곳에 뿌리 내리지 못하는 부표처럼 이리저리 발황해야 했던 그녀의 삶이 너무도 생생하게 펼쳐지고 있다. 그 와중에도 문학적 열정으로 수십편에 이르는 소설과 시를 쓰지만 문단은 그녀를 철저히 배척하기만 한다. 





작가에 대한 기록이 탄탄치 못했던 그때의 흔적을 쫓아 그녀가 남겨 놓은 문학작품들을 책 속 곳곳에 실어 김명순이라는 여성소설가의 문학세계를 함께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어 놓은 독특한 소설이다. 소설을 읽다가 문득 문득 김명순의 자서전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생생하게 글을 펼쳐 놓은 작가의 역량에 감탄하게 된다. 





탄실 김명순, 그녀가 살아 생전 소설 23편과 시 107편, 수필, 평론, 희곡과 번역시, 번역소설등 여러 작품들을 남겼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랍기만 하다. 이러첨 문학적 열정이 가득했던 김명순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어떻게 그렇게 문단에서 배척하고 고립시킬 수 있었는지 김별아의 소설로 만나지 못했더라면 영영 모르고 있었으리라! 같은 여성으로 비탄과 함께 미안한 마음이 들게 되는 이 소설, 모두 특히 여성들이 함께 읽고 이름없이 스러져간 많은 여성들을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래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