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하루키와 음악 스페셜 세트
백영옥 외 지음 / 그책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잔디밭에 앉아 하루키가 사랑한 음반을 들으며 읽고 싶은 책!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을 읽고 하루키에 대해 그닥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가지게 되고는 하루키의 소설은 그닥 많이 읽어보지 않았지만 그가 음악을 배경으로 글을 쓰거나 자신의 글속에 음식을 자주 등장시킨다는 사실은 꽤 잘 알고 있다. 하루키의 작품에 등장하는 요리만으로도 한권의 책을 쓰는 사람도 봤고 하루키의 요리를 연구하는 모임이 있어서 그 사람들이 낸 요리책을 본적도 있어 하루키라는 소설가와 요리는 이상하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는 느낌을 받았으니까! 음악 또한 마찬가지다. 


소설가 백영옥, 재즈평론가 황덕호, KBS 라디오 PD 정일서, 음악 칼럼니스트 류태형 이 네 사람이 하루키의 작품속에 등장하는 재즈, 팝, 클래식등을 소재로 참 흥미로운 책을 펴냈다. 하루키가 얼마나 자신의 글속에 많은 음악을 등장시키고 또 어떤 음악을 즐겨듣는지 그의 음악적 취향의 독특함을 알게 하는 한권의 책을 접하고 보니 나는 어떤 음악적 배경으로 살아가고 있는지까지 되돌아보게 된다. 


처음 이야기는 백영옥이라는 소설가가 자신이 심취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끌어와 자신만의 독특한 글로 풀어 내는 글들로 시작하는데 그닥 하루키에 별로였던 내 관심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작가 자신의 미발표 단편 [하루키를 좋아하는 남자가 하루키를 싫어하는 여자를 만났을때]라는 소설을 등장시키는 부분에서 굉장히 독특한 느낌을 받았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하루키를 좋아하는 남자 캐릭터는 '하루키 하루키'라는 칼럼을 통해 하루키를 예찬하는가 하면 하루키를 싫어하는 여자 캐릭터는 10대와 20대가 왜 하루키의 소설을 읽으면 안되는가에 대한 '하루키 임포텐스 증후군'이라는 소설 이야기를 한다.짧고 간단명료하게나 하루키에 대한 선호도와 소개를 동시에 써내려 가는 작가의 글솜씨에 탄복하게 된다. 결말에 이르러서는 '작위적인가? 아무려면! 어차피 상상인데 상관없다고 생각한다.'라는 재치있는 문장으로 글을 마무리 하는 작가의 센스라니!


그의 작품속 곳곳에 녹아있는 팝송을 발견하고, 그것이 위치한 배경과 쓰이는 방식을 이해하는 것은 대단히 흥미로울 뿐 아니라 때로 그의작품을 해석하는 중요한 열쇠가 되기도 한다.음악은 하루키의 작품 속 곳곳에 보석처럼 박혀 빛나고 있으며, 그의 글은 그 음악들에 의해 윤기를 더하고 리듬감을 획득한다. 하루키의글들은 한마디로 풍요롭고 화려한 음악의 성찬이다. ---p197


라디오 음악방속 피디로 일하고 있는 정일서의 글을 읽으며 하루키가 얼마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하루키가 쓴 책의 제목들이 대부분 노래에서 차용되었다는 세세한 이야기에 다소 놀랐다. 이렇듯 하루키는 자신의 삶속에 녹아 있는 음악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소설속 배경으로 삼거나 캐릭터들의 대표곡으로 만들어 문학작품속에 녹여내는가 하면 오래도록 누구에게든 추억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남겨놓는다는 사실에 감탄하게 된다. 또한 트렌지스터 라이도를 들으며 음악에 심취하던 그가 컴포넌트라는 일체형 전축이 생기자 음반을 사서 듣기 시작하면서 빙크로스비의 크리스마스 앨범을 즐겨 들었다는 이야기에는 20년이나 세대차가 나는 나와도 공감대가 형성이 되어 기묘한 기분에 빠지게 된다. 하루키의 취미가 오래된 엘피를 모으는 것이며 여행을 가서 중고 레코드 가게의 창고에서 하루를 보내는 편이 더 여행의 느낌을 받는다는 이야기에 그의 음반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처음 1Q84 책이 출간되었을때 호기심이 발동해 책을 사서 읽은 기억이 난다. 정말 특이하게 전개가 되던 두 사람의 이야기속에 장중하게 울려 퍼지는 클래식이 아직도 생생한데 소설을 읽으며 틀지도 않은 클래식을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분명 하루키의 소설을 쓰는 능력이다. 소설을 읽을 당시 배경이 되는 음악이 어떤 음악인지 궁금해서 찾아보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하루키의 소설은 앞으로 책을 펼치면 배경이 되는 음악이 저절로 나오는 그런 책으로 출간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하게 된다.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것에 대하여>, <국경의남쪽,태양의 서쪽>, <더 스크랩>,<바람의 노래를 들어라>,<해변의 카프카>,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원더랜드>,<태엽 감는 새><의미가 없다면 스윙은 없다>등 그닥 하루키에 별로였던 나지만 이 책을 통해 읽고 싶은 무라카미 하루키책 리스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하루키에 대해 그닥 좋지 않은 편견을 갖게 했던 노르웨이의 숲(상실의시대)를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하루키의 음악들을 들으면서 말이다.


이 책은 이왕이면 음반과 세트인 상품을 구매해 음반과 함께 들으며 읽는 편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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