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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벤트 ㅣ 일공일삼 62
유은실 지음, 강경수 그림 / 비룡소 / 2015년 3월
평점 :
할아버지 할머니를 떠올리면 그닥 좋은 기억은 없어요,
어릴적엔 같이 살지 않았지만 사춘기시절 함께 살게 되면서 불편하기만 했거든요,
치매에 걸리신 할아버지와 저보다 키도 작으시면서 무섭게 인상만 쓰시던 할머니~!
하지만 늘 고향에 가시고 싶어 하시던 할아버지를 떠올리면 마음 한구석이 아릿해져요,
그런 할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은 별로 기억에 없지만 두분이 6개월을 차이로 돌아가셨을때
그래도 두분이 참 금술 좋은 사이였나 보다고 했던 어른들의 이야기가 잊히지 않네요,
이 책속의 초등 6학년 손자 영욱이는 할아버지를 정말 좋아하네요,
아버지에게 늘 구박 받는 영욱이를 위로해주고 편들어 주는건 할아버지밖에 없거든요,
할아버지의 이마를 만지작 거려야 잠이 온다는 이 아이 영욱이, 요즘 아이 같지 않아요,
아니 요즘 아이들도 분명 이럴 수 있는데 시대적 배경과 환경이 그렇게 만들어주지 않는건지도,ㅠㅠ
며느리 눈치 보느라 팬티도 맘대로 벗어 놓지 못하는 할아버지가 그나마 영욱이 덕분에 하루하루 버티고 있답니다.
영욱이에게 있어서는 나중나중까지 함께 살고 싶은 할아버지지만 다른 식구들에게는 그렇지가 않네요,
젊을때 꽤나 자식들을 구박하고 사업이라는 사업은 다 말아먹으면서 할머니 속을 썩였더라구요,
할아버지의 그 빚을 아들이 대신 지고 살아가고 있으니 아들과 사이가 좋을수가 없죠,
'바보 같은 놈,돼 먹지 못한놈,쓸모 없는 놈'이라는 말들로 영욱이에게 상처주는 모습이라니,,,
정말 죽을거 같은 할아버지에게 아무도 달려오려 하지 않는 그 순간을 함께 한 영욱이가 대견하게 생각되요,
유은실 작가는 소외받는 아이들, 가정의 불화등을 소재로 이야기를 참 생생하게 풀어내고 있어요,
이 책은 손자와 할아버지와의 관계를 통해 죽음과 장례식에 대해 너무 진지하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이야기하고 있답니다.
아이들 동화책이라고 하면 왠지 좀 좋게만 써야 할거 같지만 유은실 작가는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답니다.
살아생전 어떤 잘못을 했거나 말거나 지금은 그저 좋기만한 영욱이에게는 어른들의 그런 모습이 좋을수가 없습니다.
몇번을 죽을거 같다고 엄살을 부리는 할아버지가 정말로 죽을거 같을때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대는 어른들,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두고 할소리 안할소리 가리지 못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너무도 적나라해서
같은 어른으로 참 눈살이 찌푸려 지게 됩니다.
할아버지에게는 상자가 여러개 있는데 그중 하나는 자신이 죽고 난 다음 이벤트할 상자라는 이야기를 영욱이에게 들려줍니다 .
할아버지가 죽고 난 다음 열어보게 되는 이벤트 상자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들이 들어 있다죠,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도 자식들을 기암하게 만드는 할아버지지만
생전의 잘못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후회하는 할아버지의 간절한 바램만은 가슴에 와 닿게 된답니다.
할아버지의 마지막 이벤트는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가슴뭉클한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