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무렵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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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위에 살아가는 생명은 얼마나 될까? 그중에 만물의 영장이라 자칭하는 인간은 또 얼마나 될까? 모두 같은 하늘아래 같은 땅을 밟고 살아가고 있지만 참 다른 시간을 살아내고 있다. 그런데 그런 시간들이 서로에게 어떻게든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인간의 행동과 삶은 또 어떤식으로 달라지게 될까? 생의 내리막즈음에 접어들었을때에야 비로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인간의 삶을 이야기를 하는 소설이다. 


지난시절 가난을 겪으며 살아왔던 사람들은 그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던히 애쓰며 일구어낸 현재의 삶을 뿌듯해하며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나이들수록 드문드문 생각이 나고 자꾸 기억에 떠올려지는건 가난했던 그 시절의 이야기나 혹은 풋풋했던 첫사랑의 감정들이다. 건축일로 꽤 성공했다 자부하는 박민우는 어느날 강연장에서 자신의 첫사랑 이름과 쪽지를 건네받게 된다. 그리고 연극을 무대에 올리며 편의점 알바를 하며 하루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정우희의 이야기도 함께 진행이 되는데 그녀가 알고 지내던 한 남자의 이름이 민우! 


잊고 지내던 첫사랑 이름을 떠올리기까지 박민우는 암으로 생을 마감하기 직전의 한 선배를 만나게 되는데 무분별한 도시개발과 옛것을 싹 밀어 버리고 전혀 새로운것만을 만들어내는 작금의 시대 상황을 안타까워하는 사람으로 그의 이야기에 늘 무덤덤하게 대하곤 했다. 하지만 과거의 흔적이 모두 사라져버린 시골마을을 둘러보고 첫사랑 차순아와의 기억을 떠올리게 되면서 그에게 전혀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게 된다. 어느날 차순아가 쓴 자신과의 첫사랑의 기억과 그녀가 살았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메일로 접하며 자신의 옛추억을 떠올려보게 되고 그녀와 만날것을 약속하게 되는데,,,


우희와 민우의 만남은 연인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좀 부족한 그런 만남이었지만 그래도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와 주던 검은셔츠의 민우를 떨쳐버리지 못하는건 그의 어머니와의 만남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람에게는 사랑도 뭣도 아닌 그렇지만 서로가 필요로하게 되는 그런 관계가 가끔 있다. 그런걸 우리는 정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정으로 얽혀진 민우와 그의 어머니와의 만남과 갑작스러운 부고로 우희는 전혀 엉뚱한 계획을 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시작된 우희의 모략은 결국 박민우에게 이르게 되고 박민우는 자신의 과거를 돌이켜보며 지금의 삶에 이르기까지 혼자만 살아온것이 아니라는 깨침을 얻게 된다. 


우리의 삶을 관통하고 있는 그것은 무얼까? 같은 하늘아래 같은 땅위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어쩜 그렇게 다른 삶을 살고 다른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걸까? 주위를 둘러볼 겨를도 없이 오로지 자신만의 소신으로 꿋꿋이 살아낸 삶의 해질녘에 서서 노을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떠올리게 되는건 각자 다른 삶을 살았지만 함께 부대끼며 살아온 세월이 아닐까 싶다. 전혀 다른 시간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정말 큰 오산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황석영의 이 소설, 마치 한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지고 있어 꽤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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