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플레
애슬리 페커 지음, 박산호 옮김 / 박하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세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세사람의 수플레! 오븐에서 꺼내는 순간 부풀어 올랐던 빵이 푹 꺼져서 굉장히 실망을 하게 만드는 디저트로 알려진 수플레! 우리 인생의 어느순간, 우리는 한두번쯤 그런 순간을 맛보게 되는데 각자 자신들의 삶을 살아내는 세사람에게 수플레는 잠깐이지만 지긋지긋하고 슬프고 한없이 우울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언제부터인가 각자의 삶을 살아가게 된 뉴욕의 노부부, 양육해 키우던 아이들은 그들을 나몰라라 하고 급기야 남편은 뇌졸증을 일으켜 숨쉬는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동안의 삶도 그리 썩 행복한건 아니었지만 나이 들어 남편의 수발을 들게 된 릴리아는 하숙생들을 위한 요리를 하던 어느날 한없이 공허한 자신을 깨닫고 그동안 무심했거니와 다 늙어서까지 자신을 힘들게 하는 남편에 대한 복수를 꿈꾸며 수플레 만들기에 도전하게 된다.
모든걸 아내에게만 의존하며 살았던 파리의 마크! 어느날 느닷없는 아내의 죽음앞에 방황하게 되고 아내를 떠올리게 하는 주방을 멀리하려 했지만 요리에 관심을 가지고 조리도구를 하나둘 장만하게 되면서부터 자신의 상처와 마주하게 된다. 백화점 조리도구 코너에서면서 얼마나 많은 종류의 조리 도구들이 존재하는지를 알게 되고 요리를 하면서 손이 베이고 불에 데이며 요리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사실 또한 깨닫게 된다. 마크 또한 어느 순간 수플레 만들기에 도전하게 되는데,,,
어려서부터 집안 살림을 꾸려 나가다시피 했던 이스탄불의 페르다! 자신의 집과는 멀리 떨어진 파리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딸과의 통화시간이 큰 낙이엇던 페르다는 어느날 쓰러진 엄마를 자신의 집에서 보살피게 되면서 점점 더 불행해져만 간다. 유난히 엄살이 심한 엄마는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는가 하면 어느날부턴가는 치매증세를 보이기 시작하는데 남편에게도 이웃에게도 늘 미안하기만 한 페르다는 악마의 디저트로 불리는 수플레를 만들기로 한다.
세사람이 만들게 되는 수플레가 한순간 푹 꺼져버리는 모양새가 자신들의 삶과 무척 닮아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일까? 세도시를 배경으로 각각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도 세사람의 심리와 삶의 절박함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 소설이 아닌가 싶다. 읽는 내내 그저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발을 동동 구르게 했던 릴리아,페르다,마크 세사람의 이야기는 산다는게 무엇인지를 절실하게 깨닫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