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용이 있다
페르난도 레온 데 아라노아 지음, 김유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이야기의 간극마다 용이 살아 꿈틀거리는 글을 썼으니 책장을 펼칠때 주의하라는 이 작가의 글들! 정말 독특하고 재미나다. 사람은 누구나 상상을 하고 산다지만 사람들의 생각을 깨부수고 무언가 좀 색다른 것들을 그 속에 집어넣어 전혀 엉뚱하고 황당하기까지 한 이야기들을 하지만 어딘지 논리가 있어 보이는 글을 쓴다. 작가의 이력을 보니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감독이란다. 스페인의 아카데미 상이라고 할 수 있는 고야 상을 다섯번이나 휩쓴 이 사람의 뇌구조는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 마치 용한마리가 몸을 베베꼬고 있는 형상이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하며 혼자 키득키득 웃는다. 


저자는 영화를 만드는 틈틈이 짤막한 글을 써내려 갔다. 잠깐이지만 세상을 풍자하고 싶은 일들이 떠오를때마다 아마도 저자는 용한마리가 그려진 노트를 펼쳐 부드럽게 쓱쓱 굴러가듯 글을 썼을것만 같다. 첫시작부터가 심상치 않다. 낱말들이 사라지고 있는 세상이라니! 사라진 낱말들때문에 사람들이 죽게 되자 당국은 낱말을 배급하지만 서른번만 사용하도록 제한하고 두루뭉술한 말이나 돌려서 하는 말등은 추적하고 주변을 겉도는 말은 추방시키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언어가 실종되어 시민들에게 꼭꼭 숨겨두게 만들고 마는 악순환의고리같은 이야기가 꽤나 해학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두개의 심장을 가진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흡사 미스터리 공포스릴러 같은 느낌마저 주는가 하면 일곱개의 똑같은 이름을 가진 남편의 무덤을 돌보는 아내이야기는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해야할까?


부동산 중개인들만 공경연히 알고 있다는 집들의 비밀, 편지를 쓰기 위해 기다려야하는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 진짜 대통령과는 달리 유머와 재치가 넘치는 닮은 꼴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 여행가방에 대한 이야기, 똑같은 글이 두번 쓰여진 책에 대한 이야기, 사랑이 커지거나 미움이 커지는 장소들에 대한 이야기, 그 사람이 사는곳을 알아야 그를 기억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 우편물 반송에 대한 일상적인 이야기, 그리고 일주일을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결국 헤어지게 되는 연인들의 이야기를 아주 특이하고 흥미롭게 분석한 이야기등 정말로 다양한 소재로 독특한 이야기 구조를 보여주며 흥미를 돋구는 저자의 글솜씨, 아니 이야기 짓는 솜씨가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네 생각이 나게 히주면 나도 내 생각이 나게 해 줄게 --- p53


그러니까 '내가 널 생각할테니 너도 날 생각해 줘' 라는 부탁이 아닌 협박 비스무리한 합의를 하는 이 저자의 글쓰는 방식은 '재밌는 생각을 들려줬으니 너 또한 기발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재미난 생각을 하라'는 협박아닌 강요와 비스무리한 합의처럼 들린다. 저자의 다양한 이야기들속에는 참으로 다양한 소재들이 숨어 있다. 사랑, 이별, 낱말, 여행, 우편물, 일주일, 대통령, 책, 지도 , 심장등등 가만 보면 모두 바로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것들이라는 사실을 눈치채게 된다. 어디 멀리서 이야기의 소재를 끌어와 얼토당토 않는 주절이주절이 긴 글을 쓰는것이 아니라 간단명료하면서도 흥미로운 자신만이 가진 특유의 재치로 끄적여 놓는다. 


저자는 정말로 뛰어난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이든다. 글을 무조건 길게 써야만 할거 같던 내 선입견을 깨주었으며 사회의 부조리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저자의 글솜씨가 무척 탐이나기도 한다. 책 표지에 쓰여 있는것처럼 정말로 천천히 하나씩 음미하듯 읽으면 딱 좋은 그런 짤막한 소설들의 보물창고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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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26 1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방꽃방 2015-09-26 20:21   좋아요 1 | URL
오랜만이네요 서니데이님. 서니님두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