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의 박물관
아라리오뮤지엄 엮음 / arte(아르테)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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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소설의 소재가 되기도 한 크로아티브의 '실연에 관한 박물관' 이 모티브가 된 제주의 아라리오 박물관에 기증한 82명의 사연과 물건을 모은 이 책!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 어쩌면 내 이야기처럼 들려 가슴이 뭉클하지 않을수 없다. 유럽여행을 다녀온 딸아이가 진짜 실연에 관한 박물관이 있다는 이야기를 한적이 있다. 문득 내게도 그런 물건이 있지 않나 떠올려본다.




실연이라는 단어가 왜 시련이라는 단어로 다가오는걸까? 시련의 박물관! 우리는 누구나 태어나게 되면 죽을때까지 사랑하는 누군가와 이별하거나 어떤 물건들과 이별을 할 때가 있다. 실연이라는 단어는 결코 연인들에게만 해당되는 단어가 아니다. 서로의 인연을 잃어버리게 되는 실연! 이별의 시련을 주는 것들! 사랑하는 가족, 연인, 친구, 동물등과의 이별 후 남겨지게 되는 것들을 차마 버릴수도 없고 그렇다고 가지고 있자니 참 난감했던 일이 있다면 이제 실연의 박물관을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남편과 아빠와의 이별후 뒷마당을 묵직하게 지키고 있다가 결국 망가져가고 있는 차를 기증한 사연을 읽으며 뭉클했다. 아빠를 보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편지와 남편을 그리워하는 아내의 편지! 좀 더 가족 곁에 머물러 주지 못한 아빠는 또 얼마나 이들을 보며 아파했을까? 이제 그런 기억을 모두 실연의 박물관에 기증하면서 어쩌면 그들과 이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아빠는 좀 더 편안해지고 행복해졌을지도 모를일이다. 




자주 만나지도 못했던 여자 친구와 장거리 연애를 할때 홀로 맞이하던 생일날 가져왔던 반찬 그릇! 비록 이제는 헤어져 남이 되어 버렸지만 그때의 그 사랑했던 순간만큼은 가슴에 남아 차마 버리지 못했던 반찬통을 기증한 사연! 사랑의 이별후 많은 것들을 정리했지만 차마 버리지 못한 반찬통을 기증하며 그렇게 누군가의 아픈 사랑의 상처를 아름답게 남기게 해주는 실연의 박물관!





학창시절 수능 준비를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펼쳐 봤을 수학의 정석! 그렇게 힘겹게 풀어낸 이 문제집을 왜 그때는 다들 버리려고 하는걸까? 차마 그러지 못해 간직하고 있던 책과의 이별을 받아들이게 되는 계기가 된 실연의 박물관!






자신의 원하는 숫자인 다이어트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많이 날씬해진 자신을 다독이며 커져버린 청바지를 기증한 사연! 때로 우리는 집착과도 같은 어떤것 때문에 커지거나 작아진 옷들을 차마 버리지 못하고 장롱속에 모셔둘때가 있다. 어쩌면 그녀처럼 이때를 기회로 삼아 이제는 그것들과 이별을 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미처 먹지 못해 남겨진 빵, 다른이와 결혼하는 여자에게 선물 받은 요일 팬티, 사랑하는 연인의 닉네임이 새겨진 필통, 미국 유학시절 챙겨 갔던 수저세트, 사랑을 속삭였던 전화기, 자신을 불태우면서도 차마 태우지 못해 벗어둔 딸이 선물한 패딩조끼,강아지의 양말, 고단했던 삶의 고무장갑,  할머니를 떠나 보낸 할아버지의 사랑의 메모, 밑줄을 그어서 메모를 남긴 책등 참 다양한 기증자들의 사연과 물건들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 실연의 박물관을 통해 그들의 시련의 아픔이 아름답게 남겨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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