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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 도노휴 지음, 유소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로 이런일이 있을수 있을까? 10대의 소녀가 납치되어 헛간에 가두어진채 7년간 살면서 아이를 낳고 길러 그 아이가 다섯살이 되도록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걸까? 도무지 말도 안될거 같은 이 소설이 2008년 오스트리아의 73세 노인이 24년간이나 친딸을 밀실에 가두고 성폭행해 아버지의 아이를 일곱이나 낳아야했던 참으로 믿지 못할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하게 된다. 끔찍한 실화와 달리 소설은 절망속에서도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잭을 탄생시킨다.
이제 다섯번째 생일을 맞게 된 잭과 엄마의 대화를 통해 엄마와 아들이 둘만의 놀이를 하고 누군지 알 수 없는 닉이라는 남자에 의해 감금되어져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게 된다. 하지만 호기심이 많고 동물을 사랑하고 친구로 삼는 잭을 보면 사랑스러움을 느끼게 되는데 한 남자에게 납치되어 그로부터 아들을 얻고 그것을 희망으로 7년이나 갇혀 살았던 엄마는 어떻게든 살아나가기 위해 불빛으로 신호를 보내고 온갖 시도를 하지만 그들이 갇혀 있는 작은 공간은 너무도 견고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날 엄마는 잭에게 그들이 왜 이렇게 살아가게 되었는지를 솔직히 이야기하고 자신의 탈출계획을 털어 놓게 된다. 엄마를 떠나 바깥 세상으로 나가는것이 두려운 잭은 엄마의 계획을 거부하기도 하지만 엄마의 간절함을 알고 결국은 받아들이고 만다. 그렇게 심장이 멎을거 같은 탈출을 하게 되는 잭은 결국 엄마를 구하고 바깥세상으로 나가게 되지만 다섯살이 되도록 엄마와 티비를 통해서만 보았던 바깥 세상에 발을 내딛는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그들은 7년간 갇혀 있던 고통속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자신들을 호기심에 찬 눈으로 바라보는 또다른 세상의 시선으로인해 고통받게 되는데 엄마는 세상의 시선에 견디지 못하고 잭은 너무도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하고 다가오는것들에 힘겨워하게 된다. 고통스러운 성장통을 거치며 세상에 하나하나 적응해 가는 잭과 엄마의 이야기가 참으로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지만 그래도 희망을 찾아 나가는 모자의 이야기가 참 감동적이다.
5년이라는 시간동안 엄마와만 소통하던 잭! 불행한 환경속에서 엄마의 보호아래 살아가던 잭이지만 그 어느 누구보다 순수하고 여리기만 한 잭의 한마디 한마디는 가슴을 요동치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삐딱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세상에 아랑곳 하지 않고 진심어린 가슴으로 엄마와 함께 세상을 헤쳐나갈 잭을 꼭 안아주고 싶은 심정이다. 세상에 때묻지 않고 밝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