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많을수록 좋다
김중미 지음 / 창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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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꽃이라는 단어때문에 이 책이 아이들과 그저 행복하고 즐거운 이야기를 담은 책인줄 알았다. 

그건 정말 나의 큰 착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너무도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한때 괭이부리말 아이들 책이 떠들석했던적이 있다. 괭이부리말은 바로 인천 만석동에 있는 가난한 동네로 이 책은 그 괭이부리말 아이들과 가난을 함께 하며 살아온 김중미 작가의 30년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긴 책이다. 자발적 가난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이 책을 읽으며 코끝이 찡해져 자꾸만 눈을 껌뻑이게 된다. 누구도 가난을 선택해서 태어난 아이들은 없는데 가난때문에 상처받고 살아가는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어떻게라도 부여잡고 힘을 보태고 위로의 손을 내밀어 세상속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해주려 애쓰는 저자! 꽃으로 피어나야할 아이들이 살아가기를 포기한다면 그 벼랑으로 같이 뛰어 내리기를 망설이지 않는 저자!




고구마는 크나 작으나 다 똑같은 맛을 내는 고구마인데 그걸 내다 팔기 위해 크기별로 상중하를 나누어 담아 내는 사람들의 잣대를 지적하며 큰 깨달음을 얻게 되는 그녀의 프롤로그가 참 인상적이었다. 우리 아이들 또한 못나고 잘난거 구분없이 모두 사랑받을 똑같은 아이들이라는 사실을 바탕으로 문제아건 아니건 차별없이 모두 끌어 모아 삶의 희망을 주기 위해 공부방을 시작한 그녀의 이야기! 그와 더불어 아이들의 공부방이 '기찻길옆아가방'을 시작으로 '기찻길옆공부방', '기찻길옆작은학교'가 되기까지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는 이야기와 교육이야기, 가난에 대한 이야기등 그녀의 솔직한 이야기에 숙연해진다. 




저자는 스스로 가난을 선택하지 않았지만 가난한 아이들을 위해 가난을 선택해 살아가기를 망설이지 않는다. 임신한 몸으로 멀리 떨어진 화장실로 오락가락하던 길을 소중한 길로 떠올리는 저자! 공부방을 다니면서 희망을 얻어가던 아이들이 결국엔 본드를 하고 소년원을 들락거리게 되지만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그 아이들의 손을 부여잡고 함께 가기를 주저하지 않는 저자! 주위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의 뜻을 소신있게 밀고 나가는 저자의 이야기가 한겨울 겨울바람이 벽을 파고들어 뼈속깊이 시리게 만드는 기분이다. 




공부방 아이들의 이야기도 물론 가슴찡한데 그 아이들이 우여곡절을 겪으며 사회인이 되어 살아가는 이야기가 참 처절하고 안타깝지만 그렇게라도 아웅다웅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가슴 뜨겁게 다가오게 된다. 저자의 결혼 생활과 평범할리 없는 가정생활과 아이들의 이야기도 결코 좋게 포장해서 보여주려 하지 않으며 공동체를 운영하기 위해 사업에 몇차례 실패 하지만 실패가 시작이라고 여기 저자의 자세는 감탄스럽기까지 하다. 처음 공부방을 시작하던 그 마음으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그렇게 공동체를 이어 나갈것이라는 저자의 마지막 이야기가 더 많은 가난하고 불행한 아이들을 위한 큰 공부방을 만들겠다는 거창한 목표따위가 아니어서 진솔하게 다가온다. 
 



에세이 내내 궁금했던 공부방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책의 맨 마지막장에 몇컷 실려있다. 어릴적 몇개 남아 있지도 않은 추억의 사진을 보는것만 같은 이 사진속 아이들은 우리 아이들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가끔 아이들에게 입버릇처럼 '가난한 막노동꾼으로 살고 싶지 않으면' 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데이제는 정말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사실을 김중미 저자의 공부방 아이들을 보며 깨닫게 된다. 가난을 따지지 않고 그저 서로가 어우러져 이쁜 꽃으로 피어날 수 있는 우리 아이들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방황하는 아이들이 언제라도 뛰어 들어올 수 있는 공부방을 만들고 싶어하는 김중미저자의 마음이 가득담긴 이 책, 그녀의 바램처럼 언제까지나 공부방 아이들의 이모로 남겨질 수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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