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책임감에 짓눌려 뒤늦게서야 진정 사랑하게 되는 [사랑을 배운다]

사랑을 배운다 ㅣ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6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5년 5월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거장 애거사 크리스티가 필명으로 썼다는 이 소설, 

무척이나 진지하고 철학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4부의 이야기로 진행이 되는 이 소설은 동생을 너무 사랑한 언니 로라의 이야기로 시작이 되요, 

어려서 오빠가 죽게되자 자신이 엄마 아빠의 사랑을 독차지 하게 되었다고 생각한 로라, 

그런데 새로 동생이 태어나 자신의 사랑을 빼앗기게 되자 동생이 죽기를 기도하게 되죠, 

하지만 정작 불이 나서 동생이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자 책임감에 의한 사랑을 시작한답니다. 

그저 동생에 대한 맹목적인 로라의 사랑은 동생의 삶을 송두리째 쥐고 흔들게 되요, 

언니의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부족함 없이 자라게 되는 셜리,

어느날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언니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결혼을 하게 되요, 

하지만 남편이 다른 여자와 놀아나고 빚더미에 올라 앉게 되자

자신의 선택이 잘못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셜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기야 불구가 된 남편을 끝까지 책임지고 자신이 선택한 사랑에 대해 책임지며 살아가려 해요 .

그런데 3부에서는 전혀 엉뚱한 인물이 등장을 하고 종교적인 이야기가 나오네요,

전도사가 되어 대중들에게 설교를 하며 한 종교의 부흥을 이끌었던 한 남자가 

이제는 병약해지고 쇠락해져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러 들르게 된 섬에서 

혼자 고독하게 술을 마시고 어딘가 저 멀리에 가 있는듯한 여자를 만나게 되요, 

신비에 쌓인 그 여자의 정체가 점점 밝혀지게 되지만 어쩌면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쓰던

애거사 크리스티가 자신의 추리소설 기법을 살짝 표현한게 아닌가 싶은 부분이기도 해요, 

어쩌면 우리는 사랑한다는 이유로 너무 지나치게 사랑을 들이밀고 있는지도 몰라요, 

자신의 삶은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동생의 삶에만 온통 사랑을 쏟았던 로라가 

결국 그것이 잘못된 선택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뒤늦게서야 사랑을 배우게 되는 

꽤나 무게감있고 진지했던 이 소설은 어쩌면 애거사 크리스티 자신의 본명이 아닌 

필명으로나마 쏟아 내고 싶었던 삶과 사랑에 대한 번민과 갈등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