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입 코끼리
황경신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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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살짜리 꼬마 아이가 여덟달동안 보아 뱀과 동화책속 이야기를 나누며 성장하는 이야기! 삽화까지 너무 근사하게 섞여 있어 자칫 착각을 일으킬수도 있지만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요즘은 어른들 책이 아이들용 책보다 이쁘고 멋지고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더 많아지는 추세다. 글자만 빼곡한것 보다는 좀 쉬어가듯 섞어 놓은 그림이 글을 한번쯤 더 생각하게 만들어 준달까? 그렇게 천천히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한페이지 한페이지를 넘기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때 내가, 이 세상 모든 어이 없는 일들을 죄다 받아들일 수 있는, 둥글고 말랑말랑한 여덟살이었기 때문이다'--- p18


시골 외할머니집 창고에서 꼬마는 코끼리를 잡아 먹고 소화시키기 위해 반년을 잠이드는 보아뱀을 만난다. 그렇게 반년을 기다린 꼬마가 드디어 보아뱀을 만난 첫 마디는 '끄으으으으으윽'하는 트림소리! 하지만 꼬마는 실망감을 감추고 먹을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지만 여덟살 생에 있어 할 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다. 먹는것에 대한 이야기가 바닥이 나자 동화책이야기로 보아뱀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 그리고 시작되는 꼬마와 보아뱀의 이야기는 인생을 논하고 삶을 되짚어보는 그런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늘 질문에 질문에 질문을 하는 꼬마는 어쩐지 어린왕자를 무척 닮아 있다. 


우리가 어릴적부터 읽어오고 어른이 된 지금도 새롭게 읽곤 하는 아이들의 명작동화속 이야기들이 꼬마와 보아뱀의 대화로 인해 그저 책을 읽고 한번도 의구심을 가져 보지 못했던것들에 놀라고 정말 왜 그런지에 대해 한번쯤생각해 보게 되는가 하면 보아뱀의 정답 아닌 정답 같은 이야기에 숙연해지고 만다.


라푼젤은 어떻게 계단도 없는 그 높은 탑에 올라가게 되었으며 그 탑에서 어떻게 먹고 마시고 자라난걸까? 한번도 브레맨 음악대가 되어보지도 못한 동물들 이야기가 왜 브레멘 음악대라는 거지? 장화신은 고양이는 왜 장화를 신어야 하는거야? 어째서 개구리왕자는 개구리가 되어야 했던걸까? 일곱 난장이의 침대는 그동안 누가 정리 정돈을 해 놓은거지? 정말로 까맣게 잊고 있었던 어린시절엔 분명 떠올렸을 질문들을 창고속에서 하나씩 끄집어 내듯 꺼내오게 만든다.


오늘네가 본 달은 어제의 달과 다르니까, 어제까진 그저 하늘에 떠 있는 무엇이었지만, 그동화를 읽은다음 부터는 의미가 생겨버린거야, 말하자면 존재에 의미가 부여된 거지. 하나의 이야기를 가진 존재는 어떤형태로든 삶으로 파고들어 오니까.---p101


동화책 이야기를 나누면서 꼬마는 땅속에서 자라나는 풀이되는 상상을 통해 생명에 대해 깨우치게 되고 빨간 모자를 잡아 먹어야만 하는 늑대의 입장이 되어자신이 늑대라면 어떻게 했을지도 생각해 보게 되고 보통의 동물의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괴물을 통해 두려움이 무엇인지 죽음이 왜 두려운지를 깨닫게 되는가 하면 달을 훔친 이야기를 읽고는 달이보고 싶어 보아뱀과 함께 달을 보러 나가기도 한다. 그리고 난쟁이 요정 이야기를 통해 이별할 때를 미리 생각해 보게 하는 부분에서는 어떤 예감을 하게 된다. 


헨젤과 그레텔의 이야기에서 과자집을 어른들을 위한 집으로 상상해보는 보아뱀의 이야기에 웃음이 났다. 지글지글 구운 등심으로 벽을 장식하고 유리창엔 회를 끼워넣고 지붕엔 온갖 야채와 과일로 얹고 우물은 와인으로 채운다는,,,과자집은 상상이 가지만 어른을 위한 술과 안주로 만들어진 집이라니,,, 것두 꽤 괜찮을거 같긴한데,ㅋㅋ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들과 동화를 적절히 섞어 삶이 어떤것인지를 하나씩 느끼게 되는 성장동화!


너는 항상 질문을 해야해, 어른이 되어서도 말이야. 질문을 하는건, 절대로 창피한게 아니야. 제대로 된 질문은 대답보다 힘이세니까 ---p136


어른이 되면 왜 질문을 하지 않게 되는걸까? 아니 질문을 하기를 꺼려 한다는게 맞는듯 하다. 답이 있건 없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어른으로 살아가기를 희망해 본다. 그리고 어린왕자의 마지막 이야기처럼 꼬마와 보아뱀의 마지막도 역시 울컥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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