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스푼의 시간
구병모 지음 / 예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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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하는 가슴 따뜻해지는 영화를 본 기억이 난다. 인간의 시중을 드는 가사도우미 역할에 지나지 않던 바이오로봇이 인간의 감정에 물들어 인간처럼 눈물을 흘리던,,, 얼마전 인공지능 알파고와 바둑천재 이세돌의 대결을 보며 세상이 참 떠들석했었다. 설마 한갓 인공지능 로봇이 바둑천재를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인간들의 섣부른 착각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했으며 이제는 영화속 한장면만으로 생각할 수 없게 된 인공지능로봇! 그런 로봇이 세탁소 알바를 하게 되는 이 소설! 구병모의 서술적 묘사는 물론 스토리와 결말에 [위저드베이커리]이후 다시 한번 감동받게 된다. 



수억만광년의 우주의 시간속에 고작 한스푼에 지나지 않는 인간의 시간! 그런 시간을 아웅다웅 살아가는 세탁소 주인과 세탁소를 들락거리는 시호와 준교네 가족과 세주의 삶을 지켜보며 자신의 기본적인 지식 체계와 습득되는 정보들을 수집하고 업그레이드해 자신만의 감정을 가지게 되는 인공지능 로봇 은결! '정말 그런 로봇이 존재하는걸까?' 하는 생각보다 이런 로봇이라면 나도 시호처럼 내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모두 쏟아낼 수 있을거 같다는 생각을 한다. 




시작은 그랬다. 세탁소 주인에게 배달된 커다란 택배상자! 바다 건너 외국에 나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를 아들에게서 배달 되어 온 택배에 놀란 세탁소 주인은 택배 상자를 열어보고 더 놀라게 된다 . 처음엔 시체인가 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흡사 사람과 닮은 로봇! 세주딸의 도움으로 깨어나게 된 로봇에게 세탁소 주인은 은결이라는 이름을 붙여 세탁소 일을 조금씩 가르치며 곁에 두게된다. 로봇이 지닌 기본적인 프로그램과 세탁소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습득한 정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하나하나 배우고 익히게 되는 다소 복잡한 과정들을 작가는 참 세세하고 아름다운 글들로 풀어내고 있다. 




자신을 오빠라고 부르기 시작하는 그때부터 비슷한 눈높이로 자라 너라고 부르며 더이상 자라지 않는 어른이 되어가는 시호를 보며 은결은 자신도 알지 못하는 특별한 감정을 지니게 된다. 어느날 화장을 하고 등장한 시호를 향해 내 뱉은 '이쁩니다,,,' 라는 단어 속에 숨겨진 감정을 시호도 느낀걸까? 그날 이후로 그들은 각자 자신들의 삶과 생활속에 바삐 살아 가고 있지만 분명 은결의 행동은 달라져 있다. 어쩌면 우리 인간들도 처음부터 희노애락의 감정들을 알았던게 아니라 보고 배우고 느끼고 습득 한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고보니 로봇 은결을 단순한 쇠붙이라고만 생각할 수 없게 된다. 




인간의 수명이 다해가는 세탁소 주인 명정은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한스푼의 세제 이야기를 들어 은결에게 이해시키려 한다. 그리고 자신의 죽음 이후의 은결의 거취를 결정하고 생을 마감하게 되는데 은결은 마치 스스로 그런것들을 거부한다는듯 푸른세제 한스푼의 세제처럼 자신의 생을 마감하려 한다. 이토록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로봇이라니! 프로그래밍된 규칙대로 움직이지 않게 된 은결의 모든 행동들이 이제는 더이상 은결을 인공지능로봇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게 한다. 

은결의 시호를 향한 감정과 명정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사람들을 보며 느끼는 모든것들이 그저 가슴뭉클하고 아름답게 여겨지는 이 소설! 마치 감성돋는 영화 한편을 본거 같은 기분이 들고 은결에 대한 여운이 남아 내내 설레이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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