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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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집어들었을때는 무슨 이야기인줄 모르고 펼쳐들었다가 더럭 겁이났다.

중학생밖에 안되는 어린 소년이 시체들이 쭉 늘어서 있는 곳에서 초를 밝히고 있다는 이야기와 

이유도 없이 총을 맞고 죽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광주 이야기를 하는거구나 하고!

어떤 이야기인지 말하지 않아도 척 알게 된다는 것은 이미 나 또한 알고 있다는 사실!

나는 여태껏 그저 관찰자적 입장에서만 그 이야기를 접하고 있었음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철저히 관찰자적 시점에서 학생들의 눈을 통해 광주의 참혹한 현장을 목격하는 이야기인데도
내가 바로 그 현장을 목격하고 있는듯이 그렇게 생생하게 전해지는 이유는 뭘까?

친구의 죽음을 나몰라라 했다는 죄의식에 현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어린 소년!

중학생 그 어린 소년이 받았을 충격과 혼란과 공황상태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렇게 순수하고 어린 약하디 약한 영혼이 자신의 목숨마저 마다하지 않으며 지키려 했던건

진정 무엇이었던걸까?


그 말도 안되는 사건속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한 사람들 곁을 지키려했던 소녀들의 이야기도
죽음에 대한 공포때문에 이제는 그때의 기억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사람의 이야기도
그리고 끝까지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못내 고개 돌려 피하려 했던 소녀의 이야기도
그 누구의 이야기로 전해듣든 나는 여전히 철저히 관찰자밖에 될 수 없음이 가슴을 먹먹하게한다. 그동안 나는 왜 그토록 광주의 진실들을 마주보려 하지 않았던걸까? 


그리고 중학생밖에 안된 여린 막내아들을 지키지 못해 

스스로를 자책하는 어머니의 한탄과 절규의 이야기 .

광주의 토박이 사투리로 가슴절절히 쏟아내는 어머니의 이야기가 끝내 나를 울컥하게 한다.

나또한 그렇게 그들의 아픔을, 상처를, 고통을 잘 다독여주지 못했음을

그저 내일이 아니니 나몰라라 했다는 사실에 차마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애통한 마음이 된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날 수 있으며
그 죄인들은 또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것인지 참으로 답다하기기 이를데 없는... 

가슴속에 품은 인간에대한 존엄성이 무참히 짓밟혀 버린것만 같은 그런 마음이 된다. 

그렇게 그 소년이 내게로 왔으니 나는 이제 그를 위해 내 마음속 초를 켜야할 차례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는 참으로 무겁지만 꼭 알아야할, 읽어야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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