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산보
플로랑 샤부에 지음, 최유정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도쿄를 산보할 수 있는 날이 언젠가는 올까?


지난해 줌마들과 함께 도쿄에 3박 4일 다녀온적이 있다.
패키지 관광상품으로 일행과 함께 움직이다 보니 시간에 쫓겨 관광만 하기에도 벅찼던 여행이었지만
그 중 하루는 자유여행이어서 우리끼리 지도를 펼쳐 놓고 말도 잘 안통하는데도 도쿄를 휘젓고 다녔다. 
가이드를 따라다니는것보다 우리끼리 이런 저런 일들을 겪으며 다녔던 일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그때 그 추억을 남기고 싶어 이런저런 갖가지 자질구레한것들을 버리지 못하고 한데 모아 놓았는데 
이 저자의 책을 보다 보니 재주만 있다면 추억을 이렇게 남겨 놓아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도쿄의 여행지를 소개하거나 맛집 혹은 숙박을 추천하는 그런 관광책자가 아니다.
프랑스의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가 여자친구를 따라 일본에 왔다가 잠시 머물렀던 일본에서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자신이 머물렀던 공간, 먹고 보고 느끼고 사진에 담았던 것들을 그림으로 이야기하는 책이다.
어딘지 친밀하고 세밀한 그림들을 그냥 한번 쓰윽 보게 되면 놓치게 되는 것들이 많다. 
깜빡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을 놓치지 않고 보려면 요모조모를 잘 뜯어 봐야 재밌는 책이다. 



저자는 버려진 자전거 한대를 주워 타고 도쿄의 곳곳을 누비며 자신이 본것들을 그림으로 담아 추억하려 한다.
물론 나중엔 그 자전거 때문에 경찰서에 붙들려 온갖 고초를 겪게 되기도 하는등
낯선 나라 일본에서 저자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은 낯설지만 즐거운 추억이 되기도 한다. 



저자는 여자친구를 따라 일본에 머물게 되면서 머무르게 되는 숙소들을 그림으로 세세히 표현해 놓는다.
구석구석 무엇하나도 놓치기 싫어 사물마다 이런 저런 미사여구를 달아 놓았다.
그만큼 저자가 낯선 일본이라는 나라에 와서 느끼는 것들이 새롭고 신기하다는 이야기다.
호텔에만 머물러야 하는 관광객이었던 내게 일본의 집이라는 문화를 살짝 들여다 보게 해주는 그림이기도 하다. 
밀린빨래, 낡은 2인용 소파, 망가진 컴퓨터, 이불과 요를 넣는 장등 왠지 친근한 느낌이 드는 집이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머물며 접하게 되는 일본 사람들의 문화에 대해 저자가 느끼는 것들이 솔직하게 담겨져 있다. 
아침이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음이 맞지 않는 건반소리, 습한 기온 때문에 자주 출몰하는 바퀴벌레와 온갖 벌레들,
동네 강변을 산책하며 목격하는풍경들, 감기로 앓아누워서 겪게 되는 갖가지 이야기등을 통해 
도쿄의 일상과 일본 문화에 대해 접하게 되는데 어찌보면 우리문화와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사실 요즘은 많이 사라지고 없지만 줄을 한번씩 잡아 당길때마다 불이 꺼지고 켜지는 이런 전등을 
코믹하게 표현해 놓은걸보니 저자가 어지간히 일본의 생활을 재밌어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곳곳에 쉬어가기를 통해 저자가 재밌고 흥미롭게 혹은 인상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들을 재밌게 그려놓았다.
자신이 먹었던 것들의 상표나 영수증을 버리지 않고 그림에 함께 붙여 표현해 놓았으며 
특이한건 가는곳마다 우리의 파출소와 비슷한 고반을 그려 놓았다는 사실이다. 

여행을 가게되면 비행기표에서 부터 어느 가게에서 사 먹게 되는 과자 봉지와 영수증,
입장권과 뭔지 모를 기타 갖가지 것들이 여행을 마치고 보면 가방 하나가득 들어있게 되는데 
그냥 버리자니 왠지 서운하고 그렇다고 그냥 두자니 쓰레기를 잔뜩 안고 있는것 같은 기분이든다. 
그런데 이 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처럼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수첩에 붙여놓고 
그것들에 얽힌 짤막한 이야기를 남겨 놓는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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