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폭격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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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아주 소중한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다면 나는 어떤 기분이 들까? 그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 때문에 문득문득 목울음을 울게 되는걸까? 특히 그 사람과 맛있게 먹었던 음식들을 떠올리게 되는 날이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런데 어느날 그 사람이 살아있다는듯 신호를 보내온다면 그건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언저리에 있는 사람이지만 그 존재감이 결코 가볍지 않은 민소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보면 참 눈치 코치 없는 답답한 스타일이다. 그의 과거 경력은 화려하지 않으나 지금은 에스컬레이션의 일원으로 폭격당한 곳에 대한 정보를 보고 최대한 사실적인 보고서를 작성하는 사람, 그리고 그를 돕기 위해 낙하산으로 함께 하게 된 윤희나는 뭔가 똑 부러지는 그런 스타일의 여자다. 결국 두 사람의 입장이 뒤바뀌어 결국엔 윤희나가 팀장이 되고 민소가 조수가 되어 버리지만 그것조차 아무런 거부감없이 받아들이는 남자 민소! 윤희나는 왠지 모르지만 눈치 없이 자신의 위치와 할 일 만 열심히 하는 민소선배가 싫지 않고 오히려 그의말이 더 신뢰가 가기까지 하는데 어느날 민소가 의외의 이야기를 던지게 된다. 민소는 윤희나를 그 속은 알 수 없는 표지같은 여자라 생각하고 윤희나는 그를 본문같은 남자라 말하는 이들은 어찌보면 본문과 표지가 참 어울리는 한쌍같은 느낌도 든다. 


처음 이야기의 시작은 인도의 거리 음식에 대한 이야기다. 마살라도사라는 음식에 대한 설명이 어찌나 구체적인지 처음엔 인도 음식점이 아니라 인도에서 이야기 하는 줄만 알았는데 알고보니 민소가 특히 좋아했던 마살라도사라는 음식이 맛있는 인도음식점 이야기다. 그런데 그 음식점이 이제는 폭격을 맞고 사라져서 더이상 갈 수 없는 곳이 되었다는 이야기로 지금 이 시대의 배경은 전시상황! 처음 폭격이 있었을때엔 다들 피난을 가야한다느니 했지만 다들 어째서인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것 외엔 어떤것도 할 수 있는게 없다는듯 그렇게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폭격에 대한 분석을 하는 에스컬레이션은 폭격에 대한 반격의 기미를 찾으려 민소를 팀원으로 받아들여 일하게 하지만 실질적으로 민소가 하는 일에는 그닥 관심이 없다. 그렇다면 왜?


어찌보면 이야기가 참 복잡하게 그 틀을 만들어 가는듯 보이는 이 소설은 한편의 미스터리 추리 같은 느낌을 다분히 풍기고 있다. 민소의 개인적인 추측에 의해 자신이 알고 있는 맛집이 정밀 사격된다는 사실을 알고는 이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아주어려서부터 친했고 연인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갈 정도로 사이가 좋았지만 그냥 친구로 지내던 송민아리가 보내는 신호라 여기게 된다. 그렇게 민소의 여자 송민아리는 그의 이야기속 곳곳에 등장하지만 실제로 이 소설속에 등장하는 일은 한번도 없는 참 희안하고 약간은 소름돋는듯한 소설! 


처음 책 제목이 맛집 폭격이라는 사실에 맛집 이야기를 하는 소설인줄로만 알았다. 물론 어떤 특정음식이 맛있다는 민소가 이야기하는 맛집들이 등장하지만 결코 맛집이야기는 아니다. 사라져버린 한 사람과의 기억이 머물고 있는 무척 사적인 공간을 하나씩 폭격당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오싹한 이 이야기는 그 결말마저 결코 평범하지 않다. 배명훈작가의 소설은 이번이 처음인데 끌까지 민소와 윤희나의 시선으로 들려주는 이야기의 끈을 놓지 않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소설속 주인공들이 마치 살아있는것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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