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화를 내봤자 - 만년 노벨문학상 후보자의 나답게 사는 즐거움
엔도 슈사쿠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전쟁과 가난, 그리고 젊은 시절 폐질환으로 늑골 여덟대가 없이 병마에 시달리며 한평생을 살아간 엔도 슈사쿠! 만년 노벨문학상 후보자로 만 머물러야했지만 그는 그 나름대로의 인생철학으로 때로는 소탈하게 혹은 무척 고집스럽게 가끔은 좀 어리숙하게 그렇게 살아왔음을 있는 그대로 이 한권의 에세이에 담아내고 있다. 그를 잘 알지 못했던 나는 어딘지 '케세라세라' 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그의 이야기에 반해 글쓴이 페이지를 다시 넘겨보게 되었다. 그런데 이미 그는 20세기에 생을 달리한 사람이라니 참 안타깝고 아쉽기만 하다. 

소설가로 그래도 좀 이름을 떨치며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를 담은 첫 이야기에서부터 작가에게 매력을 느끼게 된다. 누군가 다른 사람과 착각을 해서 보내는 편지에 대해 작가는 성심성의껏 답변을 하고 누군지는 모르지만 찾아오는 손님에 대해서도 친절을 베푼다. 하지만 3년전부터 자신의 꿈대로 이루어지고 있다며 곧 있을 지진을 예고하는 편지에 불안에 떨다 결국 아이까지 학교를 결석 시키는 어처구니 없는 헤프닝을 벌이기도 하는 참 순진한 작가다. 게다가 돌덩이를 비싼 돈을 주고 사는 어리숙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이런 일들을 작가는 자신의 호기심이 초래한 일이며 어쩌면 이런 에피소드들이 자신의 단조로운 집필생활을 달래주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한다. 






자산이 수십억에 달한다는 유명한 구두쇠남을 만나게 되면서 작가 또한 철저한 구두쇠가 되어 10원도 허투루 쓰지 않고 모으고 또 모아 억만장자가 되겠다는 결심을 한다. 택시를 타려면 중형이 아닌 소형을 , 식당에서는 이쑤시개랑 성냥을 챙기고, 담배에 불을 붙인 성냥도 챙기고, 케이크를 싼 은박지는 아이들 운동회때 도시락에 활용하고, 지하철에 떨어진 신문은 줍는것은 물론 말끔하게 펴서 고물상에 팔고, 지갑에 동전이 모이면 큰 돈으로 바꿔야 한다는 구두쇠남, 어쨌거나 구두쇠를 흉내내려던 저자는 그만 변비에 된통 걸리게 되면서 결심이 무너지게 되는데 그로인해 구두쇠는 성격적으로 타고나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리고 엄지손가락을 뒤로 젖혀 구두쇠인지 아닌지 를 판가름 한다는 이야기로 마루리 하게 되는데 그 말을 듣고는 당장 엄지손가락을 젖혀 보게 되는건 작가의 재미난 이야기 때문이다. 

작가는 집과 작업실을 오가며 버스에서 늘 같은 자리에 앉기를 고집하는데 자신이 앉는 자리에 누군가 앉아 있으면 그냥 서있는다고 한다. 또한 빨간 우체통을 보면 한번 쓰다 듬어줘야하는 이상한 버릇이 있으며 외출하기 전에는 손톱을 깍지 않는등의 미신을 믿고 원고의 첫행은 늘 8행부터 시작하는 자신도 잘 알지 못하는 이상한 습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누구나 그런 미신을 믿고 자기도 알지 못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공감하게 된다. 밤길에는 휘파람을 불지 말아야 하고 한밤중에는 손톱을 깍지 말아야 하는가 하면 음식을 먹을땐 꼭 세번을 불고 먹어야 한다. 이는 아마도 어린시절 부모로부터 받은 영향 때문이 아닌가 싶지만 나도 모르는 나만의 습관 또한 무시하지 못한다. 





외국에 나가 잘 구사하지 못하는 영어로 인해 하늘에서 사람이 내리는 상상을 하게 하는가 하면 됐다고 하면서도 넙죽 넙죽 받을건 다 받아먹는 친구이야기나 부부싸움을 하다보면 온갖 과거 일들을 들추게 되는 아내에 대한 이야기,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글을 쓰게 된 이야기, 프랑스 유학길에 바다가 보이는 푸른방에 대한 기대감이 무참히 무너져 내리는 이야등등 작가는 학창시절을 추억하는 이야기나 친구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등을 결코 무겁지 않고 소탈하게 풀어내고 있다. 에피소드 한편 한편이 참 재미나고 살아생전 저자의 모습을 상상해보면 파이프담배를 물고 회중시계를 그윽하게 바라보며 미소짓는 귀여운 노신사의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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