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꽃이 모랑모랑 피어서 - 제2회 퍼플로맨스 대상 수상작
박소정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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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향기는 어떤걸까? 달달한 코코아향? 고소한 밀크티의 향? 아니면 달콤 쌉싸레한 초콜릿의 향? 사실 사랑을 이야기할때는 달콤하고도 쌉싸레한 초콜릿을 주로 이야기하게 되는데 사랑의 향기 또한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낯선여자에게서 내 남자의 향기가 난다' 라는 광고 카피도 있듯 사랑하는 이가 가진 채취는 그 어떤 감각보다 먼저 후각을 자극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사랑했던 사람과의 추억을 향기로 기억하게 된다면 그 향을 맡을때마다 그 사람과의 사랑을 떠올리게 되는걸까?


제 2회 퍼플로맨스소설 대상작이라니 어떤 이야기일지 내심 기대를 했다. 이렇게 쌀쌀한 날엔 달달한 로맨스가 좋은데 조선의 조향사 수연의 이야기는 달달한 로맨스라기 보다는 기생의 딸로 태어나 조선의 향장이 되기까지의 여자의 삶과 사랑을 들려주는 한편의 사극 드라마같은 이야기다. 향유를 만드는 향장의 이야기인데 수라간 궁녀나 의술을 행하는 내의녀의 이야기를 극적으로 전개해 무척 인기를 끌었던 장금이와 동이가 떠오르는건 무슨 이유인지,,,


무엇이 되겠다고 마음에 새기지 않으면서 살아볼까 해, 간절히 원했는데 결국 이루지 못하면 너무 힘들잖아. ---p48


수연은 함경도 기생의 딸로 태어나 어린시절부터 향장이 되기를 꿈꾸는 소녀다. 어미의 죽음 이후 수연은 단과 은이 남매와 함께 가족처럼 살아가게 된다. 사실 단은 어린시절부터 함께 자라온 수연의 정인이다. 단이 의술을 배워 의원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찾아갔던 한양에서 억울한 누명을 쓰고 공부를 포기하고 온 이후 즐거웠던 세사람의 삶은 내내 불안하기만 하다. 어느순간 은이는 야반도주를 하듯 시집을 가버리고 단과 둘만 남게 된 수연은 이제는 자신의 조향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향을 떠나게 된다. 


`오라버니는 의원이 되고 나는 향장이 되고. 궐에 들어가면 쌀을 스무말이나 준대. 내의원 향장이 되면 오라버니와 같이 일할 수 있을지도 몰라. 약속해?` ㅡ p19


수연은 자신이 사랑하던 단이 오라비와 이렇게  약속을 했는데 과연 두사람은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자신이 가진 재주를 총동원해 양반댁 규수의 혼사일을 썩 잘 해결하고 궁궐의 나인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수연에게는 제2의 삶이 펼쳐지게 된다. 세자빈의 어린 아기씨가 배탈이나서 아무것도 먹을수 없게 되자 내의원조차 해결하지 못한 일을 수연이 해결하게 되고 그 이후부터 세자빈의 곁에 머물게 된다. 소설속 이야기의 배경은 오랑캐의 침략을 받게 되는 때로 세자와 대군 정연이 함께 볼모로 청으로 가게 되는데 세자빈의 총애를 한몸에 받던 수연 또한 함께 동행하게 된다. 그리고 청에서 만난 일본의 공주 아시타로부터 향에 대해 배우게 되고 대군마마인 정연과 연정을 나누게 되는데,,,


이 소설은 중간 중간 수연이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고 꽃으로 맛난것들을 만드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진달래 화전을 응용해 산딸기를 얹어 찹쌀로 전을 빚는가 하면 호박꽃으로 꽃삼을 만들고 앵두로 화채를 만드는등 어쩌면 이런 장면들의 묘사가 장금이를 떠오르게 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연에게는 분명 어려서부터 함께 살아오면서 사랑하게 된 단이 있지만 여인이 되고부터 마음에 품게 되는 이는 다른 사람으로 그와의 우연한 만남을 나중에서야 떠올리며 그렇게 인연은 운명처럼 엮이게 된다는 것을 깨닫기도 한다. 


그리고 반전에 반전을 더해주는 소설 말미의 이야기들은 왠지 너무 어지럽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것이 역사로맨스소설인데 어째서 미스터리추리물처럼 이야기가 마무리되려는건지 문득 문득 갈길을 찾지 못하게 헤매게 되는 느낌이다. 원래 역사란 남겨진 사료들을 추리해 이야기로 만들어지는 것이지만 거기에 조향사라는 새로운 소재로 로맨스를 가미해 쓰여진 이 소설은 커피도 아니고 초콜릿도 아닌 향을 낸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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